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비정규대토론회, 눈발 뚫고 막 올라

“비정규직 현장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생생한 현장사례발표로 열띤 토론 시작

29개 단체 모여 ‘비정규운동 대토론회’ 개최




겨울답지 않게 한 동안 포근했던 날씨가 주말부터 다시 매서워진다는 소식이 들리고 아침에는 눈발마저 날리던 29일 오후, ‘비정규운동 대토론회’가 열렸다.

29일, 30일 양일간 진행될 이 날 토론회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를 비롯한 29개 노조, 단체가 결성한 ‘비정규대토론회조직위원회’의 주최로 고려대학 경영대 학우강당에서 열렸다. 또한 30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여한 이 토론회는 미디어참세상과 매일노동뉴스가 공동 후원했고 ‘비정규직 완전 철폐를 위한 영상프로젝트팀’과 노동넷에 의해 인터넷으로 생중계 됐다.

다양한 노조의 생생한 사례와 평가로 진행된 첫 번째 토론마당

이틀에 걸쳐 다섯 개의 큰 꼭지로 진행되는 대토론회의 첫 번째 토론마당은 ‘비정규직 현장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윤애림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첫 번째 꼭지에서는 비정규 노동현장에서 활동가들이 실제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생생한 사례와 평가들이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 발언에 나선 김승환 경기서부지역건설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건설현장 특유의 불법적 다단계하도급 구조하에서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승환 부위원장은 건설노조의 중심사업은 그 동안 건설현장진입과 조합원 조직화였고 그 과정에 많은 고충을 겪었지만 결국 불법적 다단계하도급의 고리를 끊어내 직접고용을 쟁취해 건설현장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체로 서게 만드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발언의 바통은 최철호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사무국장이 이어받았다. “학습지 노동자와 노조는 전세계에서 아마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 같다”며 운을 뗀 최철호 사무국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학습지 시장에서 노동자와 조직이 겪었던 지난한 경험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최철호 사무국장은 이직률이 높고 육아, 가사노동과 병행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조합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조합간부 발굴과 육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분회활성화, 수련회, 현장순회교육등을 극복해나가고 있음을 밝히고 근로기준법 완전적용, 건강권과 모성보호 획득이라는 공동요구안을 내걸고 공세적 조직화에 매진할 계획을 제출했다.

정규직 기존조직과의 갈등 풀어내고 조직통합 진행중인 화물연대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고 나서 21세기 최강 조직중의 하나로 혜성같이 떠오른 화물연대의 사례가 이어 전해졌다.. 화물연대가 전화한 화물운송통합노조(준)에서 비정규 부문을 맡고 있는 윤창호 활동가는 화물연대 하면 일반인들도 이름은 다 알지만 실 내용에 대해선 잘못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도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창호 활동가는 화물연대 또한 건설노조가 겪고 있는 다단계하도급 구조의 병폐에 똑같이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만명의 조직원들이 다종다기한 화주를 상대하기 때문에 화물연대는 주로 대정부 투쟁, 총자본에 맞서는 싸움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정규직 노조와 화물연대가 겪었던 일부 갈등을 대승적 연대를 통해 실질적 통합으로 승화시켜 통합노조를 꾸리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전했다.

칼바람을 뚫고 국회 타워크레인 꼭대기에서 ‘비정규 철폐’를 외치며 일주일 동안 결사적 싸움을 전개했던 투사, 이수종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특유의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발언에 나선 이수종 위원장은 현장간부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수종 위원장은 타워크레인 노조의 지난 투쟁에서 현장간부들의 준비가 철저했을때와 그렇지 못했을때의 차이가 컸다고 전했다. 또한 비정규 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체로 설 때만이 다른 곳과의 연대도 가능하다 면서도 조직이 커가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적 파벌이나 이권을 둘러싼 다툼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모든 사업장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은

지방에서 올라오기로 한 두명의 발표자의 도착이 늦어지는 가운데 윤애림 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사례가 전해진 사업장들은 공통점이 많다”며 “전부 특수고용의 형태고 사업장이 흩어져 있고 노동자체가 개별적인데다가 간부층이 두텁지 못한 어려움을 다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애림 국장은 “공통적인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사업장들의 사례 교환을 통해 각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유로운 질의 응답 시간을 갖자는 사회자의 발언에 구체적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들이 진행됐다.

“화물연대의 경우 경제적 문제에 과한 투쟁은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노동자성 인정 부문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객석의 질문에 대해 윤창호 활동가는 “경제 투쟁이 잘 되는것과 반비례해 노동자성 인정 부문에 대한 싸움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라며 “예전에는 ‘우리가 노동자냐 아니냐’하고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리된 상황이고 우리는 현행 법 테두리 바깥에 있는 특수한 형태의 노동자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성, 고령, 용역이라는 전형적 구조 극복한 부산지하철청소용역 노조

화물연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끝난 후 천연옥 부산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도착해 숨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발언을 시작했다. 천연옥 사무국장은 준고령 여성노동자들이 다수라는 특성상 여성연맹 산하로 하향식 조직화로 사업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며 “용역 청소부들이 뭘 할 수 있냐, 우리 같이 나이 많은 할매들이 무엇을 할 수 있냐”는 패배의식을 뚫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천연옥 사무국장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부산지하철노조의 연대가 조직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며 “부산 지하철 해고자와 역무지부 간부들이 가입원서를 돌려주기도 하고 관리자들과 멱살잡이를 해야할 상황에서 대신 멱살을 잡아주기도 했다”고 전해 방청석 이곳 저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앞서 발언한 네 명의 활동가들은 그나마 큰 규모의 사업장에서 투쟁 경험도 작지 않은 조합의 사례를 전했지만 17명의 준고령 여성노동자들로 출발한 전형적인 소규모, 비정규 조직인 부산지하철청소용역 노동조합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었다. 천연옥 사무국장은 지하철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를 통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천연옥 사무국장의 발언에 이어 재개된 질의응답에서 질문자들이나 답변자들 모두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활동가 특유의 낙관적 면모를 과시하며 활발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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