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본고사 부활이 아니라며 해명하고 교육부도 3불원칙이 변함없음을 밝히고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결국 교육부의 내신중심입시안 자체가 가진 문제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입시제도는 학생들 간 피 말리는 전쟁하라는 것”
교육부의 2008년 입시안의 주요내용은 내신을 9등급, 수능을 9등급으로 하고 대학별고사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서울대가 본고사 안을 내놓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신중심 입시안은 대학들이 내신의 객관성,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허점투성이다. 더 심각한 것은 내신중심입시가 교육현장을 고교 3년 내내 입시학원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성적을 비관하며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는 2008년도 입시안의 해당 주체인 고1 학생들에게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내신 성적을 따기 위해 이른바 ‘내신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서울대 입시안의 발표로 학생들의 혼란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서울대 입시안처럼 사실상 대학별 본고사가 도입되면 교육부만 믿고 내신에 치중했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다. 정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더 죽이려 하느냐”는 울음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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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1년생들의 이러한 분노는 집단적 저항으로 모아지고 있다. 고교1년생들이 자발적으로 주말인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내신위주 대입 반대 촛불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한편,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는 ‘고교내신등급제반대’ 까페가 설립되었다. 지난달 30일 개설된 이 까페는 6일 회원수가 1만2천 명을 넘어섰다.
시교육청, 집회 참가자 엄중 징계, 사이트 글 무더기로 삭제
고교생들의 집단적 움직임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은 7일 오후로 예정된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7일 광화문 촛불집회는 원래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희망) 주최로 ‘입시경쟁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추모제’로 열릴 계획이었다. 이 집회에 분노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교육당국이 원천봉쇄 방침을 내린 것이다.
시 교육청은 현재 각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각 학교의 교장ㆍ교감ㆍ생활지도부장으로 하여금 학생들의 집회 참석을 원천적으로 봉쇄토록 하고 있다. 특히 집회에서 불법 행위를 하는 경우 중징계를 내릴 것을 지시했다. 또 내신등급제반대 사이트 등을 수시로 감시, 동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시 교육청 홈페이지 참여마당의 '칭찬합시다' 코너에 내신등급제과 교육부를 비판하거나 촛불시위에 참석하자는 내용의 글이 쇄도하자 관리자가 모조리 삭제해 버리기도 했다.
“학생들 교육 주체로 인정하라”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에 학생들은 물론,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희망,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교조, 인권운동사랑방,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준), 문화연대 등은 6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는 터져나오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억지로 막지말고 교육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교육의 한 주체이면서도 객체로 전락한 채 지내오던 학생들이 조금씩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분노를 왜 집회라는 집단행동의 형태로 표출할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와 교육관계자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교육당국을 질책했다.
또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학생징계로 탄압하는 행위 즉각 중단 △nocut.idoo.net, cafe.daum.net/freeHS 등 인터넷상의 청소년 활동을 감시·통제하는 행위 즉각 중단 △학생들의 자살과 거리시위의 책임이 교육부 자신들에게 있음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입시와 경쟁 교육의 근본적 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김원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 출범 준비위원도 “학생들의 이번 집회 참석은 희망에서 주최하는 자살학생을 위한 추모제에 학생들이 결합하려는 것뿐인데, 교육부는 이를 폭력시위로 번질 것이라고 규정한 채 원봉 방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김원 준비위원은 이어 “학생들은 지금 입시제도안의 ‘실험쥐’가 됐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실험쥐가 되는 것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움직임을 매도하고 탄압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희망은 따로 성명서를 발표,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 터져 나오는 학생들의 외침을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설사 우리가 집회를 취소해도 학생들은 그대로 갈 것이며 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며 예정대로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신등급제반대추진’ 까페 운영자들도 까페 첫 화면을 통해 “집회는 일부 회원들과 많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개최하는 것인데 그런 분위기를 무시하고 이 까페를 사이버 수사대에 의뢰하겠다는 등에 교육부의 대응은 정말 학생들의 의견을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입시경쟁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집회’는 7일 오후 6시 광화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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