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6.1 경영혁신안 둘러싼 갈등 최고조

공영성 강화 · 불합리한 관행 혁파, 두 마리 토끼 다 잡아야

KBS노조, ‘정연주 사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14일 서울 여의도 본관 앞에서 1,50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조합원 비상총회를 열었다. KBS노조 진종철 집행부 출범 이래 지속적으로 노사 갈등상을 노출하던 KBS는 지난 6월 1일 정연주 사장이 내놓은 경영혁신안을 내놓은 이후 더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종철 위원장이 10일째 단식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열린 이 날 비상총회에서 KBS본부는 ‘정연주 사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전국조합원 비상총회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 KBS노조는 “우리는 지난 한달 동안 정 사장이 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기를 기대했고, 경영진 인사쇄신을 통해 공영성 강화의 비전을 제시해 주길 바랐다"면서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고용불안 협박 뿐, 경영진의 무책임하고 뻔뻔한 자세만을 재확인했다"라 밝혔다.

이에 앞선 13일, 그간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전국언론노조는 ‘KBS 정연주 사장은 노사 대화에 적극 나서라’는 결의문을 채택해 “우선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정연주 사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이번 사태는 일차적으로 정 사장이 노동조합을 진정한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데서 출발했다”고 KBS본부 측에 힘을 실어주고 나서기도 했다.

일반적 노사 충돌과는 다른 속내

그러나 이번 갈등은 일반적인 노사 충돌과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KBS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잡한 갈등양상을 찾을 수 있다. 직능단체인 KBS PD협회와 KBS기자 협회는 각각 지난 5일과 7일 성명을 발표해 노조와 사측을 모두 비판하고 나섰다. KBS기자협회 성명 제목 '사측은 구조혁신 청사진을 제시하고 노측은 무리한 투쟁을 중단하라'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이 성명에서 KBS기자협회는 "지난 6월1일 발표한 경영진의 혁신안은 KBS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대증요법에 그쳐 경영개선 노력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고 사측을 비판하는 한편 "우리는 당면한 위기의 모든 책임을 경영진에게 돌림으로써 KBS가 안고 있는 불합리한 관행과 구조를 안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한다"다며 "노조집행부는 몇몇 경영진만 교체하면 KBS는 문제없다는 식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대안 없는 극한 투쟁으로는 절대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음을 직시하라"고 노조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6.1 경영혁신안의 내용은

KBS노조, 기자협회, PD협회가 한 목소리로 비판한 이른바 ‘6.1 경영혁신안’은 지난 6월 1일 월례조회에서 정연주 사장이 제시했다. 당시 정연주 사장은 △임금 10%이상 삭감 △특별 명예퇴직 추진 △근무평가 기준 엄격 적용 △KBS코리아 아웃소싱 △비용·사업예산 8백19여억원 삭감 △사장 직속 ‘경영혁신팀’ 신설 등의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방송광고 단가 인상, PPL(간접광고) 허용 △광고총량제 도입 △수신료 인상및 아날로그 티비와 디지털 티비에 대한 수신료 징수 이원화 △방송발전 기금 유예 건의 △공공재원으로 지상파DMB 전국 송신망·중계기 구축 등의 정책방안을 함께 제출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광고단가 인상, 중간광고 허용 등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이미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내용이고 방송 공공성 강화와 공영방송이라는 KBS의 성격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방안이라는 평가다.

KBS PD협회, “우리 스스로 반성과 자기부정을 통해 내부 개혁을 해야 한다”

KBS PD협회는 이러한 경영혁신안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지만 현 KBS노조의 투쟁방식에도 동의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진종철 위원장이 단식에 돌입한 지난 5일, KBS PD협회는 협회보를 발간해 “노조는 정 사장을 신자유주의자라고 공격하면서도 막상 그보다 훨씬 보수적인 수구세력(한나라당ㆍ보수신문)과 동조하는 이율배반을 보이고 있다”며 “노조 집행부는 정 사장을 ‘얼치기 개혁꾼’이라고 하지만 그가 ‘얼치기’였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노조를 비판했다.

또한 “손님처럼 왔다가 떠날 정 사장을 개혁의 주체로 세우지 말고 노조 또는 우리 스스로가 반성과 자기부정을 통해 내부 개혁을 해야 한다”며 ‘거대공룡 KBS’개혁에 스스로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결국 KBS는 노사 갈등 외에 구조혁신 필요성 자체에 대해 지지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PD, 기자 등 방송 현업 직능 단체와 기술직, 경영직 중심의 현 노조 집행부 사이의 노-노 갈등 까지 복잡한 속내를 노출하고 있다.

‘KBS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안팎의 평가가 그리 다르지 않은 점에서 KBS 사태가 공영성 강화, 불합리하고 비대한 기존 관행 혁파라는 양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지점으로 풀려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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