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소농이 지배적인 한국농업 구조 하에서 농민 총파업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소농이란 본래 자기 자신과 가족 노동력으로 자신의 토지 또는 임차지 경작을 통해 농업경영을 행하는 생산자 신분을 말한다. 소농 스스로가 농업 자본가․지주이며, 노동자인 셈이다. 따라서 소농 구조 하에 농민의 총파업이란 농민 스스로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스스로를 향해 돌팔매질을 하는 꼴에 다름 아니다.
국내 농민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민 총파업이라 외쳤지만 세상을 요동치는 청천벼락도 없었다. 농촌 몇몇 지역에서 논 갈아엎기, 양파 밭 갈아엎기, 농기계 시위 그리고 미곡처리장 쌀출하 봉쇄 등의 실력행사가 있었지만 그 뿐이다. 도시민이 텔레비전을 통해 안방에서 바라보는 상황은 언론 보도처럼 농민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머리띠를 둘러맨 격이다. 농촌사정을 잘 모르는 세인들은 과거 어느 농민시위와 다를 바 없는 한바탕의 소동 정도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럼 과연 그런가. 그저 잠시 소란만 지나면 농촌도 그렇고, 세상만사가 평상시처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그러기에 엎질러진 물이 너무 크다.
쌀 협상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의사를 물으라는 각계각층의 요구를 묵살하고, 밀실협상․사대매국 이면협상 그것도 주먹구구식으로 임했다는 점이다. 쌀 추가개방은 7천만 겨레의 생명과 350만 농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다.
밀실야합․사대매국 협상의 전형은 WTO협상 규정에도 없이 미국에 국별 쿼터를 허용한 것이다. 이면합의를 통해 미국산 쌀 신규 수입물량의 시장점유율을 매년 0.3%씩 증량해 10년 후에는 28%까지 보장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미국과의 사대매국 이면합의가 빌미가 되어 인도와 이집트 쌀의 구매까지 약속하게 되었다. 그 결과 12월 정부 발표와 달리 10년 후 쌀 의무수입량은 8.18%까지 확대되게 되었다. 8% 이내 의무 수입량 관철로 성공적 협상 타결이라고 자화자찬하던 정부 주장은 새빨간 거짓이었다.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밀실협상과 사대매국 이면협상은 우리에게 천문학적 금액 부담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비용, 중국산 사과․배 수입비용, 인도․이집트산 쌀수입 비용 등 가시적 비용만 해도 1조2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는 또 쌀협상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진 ‘과학적 근거없이 본능적으로 의무수입량 기준을 8%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350만 농민생존권과 7천만 겨레의 생명이 달린 쌀 협상을 통상교섭본부장의 본능적 사고로 재단한 결과이다. 정도를 너무나 지나친 주먹구구식 협상이 아닌가.
쌀협상 결과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농업회생의 구체적 대안 없는 쌀협상 결과는 당장 350만 농민 생존권의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올 9월부터로 예견되던 식탁용 수입산 쌀 시판이 크게 우려된다. 생산비 보장 시비가 있었지만 그 동안 국내산 쌀값 지지는 추곡수매제도가 그나마 버팀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3월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추곡수매제도를 전격 폐지하고 말았다. 쌀 수매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식탁용 수입쌀 시판은 우리 시장에서 수입쌀과 국내산 쌀의 본격적인 경쟁을 의미한다. 국내 대부분의 쌀은 그간 증산위주 정책으로 생산․수확․유통의 체계적 관리 시스템이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수백 개에 이르는 지역 특산쌀 상표가 이를 잘 말해 준다. 우리 쌀이 과연 수출을 위해 엄선․관리된 고품질 수입쌀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미국쌀협회 등의 대대적인 판촉도 예상된다. 쌀협상 청문회에서 농림부 차관은 미국이 자국산 쌀 판매촉진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더라도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중국산 쌀은 저가 공세로 우리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크다. 고품질 쌀시장과 일반쌀 시장 모두에서 우리 쌀의 설자리가 사라지는 꼴이다.
산지 쌀값 추락의 대비책도 분명하지 않다. 식탁용 수입산 쌀 시판 예측과 지난 연말 48만톤에 이른다는 농협미곡처리장 쌀 재고 등의 영향으로 이미 산지 쌀값이 평소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월을 지나 7월이면 쌀 시장은 단경기에 접어들어 소폭이나마 쌀값이 인상되는 것이 통상의 예이다. 그러나 산지로부터의 이야기는 전국 각지 쌀값이 지난 연말 가격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경기에 쌀값이 오르지 않는 것은 실질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80kg 1가마당 14만 원대까지 추락한 사례도 나온다.
그나마 지난 가을 추곡수매를 거친 결과인데 추곡수매가 이루어지 않는 올 가을 쌀값의 우려는 더욱 크다. 정부는 추곡수매제도를 전격 폐지하면서 목표가격 17만원을 기준으로 시가와의 차액 중 85%를 보전하겠다고 한다. 그럴싸한 것 같지만 수많은 쌀품종에서 쌀가격 또한 쌀품종 만큼 다양하게 나타날 것인데 어느 가격을 기준을 할 것인가. 지역차이는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식탁용 수입쌀 시판은 그 동안 환경농업 정책에서 크게 성장해 온 무농약 쌀 가격의 대 혼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무농약 쌀값 폭락 시 이의 기준도 일반쌀과 똑 같이 17만원 기준 가격으로 한다면 농가에게 무슨 이득이 될 것인가. 쌀 수급 계획의 전면적 재검토가 없다면 당장 올 가을 산지 쌀가격 대란을 면치 못할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쌀은 우리 농업의 마지막 보루이다. 전체 농업생산액의 약 40%, 전체 농지면적의 약 60%, 전체 농가의 약 80%, 농업소득의 약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쌀협상 결과가 우리 농업․농촌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이다. 국내 농업에서 쌀산업의 비중을 보고 있는 이 순간 우리는 농민들이 단지 전국 수개 지역에서 겨우 몇 백 평 단위의 논을 갈아엎고, 미곡종합처리장을 봉쇄하는 정도로 총파업 투쟁을 마무리했음에 안도의 숨을 쉬고 있어야 할지 모른다.
쌀산업 붕괴는 곧 우리 농업의 전면 붕괴를 의미한다는 점에 새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WTO체제가 출범하던 1995년 600망명이던 농촌인구가 오늘날에는 35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여년 사이에 거의 절반이 줄어들었다. 그 사이 최소시장접근물량(MMA) 4%의 쌀 수입이 이루어졌다. 그럼 앞으로 10년 8% 이상의 최소시장접근물량 쌀 수입 동안 우리 농민 수는 또 얼마로 줄어들까.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0년 후 우리 농촌에서 40대 미만의 농업경영자 수는 2000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놓았다. 10년 후면 아예 땅을 갈아엎고자 시위하는 농민조차 없는 시절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농민총파업은 정말 농토를 다 갈아엎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하고 우리 국민 소비자들을 향한 절박한 농민들의 호소인 것이다.
이에 오늘날 농민총파업은 농업․농촌 없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농민들의 엄중한 경고임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소농의 한계 속에서도 강행된 농민 총파업은 쌀협상을 포함해 WTO체제 10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절박한 국내 농업․농촌 사정을 올바로 알리고. 이에 근거한 국가․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한사람인 우리 소비자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 농업․농촌이 사라진 세상에서도 당신의 삶은 진정한 안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식량안보․먹을거리 안전․자연경관 보전․지역사회 유지․문화전통 보전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당신은 올바로 인식하고 있는가.
사회 지도층의 국적포기가 비일비재한 우리 세상에서 수입쌀에 기대고 살면 그만이지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무상 공급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오늘의 밀가루 가격 실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특정 국가에 절대 의존 속에서 발생하는 석유 에너지 파동 그리고 이 보다 더 가공할 위협이 될 식량무기화도 별로 대수롭지 않을 일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밀실협상․사대매국 이면협상 관련 족속들 상당수도 다들 이 부류에 속할 사람들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라의 안녕 속에서 아름다운 국토 강산 속에서 자손 대대로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사실 오늘의 피폐화된 한국 농업․농촌의 현 주소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기조 하 국가 경제정책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소비자들의 안이한 행동들에 큰 책임이 있다. 농민들의 농산물 생산비 보장 주장에 농산물 수입개방 운동을 벌이겠다며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생산자와 소비자 대립을 조장하는 국가정책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경우이다. 핸드폰 수입을 위한 굴욕적 한중 마늘협상,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국회비준 방조 등은 최근의 대표적 예들이다. 국익을 가장한 자본의 공세 앞에서 생산자․소비자가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을 빈번하게 잊고 살았다.
그렇지만 우리 농업의 온전한 보호발전의 전제 속에서만 유전자조작농산물․광우병․환경호르몬 등의 먹을거리 안전성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 관념적 사고에 머물며 농민총파업에 적극 동참하지 못한 스스로의 행위도 한번 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쌀 추가협상 반대 투쟁에서 농민단체들이 끊임없이 외쳐온 식량주권의 진정한 의미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한 나의 행동계획은 무엇인지의 물음도 필요하다. 식량주권이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먹을거리를 우리가 원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서 마음대로 생산할 권리이다. 우리는 식량자급률 25% 시대를 살고 있다. 쌀을 제외하면 그 마저 4%대로 뚝 떨어지고 만다. 쌀협상 결과인 밥상용 수입쌀 시판 강제가 현실화 된다면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더욱 크게 위축당하게 될 것이다. 쌀협상 결과는 바로 우리 식량주권에 치명적 훼손을 통한 우리 국민 생명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다. 그리그 그 근저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다국적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 재편의 합법적 수단인 세계무역기구 WTO체제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이 자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식료주권을 올바로 지키는 일은 우리 국민 각자의 삶의 안녕을 위한 것이며, 세계화 반대 그리고 WTO․FTA 반대의 큰 원 속에서의 생산자와의 공동 운명체적 연대를 의미한다.
6월 20일 농민총파업의 연장에서 7개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결성과 함께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6월 28일은 농번기에도 불구하고 전국 10만 농민대회가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농민총파업 대열에 우리는 어떻게 동참할 것인가.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농민총파업의 올바른 이해가 갖추어졌다면 단식 농성지지의 작은 행보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국회비준 저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에 힘을 모아줄 필요가 있다. 뜻을 달리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항의전화 그리고 최소한의 방법인 항의메일 보내기도 작은 보탬이 될 것이다. 일상적으로는 농업․농촌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 국가 정책의 견인을 위한 토론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 일상적인 우리농산물 소비 운동은 더 이상 일방적인 농민을 위한 것이거나 막연한 애국적 차원의 호소가 아니다. 농민들은 소비자들의 우리농산물 애용이 바로 우리 식량주권을 지키고, 아름다운 국토 금수강산을 후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줄 마땅한 책무라는 점을 총파업을 통해 호소하고 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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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흠 님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