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정신지체장애여성이 동네 주민들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성매매를 강요받기도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박모 씨는 15일 광주북부경찰서를 찾아 자신의 정신지체 장애인 딸(A 씨)을 성폭행한 가해자들을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 씨는 지난 3월 자신의 딸이 누군가에게 물리적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자 가해자를 찾고 처벌하기 위해 방법을 찾던 중 광주 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를 찾게 됐다. 상담 과정에서 박모 씨의 딸은 성행위 장면이 담긴 그림을 보자 급격한 반응을 보였고 이에 상담원들과의 대화 속에서 이 여성이 당한 성폭력 사실들이 밝혀졌다.
광주 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광주시 북구 집 근처의 한 호프집 주인이 A 씨를 어떤 손님에게 소개해줬고 이 손님이 A 씨를 모텔에 데리고 가서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호프집 주인은 이후에도 이런 일을 몇 차례 되풀이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후 인근 만화방, 오락실 주인들도 돈을 보여주면서 A 씨를 모텔로 데리고 가거나 차에 억지로 태워 성폭행했다고 전해졌다.
정황 증거, 물증 부족으로 수사 어려울 듯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흐른 데다 물증도 없어 수사와 가해자의 법적 처벌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4월 20일 부산고등법원이 동거녀의 딸인 정신지체여성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김모 씨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해 여성계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어, 이번 사건의 처리가 주목된다.
당시 부산고법은 무죄 선고의 근거로서 “피해자가 초등학생 정도의 지능이 있고 사회적 성숙도가 다른 학생과 비슷하기 때문에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기에 범죄를 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에관한법률 8조는 원래 피해자가 장애인일 경우 성적자기결정권을 보장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더욱 엄중하게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항거불능’에 대해 협소하고 보수적인 법적 해석을 해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정신지체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 없인 가해자 처벌 어렵다”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폭력특별법이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복주 소장은 “정신지체장애인들에 대한 무지 속에서 사법부가 항거불능을 보수적으로 해석, 악용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 판례를 보면 항거불능을 전신에 마비가 있어 움직일 수 없는 사람, 혹은 나이가 아주 어린 사람 정도로 해석한다”고 전했다. 또 “검사의 경우에도 정신지체장애인들에 대한 특성을 전혀 모른 채 끊임없이 증거확보를 위해서 피해자 진술 요구하고, 심지어 가해자와 대질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배복주 소장은 “정신지체장애여성의 경우 아주 작은 위협에 의해서도 가해자들에게 순종하는 특징이 있고 이를 아는 주위 사람들이 성폭행을 저지른다”고 전했다. 또 “정신지체장애인들은 날짜나 시간, 당시 정황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술도 엇갈리고 증거도 없는 상황이 많아 경찰수사에서 문제가 생기고 재판으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신지체장애여성을 위한 쉼터, 상담소 절실”
배복주 소장은 “정신지체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개선과 성폭력특별법개정이 시급하다는 말과 함께 이들을 위한 상담소와 프로그램, 쉼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정신지체인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돼있는데 한 곳도 없는 것이 현실”이며 “관련한 연구나 고민들이 부족하고 그에 맞는 교육방식, 프로그램들이 전문적으로 돼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피해자들을 위한, 정신지체장애인을 위한 쉼터가 전국적으로 필요하고, 각 지역의 상담소 설치도 당장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연 광주 여성장애인연대 성폭력상담소 상담원도 “저희 같은 경우 현재 피해자 보호를 위한 쉼터가 없어서 이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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