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제노동조합 대회 기간에 정식으로 출범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의 주요한 참가 단위 중 하나인 발전노조의 신종승 위원장과 새런 교수는 에너지 산업 사유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유화 흐름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새런 교수는 환경단체들이 급격하게 체제 내화되고 언론플레이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종승 위원장은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201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5%로 확대’ 목표의 허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새런 비더 교수나 스티브 해들리 공공노련 위원장 같은 해외 인사들은 한전을 비롯한 한국 에너지 공기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듯 했다. 아마 에너지 메이저와 에너지 사유화의 폐해를 우리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경험한 그들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공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의도에서 진행된 이 날 인터뷰는 프레시안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새런 비더 교수, 신종승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의 통역은 이번 행사의 국제관련 업무를 분담한 국제서비스연맹의 정혜원씨가 맡았다.
![]() |
새런 비더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에너지 사유화, 에너지 민간 기업들의 폐해를 분명히 지적했다. 그리고 비더 교수나 스티브 토마스 국제공공노련 선임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한전이나 가스공사 같은 한국 공기업들이 그럭저럭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듯 했다. 그런데 타비오스 주빌리 사우스(부채탕감 남반구 연대) 아태지역 간사의 브리핑에 나타났듯이 한전이나 가스공사 같은 한국 공기업들은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 에너지 사유화 시장에 공세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경쟁논리가 판을 치는 공기업에서 사기업과 유의미한 차이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신종승: 사실 한전도 해외사업을 많이 한다. 그 동안은 발전소 건설 수주 같은걸 많이 했는데 필리핀이나 동남아 쪽에 아예 자신들이 발전소를 지을 자본이 없는 나라에 들어가서는 한전이 발전소를 짓고 5년내지 7년 동안 운영하며 직접 요금도 징수 하다가 그 이후에 해당국가에 설비를 체납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발전회사 쪽도 진출을 하고 있는데 송, 배전 사업만 가지고 진출할 수는 없으니 한전 이름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산자부에서는 아예 ‘에너지메이저 육성’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런걸 봐야 된다. 에너지 산업 구조개편이다 뭐다 해서 발전 매각을 정부에서 추진할때 일인데 처음에는싱가폴 파워, 엔론 등등이 다 뛰어들었다가 엔론 사태 터진 이후에는 외국 자본은 다 빠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입찰 참가자는 SK, 포스코, 한화 등 국내재벌들 뿐이었다. 특히 외국자본은 15% 이상의 ROI(Return on Invest: 투자수익률)이 없으면 안 들어온다.
새런 비더 : 흥미로운 이야기다. 지금 지적한 그 문제는 사실 전 세계적 흐름이다. 프랑스의 EDF, 싱가폴 파워나 홍콩등의 국유 전력회사들이 많은 해외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것은 일단 공기업도 시장에서 경쟁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면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각국 정부는 전력, 에너지 산업을 사유화하기 위한 전초단계로 공기업을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상업화 하고 있다. 사유화에 앞서 상업화가 일차적 목표로 제시되고 있는 셈이다.
신종승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겠다. 발전소를 하나 짓는데 7, 8천억 정도가 들고 건설 기간은 5년 정도가 걸린다. 한국 정부는 장기수급 계획을 5년마다 세우고 있는데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 부분은 1%도 안된다. 201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를 5%대까지 확충하겠다고 말하고 발전의 경우 태안 쪽에 조력발전소도 짓고 있고 이런 것이 경영평가 항목에도 들어가지만 이것 저것 모아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공급적 측면에서만 살펴서 대용량 위주, 원자력 위주로 몰고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자부하고 한전에서 그런 정책들을 독점하고 있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그리고 이제는 공급관리가 아니라 수요관리의 측면에서 살피자는게 우리 이야기다.
사기업보다 공기업이 더 낫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신종승 위원장이 말한 것 처럼 일차 에너지원 확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에너지 관련 한국공기업들을 보면...
![]() |
국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압력은 물론 기본 중의 기본 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지구 온난화 관련 정부 보고서의 편집을 맡았던 사람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수년간 보고서를 조작했던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 사람이 백악관을 나와 세계 최대 석유 메이저인 액슨모빌에 들어가기로 이미 결정 됐다는 것이다. 자본과 권력의 결합은 이렇게 강고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시민사회의 압력의 유의미성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
새런 비더 : 그래 맞다. 비관하기가 쉽다. 자본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정부들, 기업에 사로잡혀 버린 정부들...일반 시민들이 영향을 미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심지어 정부와 기업에 저항했던 세력들도 국가와 기업에 포섭되고 있다. 호주의 경우를 보자면 기업의 이익을 조율하는 ‘환경단체’들도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보수적인 친기업적 단체들은 재원을 확보하기도 쉽고 미디어 노출의 기회도 많이 받는 반면 급진적인 단체들은 재원을 확보하기도 힘들고 주류매체로부터 주변화되고 고립되고 있다. 쉽지 않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들 처럼, 일반 민중들도 신자유주의적인 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해 행동으로 옮길 정도가 되어야 이런 상황이 역전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지만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들, 특히 학자들도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주문생산’되다시피한 연구보고서를 쓰기 급급한 경우들도 많다.
새런 비더: 한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호주나 다른 나라의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전문지에 실리도록, 연구비를 받기 위해 과제 검토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친다. 동료로부터 심사도 받고...그런 절차 자체가 정치적이거나 논쟁적인 내용들을 제거해낸다. 같은 분야의 동료들은 대부분 중립적인 척 하지만 다른 연구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싫어해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다. 학계에서 ‘성공’하려면 정치적이지 않거나 혹은 일반인들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도록 어렵고 복잡하게 글을 써야 한다.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
뭐 나 같은 경우에는 인건비도 필요없고 설비도 필요 없는 연구를 해서 돈 들일이 없어 그런 제한을 덜 받긴 했다.(웃음) 그리고 난 학술적 저널보다 일반 서적을 출판하는 것을 선호한다. 궁극적 접근 대상이 다르다.
심포지움에서 나온 의견들을 살펴보면 에너지사유화를 저지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옛날 한전 같은 단일 공기업으로 돌아가느냐의 문제를 두고는 엇갈리는 지점들이 보이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 |
그런데 재생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에 대해서도 기존의 에너지 메이저들이 앞서 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 부분조차 결국 ‘시장화’되어 버리고, 에너지 메이저들이 독점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데
새런 비더: 그건 좀 앞서나가는 우려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현재 거대기업이 재생에너지 부분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나는 그들이 홍보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본다.
빡빡한 일정 소화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의 공식적 출범에 대한 사측이나 정부측 의 반응은 어떤가
신종승 : 굉장히 예민하다. 특히 산자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게 발전산업인데 산자부에서 노골적으로 압력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측은 그 중간에 끼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에너지 사유화와 경쟁 도입 전부다 실패하고 있다”
[인터뷰] 스티브 해들리 국제공공노련 선임연구원
새런 비더 교수, 신종승 위원장과 만남에 앞서 스티브 토머스 국제공공노련 선임연구원과 먼저 이야기를 나눴다. 스티브 토머스 연구원은 현재 국제공공노련의 에너지 관련 연구팀의책임자로 영국 그리니치 대학 비즈니스 스쿨에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스티비 토머스 연구원과의 대화 전문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는가
국제공공노련은 의료 공공성, 물 사유화 문제, 에너지 분야를 커버하고 있다. 나는 에너지 전문가로서 주로 에너지 업종의 다국적 기업이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 가맹조합들로부터 부탁 받는 것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는데 축적된 영구 성과를 통해 다양한 코멘트를 내놓고 있다.
현재 에너지메이저들의 사유화 추세는 과연 어떠한가
나는 자유화라는 말을 사용하는데...자유화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에너지 관련 기업의 사유화 두 번째는 경쟁 구도의 도입이다. 그런데 둘 다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자국 밖으로 확장 일로를 걸었던 국제적 기업들은 점차 그 폭을 줄이고 있다. 기업들이 리스크에 대한 연구나 개별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마구잡이로 신흥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갖가지 문제에 직면해 이제는 투자를 철수하고 있다. 완전히 손을 떼는 곳도 있고 이미 인수한 자산을 도로 매각하는 곳도 있고 하여튼 자산을 재정비하는 추세다.
경쟁구도 도입 측면도 역시 실패다. 전력은 경쟁과 부합되는 쪽의 산업이 아니다. 사기업들도 이런 것을 깨달아 기업 간 제휴, 분할, 재통합 등 갖가지 방법을 통해 재독점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과정에서 재국유화 되는 케이스들도 있나
유럽 이외 지역에서 에너지 관련 자산 재조정이 많이 되고 있는데 3세계 쪽에서는 재국유화 되는 경우도 있긴 있는 것으로 안다.
국제적 에너지 기업들과 한국의 관계는 어떠한가
외국기업에게 있어 한국 에너지산업을 인수하는 그림은 좀 비현실적이다. 한국 에너지 기업은 상당히 규모가 크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어떤 나라에 투자하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일반적인 기업 인수 규모에 비하면 덩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프랑스 EDF같은 경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보기도 했다. 아마 그 쪽 주주들이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국 재벌은?
뭐 한전이 잘 하고 있는데 민간에 넘길 필요가 있겠나? 유럽은 에너지 분야에 경쟁을 도입하려다가 실패했다. 에너지 부분은 다수 생산자와 다수 소비자가 각축하는 경쟁시장으로 운영될 수 없다. 경쟁시장이 아니고 사이비 경쟁시장이라는 최악의 경우로 귀결되는 일이 많았다.
당신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치적으로 올바르냐 아니냐 문제를 떠나 경제적 면으로만 봐도 에너지 사유화는 ‘불합리’한 결과만을 낳고 있다. 정부나 기업조차 이런 문제를 모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유럽에서는 에너지 사유화 추세가 주춤 거리고 있나
유럽의 경우 에너지 자유화에 대한 정치적 ‘신념’이 강한 사람들이 꽤 많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앞서 말한 그런 단점들을 자유화 자체의 근본적인 오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몇 가지 수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세이프 가드(보호조치) 조항을 도입해 에너지 자유화를 떠받치고 있다. 이것은 그들 스스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금은 일반적 국민들이 전력산업 자유화의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진 못했는데 2, 3년 쯤 후면 심각한 문제로 다가 갈 것이다.
한국에 온 이후 정부 쪽하고도 스케쥴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당신의 입장에 대한 정부 측 반응은 어땠나
명백한 신호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여러모로 실망이 컸다. 하여튼 정책 결정권을 가진 관료들을 만나진 못했고 KDI(한국개발연구원) 측과 세미나와 회의를 진행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