버스카드는 시스템이, 지하철 화재는 일하는 자세가

두 차례 교통난맥에 대한 서울시와 이명박 시장의 엇갈리는 태도

지하철에 이어 서울시내버스가 또 문제 일으켜


이번에는 버스다. 지난 3일 새벽 발생한 지하철 7호선 화재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인 11일 서울의 교통시스템이 또 문제를 일으켰다. 새벽 4시 30분 운행을 막 시작한 모든 시내버스의 교통카드 인식기가 먹통이 됐고 오후 늦게서야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출근길의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고 현금을 내라, 못 낸다, 환승은 어떻게 하냐 는 실랑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새벽 6시 10분 서울시는 시스템이 정비 될 때까지 무임승차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지만, 그 소식은 한참이 지나서야 언론 등을 통해 시민과 버스기사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 "사건의 책임은 한국스마트카드측에 있다“

사고 자체도 문제거니와, 이 문제를 둘러싼 서울시의 행태가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7호선 지하철 화재에 대한 이명박 시장이 “사람이 적어서 그런 게 아니고, 사람이 더 있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결국 각 역할을 맡은 직원들이 어떤 자세로 일했는가의 문제” 라며 도시철도공사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행태가 그대로 재연됐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후 한나절이 지난 11일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사고 브리핑이 실시됐지만 장정우 서울시교통개선기획단장은 "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시스템 운영의 구체적인 책임은 한국스마트측에 있다"고 말했다. 김정근 한국스마트카드 부사장이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섰다. 그러나 음성직 서울시교통정책보좌관은 "저분들은 (앞으로 이런 일이) 없다라고 말할 것이고 저희는 불안하다"며 "사실은 굉장히 불안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버스카드 시스템에 등록된 9개 신용카드 회사중 한 카드회사가 잘못된 정보를 보내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한 한국스마트카드 측은 “이관되는 데이터에 대한 사전 검증을 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원천적 책임을 신용카드 회사로 다시 떠넘겼다.

결국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는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사고재발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공허한 다짐을 내놓았다.

서울시로부터 영구적, 독점적 이익 보장 받은 한국스마트카드

그러나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는 이미 ‘끈끈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4년 7월 서울시교통시스템이 전면적으로 바뀌기 한참 전인 2003년 11월 서울시는 26개사 컨소시움(현재 한국스마트가드가 승계)는 ‘신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시행 합의서’를 체결했다.

연간 수백억원의 이익을 영구 보장하고 다른 사업자가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이 합의서에 따르면 사업자는 교통카드 발급, 충전, 정산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1,249억원을 투자하고 교통요금의 1.5~2.5%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 가운데 한국스마트카드의 지분은 65%, 나머지 35%의 지분은 서울시 소유다. 2012년까지 예상되는 수입금은 4,210억에 달하고 초기투자비, 운영비, 금융비용 등을 제외한 사업자의 연간 기대수익은 110억(연 8.83% 수준)에 이른다.

시스템 구축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교체 및 유지보수 비용만 추가되는 2013년 이후, 한국스마트카드의 예상 순수익은 300억~500억으로 껑충 뛴다. 물론 수수료 비율은 고정되 있기 때문에 교통요금이 오르면 수익도 자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한 명시적 계약기간이 없기 때문에 한국스마트카드의 사업권은 영구보장된 것이나 다름없고 한국스마트 카드의 독점권도 보장됐다.

흔들리지 않는 독점체제

1996년 교통카드 발급 이래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서울시버스운송조합이 작년 11월 뒤늦게 이 먹잇감을 노렸으나 신통치 않은 반응을 얻었다. 버스조합은 조합 회원사들이 스마트 카드의 정산 시스템을 믿지 못하겠다며 구형 버스카드를 새로운 스마트 카드로 바꾸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버스조합은 매일 스마트카드에 설치된 메인서버가 집계한 내역에 따라 배분액을 받고 있지만 환승요금의 배분 근거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버스조합 측은 한국스마트카드가 교통카드의 독점 사업자도 아니고 한국스마트카드와 맺은 협약에 따라 요금 자료를 요구하고 교통카드를 발급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물론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서울시는 사업추진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버스운송조합에 수차례에 걸쳐 보낸 것으로 알려졌고 복수카드 사용은 시스템 안정성을 해치고 예산낭비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스마트카드도 복수 정산시스템 운영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민간자본이 투자될 경우 투자비용 회수에는 수십년이 걸리고 투자비용 회수 후에는 시설이나 운영권을 지자체나 중앙정부에 기부채납하는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서울시 교통체계개편과 스마트카드 사업은 상대적으로 투자금이 크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영구적 독점권이 보장됐다.

이명박 시장, “어떤 자세로 일했는가의 문제”

잘못된 데이터가 문제라느니, 시스템의 오류라느니 하며 11일의 버스카드 사고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지난 3일의 지하철화재에 대한 입장은 180도 달랐다.

지난 4일 지하철 화재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명박 시장은 지하철이 방재시스템을 어느정도 갖췄지만 사령실, 역무실, 기관사 등 당시 담당 직원 모두 제 역할을 못한 것같다고 도시철도공사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나섰다. 또한 “사람이 적어서 그런게 아니고, 사람이 더 있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며 “결국 각 역할을 맡은 직원들이 어떤 자세로 일했는가의 문제”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10일 열린 서울시청 정례간부회의에서는 3일의 지하철 화재는 계획적인 범죄라며 “대대적인 현상금을 걸어 설연휴전에 방화범을 검거”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청 공무원들이 사법권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 할 문제지만 하여튼 버스카드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고 지하철 사고는 ‘도시철도공사들의 일하는 자세’의 문제라는 것이 이명박 시장의 입장인 것이다.

“권한보다 책임과 의무를 다 함으로써..."


‘일하는 자세’에 대한 이명박 시장의 질책은 즉각 효과를 나타냈다.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역무와 승부지부를 시작으로 ‘서약서’가 돌기 시작했다.

"2005. 1.3 발생한 7호선 전동차 화재사고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향후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 다음과 같이 다짐하며 이에 서약서를 제출합니다"라고 시작되며 ‘재난보호’와 ‘시민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연한 내용으로 시작되는 서약서의 4번째 항목에는 “직무에 있어 권한보다 책임과 의무를 다 함으로써 매너리즘과 근본주의를 타파하고 희생과 솔선수범을 통해 작금의 위기의식을 타파하는 데 최일선에 설 것을 다짐한다”라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비조합원인 3급 이상 간부들에게는 ‘급여 반납 결의(동의)서’ 가 돌아 호봉급 35만원이 반납됐다.

1인승무 시스템이 대형참사의 불씨라는 지난 4일 미디어참세상의 보도 이후 많은 언론들이 1인승무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지하철 내장재의 불연재 교체가 늦어지고 있는 사실 또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이명박 시장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시 출입 일부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시장은 “난 시대의 반발, 한발을 앞서 가는 사람” 이라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를 펼치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고 전해졌다. 버스 사고는 시스템의 문제 지하철 화재는 (노동자들의)일하는 자세 문제라는 상반된 인식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향후 행보를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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