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신등급제 폐지를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여전하고, 본고사 부활론도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어서 2008년도 대학 입시안이 한동안 쟁점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왕좌왕 교육부, 원칙만 되풀이
서울대가 사실상의 본고사를 부활하겠다고 밝힌 후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3불원칙에 변함 없으며 서울대 안이 확정되는 대로 본고사로 볼 것인지 여부를 결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지만 서울대안을 비롯, 대학별고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입하고 방침을 정할 것인지의 핵심적 사안은 빠진 기자회견이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계속되는 가운데, 본고사 부활론과 맞물려 현 고1들의 입시부담 증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4일 '고등학교 학생 학업 성적 부담경감 방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이 방안의 경우 △학교 교육방법의 개선으로 학습부담 경감 △학교 밖 사교육 욕구의 학교 내 흡수 △2008년 이후 대입제도의 올바른 이해 교육 강화 △고교와 대학간 정보교환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방안의 핵심은 중간고사 후 학교현장의 정확한 실태를 조사해 과중한 과제 부담을 줄이고 인성교육과 협동학습 등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 방안에 내신중심 입시제도 자체에 대한 내용이나 상대평가제 관련 개선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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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1년생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7일 촛불 추모제에 학생들의 참여가 가시화되자 교육부는 6일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대국민 호소문과 '새 대학 입학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발표했다. 요지는 수능 한 번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 보다 3년 동안의 내신으로 대학 입학의 기회를 갖는 것이 수험생들에게 더 유리한 일이며, 내신중심으로 가야 학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학부모의 거센 반발은 계속되었고 교육부는 7일 예정된 집회에 학생들의 참가를 막기 위해 각 시교육청에 공문을 통해 원천봉쇄 지침을 내렸다. 교육부의 원천봉쇄 지침은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각 시민사회단체들로 하여금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말한 대로 교육당국은 7일 집회가 별 동요 없이 끝난 것에 대해 안도하면서 후속대책 회의를 열어 새 대입제도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각 대학들과 협의해 대학 입시계획을 6월 경 조기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이 틈에 3불원칙 폐지", 민노당 반발
고1 학생들의 집단적 저항이 불거지자 열린우리당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인데 비해, 한나라당은 6일 긴급대책회의를 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박근혜 대표와 이주호 제5정조위원장, 맹형규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교육부의 졸솔적인 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학교 간, 지역 간 격차를 인정하지 않는 현 교육부안이 폐기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군현 의원은 "3불원칙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할 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7일 논평을 통해 "교육부는 졸속 새 대입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학생선발권을 보장하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고1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교육부의 공교육정상화 방안 자체를 뒤집어엎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노동당은 6일 논평과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민주노동당은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입시제도 개선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대학이 아직도 학생들을 줄 세워 선발하는 고교등급제, 본고사부활 등을 강화하는 조건에서 오히려 내신등급제는 학생들을 일상적인 경쟁과 쉴 틈 없는 입시 압박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하고 "물론 수능 한 번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에 한계를 극복하고 공교육 강화를 위해서도 내신을 강화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대학이 학생선발조건을 더 강화하는 조건에서 학생들을 자살로 모는 내신등급제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들의 호소를 뭉뚱그려 내신등급제 반대로 몰고 그것을 본고사를 부활하는 등 경쟁을 강화하라는 것으로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며 한나라당의 주장을 꼬집었다.
민노당의 이런 입장은 교육부의 내신중심안이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등 과열된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문제가 있지만, 이것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본고사부활이나 고교등급제 적용 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냥 현행 입시제도로 가자"
교육부의 이러저러한 설명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은 쉬이 누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2008년 안 자체가 학생들을 3년 내내 입시전쟁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논술, 내신, 수능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어 3중, 4중고에 처하게 된다고 비판한다. "입시안이 어떤 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차라리 지금 입시제도로 가는 게 낫다"고 대답한다. 따라서 교육부가 6월 대학 입시계획을 조기 발표해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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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입시안의 허와 실
그렇다면 교육부와 정치권과 학생, 학부모가 전부 다르게 평가하는 2008학년도 대입 제도 개선안은 어떤 내용인가. 현행 입시제도와 가장 다른 점은 내신과 수능이 9등급으로 나뉘고 내신이 상대평가로 바뀐다는 것이다. 즉 절대평가 요소인 평어(수우미양가)가 사라졌고 석차백분율(등수)이 아닌 등급 표시만 된다.
이는 작년 고교등급제 논란에서 드러났듯 일부 고교에서 '수'를 받는 학생이 절반 이상일 정도로 내신 부풀리기가 심각, 대학들이 내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9등급만으로 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따르고, 서울대가 논술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처럼 대학별로 다른 방식의 선발 시험을 만들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논술 등의 대학별 고사가 당락을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민주노동당이 지적했듯이 공교육정상화를 목표로 낸 2008년도 교육부안의 경우도 내신중심이라고 하지만 논술과 심층면접 비중이 커지고, 이런 상황에서 내신상대평가에 의해 학생들의 경쟁은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 근본적 문제제기, 구체적 방향 제시는 못해
지난달 29일 서울대가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논술비중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힌 이후 전교조를 비롯한 제 사회단체들은 서울대안이 사실상의 본고사 부활이며 온 나라를 사교육 광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2일 전교조는 '입시 공화국의 서글픈 자화상 - 죽어 가는 아이들과 사교육 부추기는 국립 서울대학교' 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가 그러했다.
이후 학생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현 한국사회의 대학 서열화나 학벌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4일 학벌없는사회는 '서울대와 교육부는 입시교육의 본질을 직시하라'는 성명서를 냈고 전교조도 6일 '학생들의 주장의 본뜻을 직시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교육당국의 집회 원천봉쇄 지침이 나오자 시민단체의 비판의 목소리는 학생들의 자발적 목소리를 막는 교육부로 향했다. 학생들을 교육의 일주체로 인정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었다.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가 공고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살인적인 대학입시경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의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문제제기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비판의 적합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08년 입시안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구체적 방향에 대한 문제는 빈자리로 남아있는 느낌이다.
제 교육주체 함께 할 수 있는 공론의 장 만들어야
이철호 범국민연대 사무처장 인터뷰
그동안 전교조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학서열화가 지속되는 한 입시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러나 당장 2008년도 입시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제시하는 목소리는 없는데
현 상황에서 ꡐ입시제도를 이렇게 바꾸는 게 대안이다ꡑ라고 그 누구도 말할 수가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는데 입시제도만 바꾼다면, 바꾸면 바꿀수록 문제는 쌓여가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범국민연대의 현재 요구는
제 사회단체의 현재 요구는 한 가지다. 교육부가 이번 촛불집회 한 번 넘겼다고 안도하며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의 구체적인 입시정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모든 교육주체와 사회단체가 참석해서 어떻게 교육을 정상화할 것인지 열어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결국 이번 촛불추모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애초에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것이 지금 교육의 가장 큰 문제 아니겠는가.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작년 고교등급제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내신중심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은가
지금의 수능은 실제로 고등학교 교육과 별다른 관계가 없고 대학 교육과도 상관이 없다. 이런 점에서 수능은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 또 대학별전형은 근본적으로 사교육을 조장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학교교육을 입시교육으로 만들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내신의 비중이 강화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입시제도는 내신, 수능, 대학별고사를 다 잘 해야 되는 시스템이다. 내신중심이라고 한다면 나머지의 비중을 약화해야 하는데, 이번 서울대 방안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적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셋을 다 매달려서 준비해야하는 상황에서 내신상대평가제로 경쟁은 경쟁대로 치열해 진 것 아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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