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시집이 최고” 교수 발언에 "참는다” 75%

‘대학 내 강의 중 언어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청회’ 열려

대학생 중 대부분이 언어적 성폭력에 해당하는 발언을 강의 중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피해 여학생의 75.5%가 이에 대해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5월 2주 동안 이화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학생 546명(여학생 339명, 남학생 207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드러났다.

언어성폭력 실태파악과 대응 모색하는 공청회 열려

강의 중 교수들에 의해 발생하는 언어성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달 교수들이 잇따라 심각한 수준의 성폭력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공동성명을 발표, 강력하게 비판하고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 3일에는 강의 중 언어성폭력의 실태를 파악, 구체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공청회 자리가 마련됐다.

3일 성균관대 법학관에서는 ‘대학 내 강의 중 언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고려대 여성주의일년나기프로젝트, 교수성폭력근절을위한여성주의자연대(관악여성주의자연대모임, 고려대여학생위원회, 성균관대여학생위원회(준), 숭실대총여학생회, 연세대총여학생회, 이화여대여성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전국학생연대회의의 공동 주최였다.

남학생들, 여학생들보다 언어성폭력에 대해 관용적

먼저 관악여성주의자연대모임의 치치가 ‘대학 내 강의 중 언어 성폭력 실태’라는 글을 발제했다. 이 글은 강의 중 언어 성폭력 문제의 실태 및 이에 대한 일반학생들의 인식과 태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것이었다.

관악여모는 “응답학생의 대부분이 언어적 성폭력에 해당할 수 있을만한 발언들을 강의 중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를 성폭력으로 인식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성폭력에 대한 기존 제도의 제한적 이해틀을 기준으로 협소한 이해를 보이거나 혹은 혼란스러워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언어 성폭력으로 충분히 규정할 수 있다’를 중심으로 살펴 볼 때, ‘성적인 단어를 포함하는 욕설’이나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의 경우 남녀학생간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정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의 중 언어적 성폭력에 대한 규정에 있어서 여학생들 보다 남학생이 더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당사자들, “화나지만 참는다” “말해봤자 안 바뀔 것 뻔해”

그렇다면 피해를 경험하는 당사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조사 결과 강의 중 언어 성폭력 피해가 있다고 응답한 여학생 중 75.6%가 “화는 나지만 참는다”고 답변했다. 관악여모는 “대다수 여학생들이 강의 중 언어 성폭력과 이로 인한 불쾌감을 분명하게 인지하면서도 대응하지 못하고 견디고 있음이 확인된다”며 “특히 여학생응답자 중 기타 답변자의 상당수가 ‘말해봤자 안 바뀔 것이 뻔하니까’, ‘일일이 문제제기하기도 피곤하다’는 등의 내용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적으로 강의 중 언어 성폭력으로 인한 불쾌감과 문제의식을 느낌에도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목할 것은 남학생의 경우는 “남의 일이라서”, “나는 사실 별로 화가 안 난다”, “별로 문제라고 생각 안 된다” 등의 답변이 많았다는 점이다. 관악여모는 “이는 남학생들이 실제로 강의 중 언어 성폭력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여성들이 ‘화나지만 참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아 여학생들이 문제제기에 대한 부담을 더 느끼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수의 절대적 권력으로 문제제기 조차 어려워

이어 고려대 여학생위원회 루나의 ‘사건 지원상의 어려움과 문제’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고대 여학생위원회는 “언어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그 발언이 일어난 수업의 수강생 중 개별 피해자가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넘어서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던지며 발제를 시작했다. 강의 중 언어성폭력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며 파급력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특수 상황을 고려할 때, 그 발언을 듣는 주체가 자신을 피해자로 명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서 대학 내에서 교수가 지닌 절대적 권력으로 인해 문제제기조차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고대 여학생위원회는 “교수가 학생의 수업과 학점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의 언어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학생은 교수와의 관계가 나빠져 자신의 학업 성취와 진로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물리적, 신체적 성폭력에 비해 교수들이나 학생들 모두 언어적 성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아 문제제기 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교수들의 권위와 학교의 대처 등으로 인해 사건 처리 단계에서도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제기됐다.

수업자율권, 수업 받을 권리 등 가해자 반론 타당성 없다

이날 공청회 자리는 강의 중 언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법적, 제도적 분석과 대응에 대한 고민도 담아냈다. 한국성폭력 상담소 법정지원팀의 이경환, 조수진은 ‘강의 중 언어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권리 주장 간 논쟁 : 강의 중 언어적 성폭력에 대한 법적 분석’이란 글을 통해 흔히 제기되는 가해교수의 반론 등을 비판했다.

언어성폭력 가해 교수들이 보편적으로 내세우는 논리가 바로 수업자율권의 침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에 대해 “수업자율권이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으면서 “교수의 수업자율권과 피해학생의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교수가 성희롱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하여 수업의 목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양자의 권리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흔히 “같은 수업을 들었지만 문제 못 느꼈다” 혹은 “나머지 학생들이 계속 수업을 들을 권리” 등이 다른 학생들에게 제기되기도 한다. 성폭력상담소 법정팀은 “학생들의 수업권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특정 교수로부터 징계조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수업권의 내용을 과다하게 확장하는 것인 동시에 성희롱의 불법성을 과소평가하고 성희롱을 개인적인 문제로 사소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연세대 총여학생회에서 강의 중 언어성폭력 해결의 어려움을 제도적 문제를 중심으로 짚어냈다. △상시적인 수업 모니터링의 필요성 △실효성 있는 성폭력 예방교육의 시행 촉구 △가해 교수에 대한 실질적 조치 등을 검토한 후 연대 총여학생회는 “강의 중 언어성폭력 근절을 위한 교육부 차원의 제도 확립과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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