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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노점상, 노숙인 등 한국 사회에서 가난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거리를 메웠다. 27일 종묘공원에서는 3000여 명의 빈민들이 모여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2005 전국빈민대회’(빈민대회)를 개최했다. 빈곤사회연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전국민중연대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빈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시혜와 동정이 아닌 빈민들이 기본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며 △비정규개악안 철회 △강제철거, 노점단속 분쇄 △장애인 차별 철폐 등을 촉구했다.
“대한민국은 부자들만을 위한 복지국가”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빈민대회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는 “빈곤의 세계화, 자본의 세계화 도구는 WTO"라며 ”WTO는 전 세계 농민들을 죽이고, 시장유연화를 통해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WTO는 자연까지 상품화하고 있고, 민중들 삶의 터전까지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품바”라며 “더 이상 농약 마시고 죽지 말고, 전 세계 품바들이 단결 투쟁해 신자유주의를 박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혜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70만 원이 없어 한 장애인이 자살을 했지만, 있는 사람들에게 70만 원은 하루 밤 술값에 불과하다”며 “이제 한국 사회는 8대2의 사회를 넘어 9대1의 사회로 가고 있고, 이것은 국가정책의 실패를 의미 한다”며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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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선 부위원장은 이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비정규직 양산은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은 점점 비정규직화 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대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하며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을 호소했다.
철거민을 비롯해 집 없이 살아가는 빈민들을 대표해 발언을 한 현효월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공동대표는 “대한민국은 가진 자와 부자들만을 위한 복지국가”라며 “집을 잃고, 갈 곳이 없어 비닐하우스와 거리에서 연명하고 있는 우리 빈민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을 살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와 교육 부문에 대해 발언한 김창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한국은 이상하게도 돈이 많아도 한 달에 보험료를 186만 원 이상 낼 수 없다”며 “연봉 90억, 월 7-8억을 받는 한국 최고 부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한 달에 의료보험료로 내는 돈은 고작 186만원에 불과하다”고 읍소했다. 그는 이어 “돈 많은 자들에게 그 만큼의 세금을 걷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가난한 자들은 교육과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며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위한 부유세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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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 빈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정권 아니다”
이날 집회에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김흥현 전국빈민연합 공동의장은 발언에 앞서 오산 수청동 용역철거원 사망사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흥현 의장은 “용역철거원들과 용역철거 업체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더욱 악랄한 수법으로 철거를 진행하게 된다”며 오산 수청동 사고가 용역업체의 무리한 철거 과정에서 비롯된 우발적 사고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철거민들은 자신들의 터전과 가족들을 위해 화염병이라도 던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이번 사고는 용역철거원의 사망을 방치한 경찰과 용역업체 그리고 건설자본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김흥현 의장은 이어 “99년보다 2배로 늘어난 노숙인들은 길거리에서 짐승처럼 죽어가고 있고, 올 4월까지 서울시가 노점단속을 위해 책정한 비용은 70억 원에 이른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1조 8천억 원의 이윤을 남겼지만, 1천 3백억 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관심이 없다”며 “이런 상황을 보면 노무현 정권이 결코 빈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정권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며 빈곤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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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현 의장의 발언에 이어 상징의식과 결의문 낭독으로 본대회를 끝마친 참가자들은 명동성당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한편, 행진 도중 명동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시청으로 행진을 진행하려는 참가자들과 경찰들 사이에 10분간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살고 싶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빈민들은 거창한 요구를 늘어놓지 않았다. ‘요구사항’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그냥 살게만 해달라”였다. 멋들어진 언어로 자신들의 요구를 정리하지 못했지만, 이날 만난 빈민들의 요구는 분명했다.
서울 창동역 주변에서 야채 노점을 하고 있는 한 노점상인은 “창동에 민자역사가 들어오기로 했는데, 구에서는 ‘민자역사 생기기 전에 노점상부터 싹쓸이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사는 잘 되는가”라고 묻자 그는 “예전에는 좀 괜찮았는데, 대형할인마트들이 많이 생겨 더 장사가 잘 안된다”며 “하루에 2만 원 정도 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필요한 것을 묻자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어디서라도 장사만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종로 수인동 지역 철거민인 임병근 씨 역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다른 것 말고,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서 그냥 살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다 쓸어져가는 집이지만, 이곳에서 쫒겨 나면 노숙생활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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