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이 인간의 죄보다 중요하다”

‘데드 맨 워킹’ 원작자 사형제폐지운동 펼치는 헬렌 프리진 수녀 방한


사형제도를 비판한 영화 ‘데드 맨 워킹’의 원작자이자 주인공인 헬렌 프리진 수녀가 한국을 방문했다. 헬렌 프리진 수녀는 1982년 10대 청소년 두 명을 살인하고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와 편지서신을 시작하면서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헬렌 수녀는 이후 ‘데드 맨 워킹’의 원작인 ‘미국 사형제도에 대한 목격담’이란 제목으로 책을 내고 전 세계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형제도 폐지 뿐만 아니라 범죄 희생자의 가족을 위로하고 용서를 구하는 운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달 6일 국가인권위가 사형제도에 대해 폐지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현재 170여 명의 국회의원의 발의로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사형제도폐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6월 국회에서 사형제도 폐지가 본격적으로 논의 될 예정이다. 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김형태 운영위원장은 “사형제도를 폐지시키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최소한 6월 국회에서는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종신형 법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16일 오전에는 헬렌 프리진 수녀와 사형제도 폐지를 발의한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 민주노동당 노희찬 의원이 함께 김수환 수기경을 만나 6월 임시국회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녀의 방문을 추진한 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회와 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20일 2시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지하성당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화해와 용서’라는 제목으로 헬렌 프리진 수녀의 강연회를 열었다. 마니피캇어린이합창단의 여는 노래로 시작한 강연은 헬렌 프리진 수녀의 담담하지만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진행되었다.
  헬렌 프리진 수녀

헬렌 프리진 수녀는 사형수와의 만남으로부터 그가 사형 당하기 까지의 상황과 심적 변화들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사형장으로 향하는 죄수들을 볼 때마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무조건 사형을 집행하기 보다는 최악의 경우 감형이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등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이 인간이 저지른 죄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헬렌 수녀는 ‘세계인권선언 3조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를 인용하며 “세계인권선언에서 보장하고 있듯이 모든 인간의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며, 이는 사형을 저지를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형수들은 감옥에 있더라도 살아있는 쪽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헬렌 수녀는 “한국에서도 하루 속히 사형제도가 폐지되기를 바란다”면서 “세계 105개 국가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었다. 이는 사형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 날 행사에는 ‘유영철’ 살인사건으로 인해 아들, 며느리, 아내를 잃은 고정환 씨가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법무부 장관에서 “유영철을 죽이지마라”고 편지를 보냈으며, 이로 인해 사형제도 폐지 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고민하면서 유영철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이런 마음을 먹고 진정한 평화를 가질 수 있었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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