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사회과학 출판사의 ‘발칙한 발언, 그리고 상상전’

'세계 책의 날' 맞아 사회과학 출판사 관계자들이 추천하는 10권의 책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

오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1995년 11월, 세계책의 날을 지정한 유네스코 28차 총회는 결의문에서 ‘책은 역시적으로 지식을 전파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일 뿐 아니라 그것을 보존하는 가장 효율적 수단’이며 ‘인간을 계몽하고 문화적 전통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다’며 책의 날 선정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라는 정식명칭을 지닌 세계 책의 날이 4월 23일로 지정된 것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같은 날 사망한 것과 독서인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카탈루냐 지방의 ‘성 조지’ 축제일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사회과학 출판사가 진행하는 도서 추천행사


출판시장의 침체, 책의 몰락이라는 경고가 더 별스럽게 들리지 않는 상황이고 그나마 베스트셀러 상위권은 ‘000의 생존전략' ’부자되는 법‘ 류의 실용서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히 의미있는 책들을 출간하고 있는 5개 사회과학 출판사(갈무리, 박종철출판사, 이프, 책갈피, 현실문화 연구)가 뜻 깊은 행사를 진행해 잔잔한 반향을 남기고 있다.

‘새롭게 저항하고, 발칙하게 상상하라!’라는 슬로건아래 진행되는 “발칙한 발언, 그리고 상상전”을 통해 5개 사회과학 출판사는 추천 사회과학도서를 25%할인해 판매하고 추첨을 통해 출간도서를 선물하는 행사를 지난 4월 6일부터 오는 5월 4일까지 진행한다.

이 행사를 통해 5개 사회과학 출판사들은 ‘발칙한 발언’이라는 제하에서 맑스주의 쉽게 읽기, 고전의 지혜, 새로운 좌파의 목소리, 반전 반세계화 항목의 도서 53종이 추천했고 ‘발칙한 상상’이라는 제목으로는 성 Sex 그리고 , 여성으로 말하기 항목의 도서 19종을 추천했다.

이번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5개 출판사 관계자들은 힘든 출판 현실을 토로하면서도 일을 모아 “이 행사를 통해 소개하는 책들의 출고량이 지난달 대비해 2배 정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참세상은 ‘발칙한 발언, 그리고 상상전’에 포함된 72종의 사회과학 서적 가운데 각 출판사 관계자들이 특히 추천하는 10종의 서적을 소개한다.

갈무리 출판사, '아우또노미아‘ ’제국기계비판‘

갈무리 출판사 영업부의 오정민씨는 ‘아우또노미아’와 ‘제국기계비판’을 소개했다. 갈무리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아우또노미아 총서의 1권으로 기획된 ‘아우또노미아’는 다중네트워크센터와 웹진 자율평론 대표인 조정환이 지은 책으로 안토니오 네그리의 삶과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아우또노미아(우리말로는 ‘자율’)은 권력에 대한 저항 혹은 다중의 창조적 능동을 뜻한다. 지은이 조정환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시작된 아우또노미아 운동에 주목해 이 운동의 재구성에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 네그리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조정환은 이 책에서 네그리의 사상을 단편적 조각들이 구성하는 닫힌 체계가 아니라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는 "부단히 자신을 갱신하는 열린 체계"로 소개한다. 네그리에 대한 단편적 소개들이 난무하던 상황에서 “자율은 영원하다”며 출간된 이 책은 네그리의 사상에 대한 호오를 뛰어넘어 네그리의 사상 궤적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아우또노미아 총서 6권으로 출간된 제국기계비판 역시 조정환의 저서다. 이 책은 아우또노미아에서 제시된 ‘자율’에 관한 조정환의 연구가 더욱 진전되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네그리가 상정한 제국 아래 권력중심은 없고 개별 국민국가들은 제국이라는 자본주의 네트워크 속의 하부 단위에 불과하다. 이 제국에 저항하는 대안주체에 대해 네그리는 ‘다중’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조정환은 네그리의 제국론에 기반해 재국의 착취 형식과 다중의 개념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이 모든 글에서 나의 관심은 현대 세계의 배치상태와 그 내부의 갈등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이 갈등적 상황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간의 도래를 가져오는 창조적이고 내밀한 힘의 움직임을 가능한 한 예민하게 파악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고 자신의 지적 역정에 대한 안내도를 제시하고 있다.

박종철 출판사, '포스트 식민주의 또는 트리컨티넨털리즘‘ ’뽀르뚜 알레그리, 새로운 민주주의의 희망‘

박종철 출판사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박성덕씨는 ‘포스트 식민주의 또는 트리컨티넨털리즘’과 ‘뽀르뚜 알레그리, 새로운 민주주의의 희망’을 추천했다. 영국의 포스트식민주의 이론가이며 포스트식민주의 연구 저널인 인터벤션즈의 편집자인 동시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하고 있는 로버트 J. C. 영 이 쓰고 김택현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가 번역한 ‘포스트 식민주의 또는 트리컨티넨털리즘’은 포스트식민주의가 어떠한 역사적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의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19세기 이후의 자유주의와 맑스주의 그리고 러시아를 비롯한 중국, 꾸바등 3세계 국가의 혁명을 포스트식민주의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포스트식민주의를 트리컨티넨탈리즘(Three Continentalism), 지리적으로 세 대륙(라딘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해방의 기획 및 정치적 실천으로 상정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과 함께 친숙한 이름이 되어버린 뽀르뚜 알레그리에 대한 책, ‘뽀르뚜 알레그리, 새로운 민주주의의 희망’은 유럽과 남미 도시들의 공적 참여정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마리옹 그레와 마르크블로흐 연구소 연구원인 이브 생또메가 함께 썼다. '민주주의의 수도'라는 자랑스러운 별칭을 얻은 뽀르뚜 알레그리의 정치 혁신을 소개한 이 책은 ‘민주주의를 민주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참여 예산제와 시민들의 직접적 시정 참여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뽀르뚜 알레그리의 제도들을 이색적으로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뽀르뚜 알레그리의 참여 제도 또한 그 자체의 한계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해 색다른 여운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책갈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민중의 세계사‘

책갈피 출판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훈씨는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와 ‘민중의 세계사’를 추천했다. 노조활동가 출신의 학자이자 먼쓸리 리뷰에서 폴 스위지와 공동 발행인 직을 맡았던 리오 휴버만이 지은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는 이 시대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에 출간됐지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책은 휴버만 특유의 대중적 문체로 자본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면서도 명쾌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에서는 토지에 기반한 귀족 중심의 중세 경제구조가 어떻게 자본에 기반한 부르주아지 중심의 근대 경제구조로 변했는지 보여주고 있으며 2부 '자본주의에서 어디로?'는 근대부터 이 책이 쓰여진 1930년대까지 자본주의의 행보를 살피며 자본주의의 파멸적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영국 SWF의 중심적 활동가 크리스 하먼이 쓴 ‘민중의 세계사’ 역시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세계사를 쉽게 풀어쓴 책이다. 하먼은 역사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밝혀주는 것, 이로부터 세상을 바꿀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 설명하며 민중의 투쟁사를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고착화된 계급 구조와 사회질서를 변화시킬 잠재력이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1999녀까지의 역사를 계급과 사회경제적 변화, 현실에 저항하는 민중의 모습을 중점에 두고 일관적으로 서술한 세계통사라 할 수 있겠다.

현실문화연구,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

현실문화연구에서 영업을 맡고 있는 오주형씨는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과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를 추천했다. ‘여성망명정부에 대한 공상’으로 이미 그 중 몇편의 글이 소개된 바 있는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책 ‘Outrageous Acts and Everyday Rebellions’ 가운데 대중적인 글 위주로 묶여 다시 출간된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에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남성중심 사회에 통렬한 일격을 날리고 있다. 스타이넘의 말을 직접 한 번 들어보자.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그렇게 되면 분명 월경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생리량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 댈 것이다. …지체높은 정치가들의 생리통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의회는 국립월경불순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다 생리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한다. …장군과 우익정치인들 종교광신자들은 월경은 남자들만이 전투에 참가해 나라에 봉사하고 신을 섬길 수 있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Sexology로 박사학위를 받은 미술가, 성교육자인 베티도슨의 저서 ‘Sex for one'의 번역판이 ’네방에 아마존을 키워라‘는 여성의 성을 긍정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에게 기쁨을 선사할 줄 아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마스터베이션의 전도사'라는 별칭에 걸맞게 베티 도슨은 자위야말로 페미니즘의 일상적 실천중 하나이고 스스로의 에로시티즘을 발견해 남성의 손에 넘어간 성적 통제권을 되찾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이프, '아주 작은 차이‘ ’섹스 사인‘

이프 편집부의 소연씨는 ‘아주 작은 차이’와 ‘섹스 사인’을 추천했다. 페미니스트 저널 ‘엠마’의 편집자인 알리스 슈바르처가 1975년 엮어 12개국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세계 여성들에게 읽힌 ‘아주 작은 차이’는 독일 여성 15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슈바르처는 말한다. 저자는 "질 오르가즘의 신화와 삽입은 여자들의 발목을 잡는 간교한 수단이다. 이 신화를 바탕으로 남자들은 성 통제권을 확보하고 여성을 지배하는 남성 사회의 기반을 지켜 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여성들이 겪는 문제들이 개개인의 그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30년전의 이야기지만 아직도 이 이야기들은 실감나게 들린다. 이런 점에서 "백인 미국 여성이 꾸는 꿈은 백인 미국 남성이 꾸는 꿈보다는 호주 원주민 여성의 꿈과 훨씬 더 닮은 꼴"이라는 슈바르처의 말은 절실히 다가온다.

심리치료사이자 점성술사이기도 한 주디스 베넷의 책 ‘섹스 사인’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심리점성학 서적을 표방하고 있다. 섹스 사인(Sex Signs)은 '여성을 위한 별자리'란 의미로 주디스 베넷이 새롭게 만들어 낸 단어다. 베넷은 기존의 전통적 12개 별자레에 우주적 여성을 포함시켜 모두 13개의 별자리를 제시했다. 우주적 여성은 독립적인 감정의 소유자이며, 내재한 분노와 욕망을 솔직히 인정하는 완결된 여성상으로 수많은 모순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 여성의 역할모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박종철출판사의 박성덕씨는 “최근에는 개인의 지식욕이나 운동 과정에서 책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떨어지는 추세이고 수업이나 각종 강의 등을 통해 소개 받아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진다”고 전했고 다른 네 개 출판사 관계자들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이러한 경향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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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 , 갈무리 , 박종철출판사 , 이프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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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하먼은 'SWF' 활동가가 아니라, 'SWP'(사회주의 노동자 당)의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