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22일 파업대오 확대

정해선 수석부위원장 "사측의 산별 거부감이 문제"

20일 12개 거점 병원에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보건의료노조가, 사측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22일을 기해 파업대오를 전면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2일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안이 나오는 날이어서, 이는 직권중재 제도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첫날인 20일 저녁 한양대의료원지부의 교섭보고대회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철도·수도·전기·가스·병원사업 등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직권중재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단 직권중재에 회부되면 노조는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으며 중재안이 나오면 노사 모두 이를 반드시 수용하도록 하고 있어, 직권중재제도는 노동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빚어 왔다.

보건의료노조는 노조 '투쟁소식지'를 통해 "(사측이)노사 자율교섭이 아닌 직권중재에 기댄 채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안을 기대하"고 있다며 "사측은 직권중재가 아닌 노사 자율교섭 타결 만이 올해 더 파국을 막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측은 남은 10여개 조항을 비롯한 5대 협약 전 조항의 일괄타결을 위해 책임있게 결단해야 한다"며 "노사 자율교섭을 가로막는 중앙노동위원회 중재안이 나오는 7월 22일 이후에는 총파업 대오를 전면 확대하는 2단계 총파업에 일제히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공백 없었다

파업 첫날인 20일, 의료공백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면서도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필수인력을 투입하고 있는데다 지방공사의료원 등이 아직 (지노위)쟁의조정기간이 끝나지 않아 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희의료원 등 9개 거점병원의 지부교섭 타결과 함께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 현재 보건의료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4대 메이저 병원의 파업 불참도 영향이 컸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전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오후에 양대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했으며 저녁 7시에는 각 거점별 병원에서 동시에 교섭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현재까지 파업대오를 한 곳으로 집결시키는 등의 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각 거점별 파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오후 8시경 병원 사용자들이 노조에 교섭 재개 의사를 밝혀와, 교섭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는 22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안 발표를 앞두고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측, 기업별이면 다 들어주겠다는 분위기"

정해선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 일문일답

-아시아나항공 파업과 함께 여론이 별로 좋지 않다.

여론이야 항상 핑계가 많지 않았나. 가뭄이라는 등 여름철 성수기라는 등. 병원 역시 항상 환자들을 볼모로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알면 진짜 누가 환자를 볼모로 하는 지, 누가 보건의료산업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지 명확해진다. 그러나 언론은 사용자 잘못도 노동자 잘못으로 호도한다.

-직권중재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해를 할 수 없다. 정기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고치겠다고 얘기해왔고 작년 중노위 스스로가 만든 기준(필수인력 유지 등)을 우리가 어긴 것도 아닌데. 직권중재가 사용자들이 불성실 교섭을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자율교섭의 원칙을 가진 노조는 절대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면 불법파업이 되고 다시 공권력 투입이 되는 이 악순환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산별노조를 인정 안 하려는 게 아니면 무엇인가.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로서는, 산별교섭의 정착이 그 전제라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그러니까 말이다. 그런 기조(사회적 교섭)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 노조를 무시하는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중노위의 직권중재 결정과 관련해서 외압 의혹이 일었는데.

중노위가 스스로의 지침을 어긴 점. 신홍 위원장이 직권중재는 잘못된 것이라는 소신을 꺾은 점 등이 그런 의혹을 가져왔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니 '외압없이 이런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가'라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작년에 바로 전면파업에 돌입했지만 올해에는 수위를 낮춰서 시작했다. 그런데도 중노위가 정반대로 입장을 바꾼 것은 중노위보다 강한 힘이 눌렀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빅 4'라고 불리는 대형병원들이 참여하지 않아 타격이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이 있다. 그러나 병원의 특성상 '올 스톱'되는 것보다 트여있는 것도 괜찮은 측면이 있다. 우리의 투쟁력으로 이겨나가는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 같나?

그걸 알면 점쟁이(하하)겠지만, '오래 가면 안되지 않겠나'하는 생각은 한다. 사용자나 우리나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빨리 끝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번 교섭에서 사용자 단체 구성에 의견이 접근된 것으로 안다. 산별교섭과 관련한 전망은?

갈 길이 멀다. 산별은 기업별 노조에서 했던 임금, 근로조건을 뛰어넘는 '정책'을 만드는 데 노조가 참여하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 환자가 피부로 느끼는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사용자측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 교섭에 대한 준비조차 안 되어 있다. 의지 역시 강한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산별을 깨려는 의도가 보인다. 지금 교섭을 보면 기업별노조라면 다 들어주겠다는 분위기다. 산별을 무력화하고 기업별로 회귀하려는 게 그들의 의도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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