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계, '개인정보보호법' 강력 반발

정보인권단체, "개인정보수집자 저항 예상했던 일.. 법제정 원칙대로 추진해야"

최근 국회에 제출된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안에 대해 인터넷 기업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 전자상거래및통신판매협회 등 3개 인터넷 기업단체들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 법안이 주민등록번호 수집 제한과 민간부문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인터넷 산업의 위축이 예상된다며 규제완화를 촉구했다.

인터넷기업단체들,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이용은 개인식별 위한 유일한 수단”

현재 국회에는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 정성호 열린우리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발의한 3개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이들 법안의 내용 중 인터넷 기업단체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주민등록번호 수집 규제 조항과 민간영역에 대한 개인정보영향평가 조항에 집중된다.

국회에 상정된 3개의 관련 법안 중 이은영 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고유식별자를 정보주체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당해 식별자의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체들은 이 조항과 관련해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 상에서 개인 식별을 위한 유일한 수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들은 이 조항대로 법안이 입법될 시 본인 확인과 성인 인증 절차에 필수적인 주민등록번호의 수집과 이용이 불가능해져 인터넷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체들은 별도의 식별체제가 마련될 때까지 주민등록번호 수집 제한 조항의 법적용 유예 또는 법안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민간부문에 대한 개인정보영향평가 조항에 대해서도 단체들은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를 들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프라이버시 영향평가를 민간영역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프라이버시연석회의, “주민등록번호 없는 해외, 아무런 문제없이 인터넷기업 운영”

인터넷 기업단체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보인권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7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프라이버시연석회의’(연석회의)는 17일 성명을 통해 “주민등록번호는 명의 도용을 통한 각종 인터넷 범죄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될 뿐 아니라, 도용당한 사람들의 효과적인 권리 구제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주민등록번호 수집 규제는 이같은 폐해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별도의 식별체계가 마련될 때까지 법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인터넷 기업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연석회의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해외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인터넷 기업들을 운영하고 있다”며 “‘다음’과 ‘EBS’ 등 국내 기업들 중에도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들은 “주민등록번호 수집 규제 조항에 대한 기업단체들의 반대는 신뢰할만한 신원확인 방식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회피하기 위해 소비자들을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에 노출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고 덧붙였다.

민간부문의 개인정보영향평가에 대해서도 연석회의는 “비록 민간 영역이라 하더라도 극히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위치정보나 금융정보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자들의 경우, 오히려 공공기관보다도 더욱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연석회의는 “이동통신이나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IT 산업의 경우 몇몇 기업에 의해 시장이 독과점되는 양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을 단순히 민간기업으로만 간주하기는 어려우며, 공공기관 수준의 규제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기관 홈페이지를 통한 개인정보 노출 심각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은 어느 때 보다도 강조되고 있지만, 인터넷 기업들의 반발에서 보듯이 개인정보보호법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은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비해 국내 개인정보보호 체계가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현실이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의 제정배경"이라며 법제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오병일 사무국장은 "개인정보보호 강화에 대해 정부 기관과 기업 등 개인정보 수집자들의 저항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국회는 이런 상황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법 제정 배경에 걸맞게 원칙에 따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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