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악의적 만평, KBS 힘 실어주기 나선 민언련 눈길

KBS노조, 29일까지 사장 자진퇴진 안하면 출근거부 투쟁 나선다

KBS 경영진, 불법도청 책임지기 위해 3개월 감봉하겠다

  정연주 사장이 한겨레 재직당시 출간한 책표지
KBS노무팀의 불법도청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노조)는 지난 27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연주 사장 등 KBS 경영진이 노조 회의에 대한 불법 도청 사건과 관련한 책임으로 내놓은 △경영진들의 감봉 3개월 처분 △노무팀 해체 △ 노사공동진상조사위원회 제안 등 세 가지 조치를 일축하고 정연주 사장에게 “29일까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KBS 노조는 정연주 사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30일부터 출근저지 투쟁’에 나설 것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KBS노조는 경영진이 내놓은 조치에 대해 “경영진들이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얼마나 안이하게 보고 있으며 공영방송의 책임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도덕 불감증에 걸려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참담함을 억누를 수 없다”며 감봉 3개월 조치를 통해 정연주 사장은 석달 동안 600만원의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대표 공영방송에서 사측이 노조회의를 불법 도청했다는 사실은 KBS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KBS 최고 책임자가 돈 600만원으로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 했다는 사실”이라고 정연주 사장의 안이한 대처에 맹공을 가했다.

또한 불법도청 사건이 노무담당 실무자의 우발적 사고였다고 사측이 이미 결론을 내렸으면서 노무팀 자체를 해체하겟다는 것은 “이번 사건이 실무자의 의욕이 빚어낸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KBS홍보실측은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노조회의 녹취는 관례적으로 예전부터 해왔던 일’이라고 무마를 시도해 노조측의 격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어 경영진이 제의한 노사 공동진상위원회 구성에 대해 “피의자와 피해자가 합동수사를 하자는 격”이라며 “노조는 이미 당사자와 관계자들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했다”고 일축했다.

KBS노조, 29일까지 자진사퇴 안 하면 출근저지 투쟁 나서겠다

사측이 제시한 세 가지 조치를 조목조목 반박한 KBS노조는 “정연주 사장은 KBS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추천 제도를 통해 선임된 사장이기에 그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는 것은 KBS의 자랑임에 분명”하지만 “KBS가 신뢰를 배반한 사건을 저지르고도 우리가 스스로 선임한 사장이라하여 그 책임에 면죄부를 준다면 우리는 정연주 사장을 구할 지는 모르지만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는 얻지 못할 것”이라 밝혔다.

그리고 “정 사장은 KBS 역사상 가장 개혁적인 사장의 모습으로 영원히 남길 원한다면 도덕성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이라고 재차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이 당당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30일부터 “사장 출근 저지 투쟁, 수사 의뢰, 전국 조합원 비상 총회등 모든 대응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 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최근 이 사태에 대한 한나라당, 조선일보 등의 대응에 대해서는 “일부 보수언론과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악용해 KBS 흔들기를 시도하려 한다면 노조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쐐기를 박았다.

오마이는 사측 해명서 전문게재, 한겨레는 악의적 만평

  3월 26일자 한겨레 그림판
사진출처 : 한겨레 신문

한편 KBS노무팀의 불법도청 사건이 들통나 알려진 지난 24일 이후 각계의 대응이 주목을 끈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은 KBS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의 소재로 삼고 나섰고 민언련,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은 정연주 사장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24일 저녁 이 사건의 1신을 보도하며 취재 기사 아래에 사측의 일방적 해명서 전문을 게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조에 대한 사측의 불법사찰이나 노조탄압 사건의 경우 사측의 해명서를 전문 게재하는 경우는 보수언론에서도 찾기 힘든 극히 이례적 사례다.

한겨레는 “한국방송 ‘몰래 녹음’ 진상부터 밝혀야”라는 26일자 사설을 통해 “직원 개인의 우발적인 잘못인데도, 사장 퇴진투쟁을 벌이거나 여기에 한나라당이 가세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한국방송 노사가 잠정적으로 대립해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고 노조의 반발을 한나라당과 연결시키며 ‘감정적 대립’으로 규정했다. 특히 이 날 한겨레 그림판에 실린 만평은 극히 악의적이라는 지적이다. 26일자 한겨레 그림판은 KBS노조가 정연주 사장을 핍박하고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이에 박수를 치며 ‘훌륭해’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을 담아 놓고 있다.

민언련과 KBS사측 호흡 척척

또한 민언련은 25일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다”라는 논평을 내놓았지만 그 내용은 제목과 동떨어졌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언련은 논평을 통해 회사측의 해명을 자세히 소개하며 “안동수 부사장 등 회사간부들이 노조를 찾아 이번 일을 사과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어 “정연주 사장의 직접적인 개입정황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가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의 ‘개혁’ 노선에 반대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노조의 이런 대응은 ‘정치공세’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노조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민언련은 “사측과 노조가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건이 직원 개인의 ‘과잉충성’인지, 아니면 노무팀, 또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인지에 대해 한 치라도 의혹이 남지 않도록 규명해야 할 것”이라 제시하고 나섰지만 노사 공동 진상조사위에서 과연 사측의 조직적 개입이 규명될 것인지는 극히 회의적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KBS 사측은 전격적으로 노무팀을 해체해 진상조사는 더욱 어렵게 됐다.

한편 25일 오후에 나온 민언련의 논평에 화답이라도 하듯 KBS 사측은 같은 날 저녁, 노사공동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이번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자고 제안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개혁진영’은 한 목소리로 불법도청에 대한 노조의 격렬한 반발을 ‘감정적’ ‘한나라당의 공세를 우려’와 연결시키며 노사공동조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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