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노조뿐만이 아니야

광주공장 노조 간부 구속, 외부 청탁 고위인사등 수사 확대

기아자동차 채용비리 관련 논란, 일파만파 확산


지난 9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생산계약직 채용과정에 노조간부가 구직희망자들로부터 2억 3천여만원을 수수한 사건이 지난 19일 각 언론에 보도됨에 따라 알려진 이번 채용비리에 노조 뿐 아니라 회사관계자와 정부고위직, 지역정계인사 등이 모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며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기아자동차에서 취업과 관련한 비리 의혹은 지난 2002년 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기아차 노조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간간히 제기되던 '카더라 류'의 의혹이 이번에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광주공장의 경우 노사합의를 통해 최근 3년 사이 모두 167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바 있어,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구직자들에게 "취업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인사청탁 파행이 관행처럼 지적된 바 있어 노조는 이미 사측에 인사청탁근절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단체협약에 해당 내용을 명기한 바도 있지만, 시정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아차 노조는 이런 관행이 노사관계를 저해하고 노조를 와해 농락하는 행위로 나타날 것을 우려하였으나, 눈앞의 이익에 눈이 먼 일부 노조 간부가 제 무덤을 판 꼴이 됐고 파문은 현장조직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노조지부장 정모씨가 구속수감 중이고, 채용과정을 매개하고 금품을 수수한 브로커 1인 역시 구속했다.

검찰 증거확보, 지역사회· 정관계인사 까지 파문 확산

또한 검찰이 청탁자 100여명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26일 밝혀졌다. 이 명단에는 장관급 고위인사, 정치인 등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직자와 각계 유력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권력형비리의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지난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 명단에는 지난해 입사한 사람중 100여명의 주민등록번호, 신상정보, 추천인, 면접 내용, 합격점수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서에는 채용과정에서 외부 청탁인사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음을 뒷받침하는 면접점수가 적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검찰은 관련자명단 등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컴퓨터 외장형(USB) 저장장치를 확보했는데, 장치안의 내용은 이미 지워져 현재 복구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워진 파일을 복원해낼 경우 광주공장 정모 지부장 외 다른 노조 간부들이나 회사 측의 개입 여부, 청탁자와 금전 전달자 신상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기아차 광주공장뿐만 아니라 광주지역 전체가 긴장에 휩싸여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운동탄압과 관련한 밑그림 있냐'는 의혹도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하여 노무현정부의 노사관계로드맵 추진의 일환으로 대공장노동운동을 무력화하기 위한 총체적인 기획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사건의 진상을 이미 파악하고 내사를 진행하고 있던 검찰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인 비정규 개악안과 관련해 사건을 터뜨리려 하던 중, 현대자동차 불법파견투쟁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자 서둘러 이번 사건을 언론에 흘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음모론적 의혹까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벌써 조중동 뿐 아니라 경제지와 방송사들은 '귀족노동운동' 등 예의 비난에 이번 사건을 더해 포괄적인 노조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이들은 비정규개악과 관련한 2월 임시국회 국면에서 민주노총의 영향력을 거세하려는 움직임에 이심전심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속연맹 선거, 기아차 비리 태풍의 직접적 영향권에 위치

한편, 기아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연맹도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향후 선거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현재 비대위 체제로 가동중인 금속연맹내에는 ‘기아차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과 '선거를 빨리 마무리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호 1번 김창근 후보조는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가운데 두 명이 기아차 노조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퇴를 했지만, 기호 2번 김상완 후보조는 25일 “지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속한 선거 마무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해, 다음달 2일 금속연맹 선거는 찬반투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김상완 후보조 또한 기아차와 직간접적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앞에 사과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침통한 마음을 금할수 없다"며 사죄를 말을 전하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고용시장의 모순과 비정규직의 현실 때문임을 시사하였다. 또한 이수호 위원장은 이 분위기를 틈타 비정규개악안을 강행처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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