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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앞에서 사진기자들의 '환대'를 받은 버너드 에버스 [출처: AP 통신] |
미국판 김우중인 버너드 에버스 전 월드컴 회장에게 25년형이 선고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탄 연방법원의 바바라 존스 판사는 110억달러의 회계분식을 교사한 혐의로 기소된 버너드 에버스 전 월드컴 회장에게 25년형을 선고했다. 연방 규정에 따르면 에버스는 그의 형기에서 최소한 85% 이상을 복역해야 가석방의 기회를 갖게 된다. 이는 다음 달이면 64세가 되는 에버스가 최소 85세가 넘어야 감옥에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월드컴의 전 직원들과 투자자들이 방청석을 가득 매운 법정에서 존스 판사는 “에버스가 입힌 손해의 크기와 범위에 적합한 벌”이라며 “당신은 사기 교사자”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또한 자신도 부하 직원들에게 속았을 뿐이라는 에버스의 변명에 대해 존스 판사는 “당신의 거짓말과 주장은 투자자들의 돈을 갈취한 결과를 낳았고 그들이 진실을 알았다면 다른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외형불리기 급성장 그리고 회계부정, 김우중과 버너드 에버스는 닮은 꼴
경비원, 우유배달부 등의 직업을 전전한 이후 모텔을 운영하던 버너드 에버스는 80년대 미시시피에서 장거리 통신회사 월드컴을 설립했다. 월드컴은 15년 만에 미국 제2의 통신회사로 급성장했고 90년대 주식시장의 최고 급등주로 꼽혔다. 급기야 버너드 에버스는 1999년에 포천지 선정 미국 174위의 갑부로 꼽히기도 했다.
미국 재계의 풍운아 버너드 제임스의 사업방식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그것과 여러모로 유사점을 보인다. 공격적인 통신요금 할인 전략으로 외형은 급성장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던 월드컴에 대해 버너드 제임스는 회계 장부 조작을 저질렀고 주가가 떨어질 조짐이 보이면 다른 통신회사들은 인수하거나 합병해 덩치를 키워 나갔다.
월드컴의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적자폭은 늘어났고 2002년 최종적으로 확인된 월드컴의 분식회계액은 110억 달러에 달했다. 물론 월드컴의 분식회계액은 김우중과 대우그룹의 그것에 비하면 대략 1/3에 지나지 않는다.
일자리와 퇴직 연금 잃은 월드컴 전 직원, “끔찍한 지옥 같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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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너드의 보석금 5만달러는 그의 아내가 지불했다 [출처: 로이터 통신] |
재판 방청객으로 참석한 57세의 전직 월드컴 직원 지노 카발로는 “우리는 단지 정의를 보기를 원했다”고 짧은 소회를 뉴욕타임즈에 털어놓았고 지금은 화이트 플레인이라는 회사에서 일하는 전직 월드컴 세일즈맨 헨리 브륀 주니어는 2003년 월드컴에서 해고된 이후에도 거대한 사기와 연관된 회사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새 직장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으며 저축과 개인 재산을 거의 다 잃었다면서 “끔찍한 지옥같은 시간”이며 “이번 판결에서 얻은 것은 단지 위안일 뿐”이라고 착찹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지난 3월 사기, 위증, 음모등 9가지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고 지난 달 28일에는 미국 연방검찰로부터 무기징역과 별 다를 바 없는 85년형을 구형받은 바 있는 버너드 에버스는 즉각 항소할 입장을 밝혔지만 오는 10월 12일에는 미시시피주의 연방교도소에 들어가야만 한다.
“고령에 심장이상있고 손해도 과장됐다”, 김우중과 에버스 변호내용도 동일
버나드 측 변호인들은 그가 심장에 이상이 있고 고령인데다가 회계 분식 규모와 투자자들의 손실액이 부풀러져 있다며 “25년 형은 너무 무거울뿐더러 항고가 진행되는 동안 수감되어선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한편 지난 2002년 회계부정이 드러난 이후 3년 동안 버너드 에버스는 ‘자신도 피해자’라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 행세를 했지만 그와 함께 기소된 월드컴 전 임원들의 증언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결국 중형을 면치 못하게 됐다.
외형 부풀리기와 분식회계를 통한 사업 급성장, 거품 붕괴와 분식회계 폭로로 인한 몰락에 이어진 투자자들의 파산과 노동자들의 해고, 고령에다가 심장이 안좋아 선처가 필요하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에 이르기까지 김우중 전 회장과 버너드 에버스는 거의 동일한 궤적을 그렸지만 둘의 차이도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김우중과 버너드 에버스의 차이점도 만만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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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중과 버너드 에버스의 죄명은 영어로는 둘다 'FRAUD' |
형사재판을 통한 징역형은 차치하고 이미 버너드 에버스는 채권단에게 집과 전재산을 압류당해 거의 파산한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김우중 전 회장에게는 자식과 아내 명의로 된 수천억원대의 재산이 건재하고 법원은 그 재산은 김우중 전 회장이나 채권자와는 무관하다는 판결을 수차례에 걸쳐 내렸고 지난 3일 서울 중앙지법은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 분식회계에 상법, 민법적 책임이 없다고 면죄부를 부여하기도 했다.
5년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돌아와 서울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우중 전 회장의 공판도 곧 시작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 법원이 버너드 에버스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은 그들이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주주자본주의의 룰을 훼손한 범죄에 대한 당연한 결과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계 경영’을 내세웠던 김우중 전 회장이 ‘글로벌 룰’에 걸맞는 처벌을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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