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특종 상납하다시피 한 MBC의 어이없는 행보

최문순 체제 출범 후 잘 나가던 MBC, 한계 드러내나

조선일보 특종으로 MBC 직격탄 피하기 힘들어

이른바 ‘이상호 X파일’에 대한 21일자 조선일보 보도는 정계와 재계에 메가톤급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안에 대해 최초로 취재해 녹취록을 입수하고도 몇 달이나 뭉개고 있다 결국 ‘추가 취재를 고려’라며 비보도나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려놓은 MBC는 직격탄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신과 MBC 시사프로그램 ‘사실은’ 팀에 대한 SBS의 관계사인 태영건설의 ‘구찌가방’ 로비사실을 폭로한 MBC 이상호 기자는 폭로 직후 “그곳엔 더 큰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일생일대의 시험과 나는 맞서게 될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히며 미국으로 취재를 떠난 바 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이상호 기자는 “우리 시대의 자본과 언론과의 관계의 실체적인 내면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었는데, 중요한 부분은 마무리하고 돌아왔다”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우회적으로 취재 성과를 드러냈다.

그러나 시일이 흘러도 MBC는 이상호 기자의 취재내용을 보도하지 않았고 ‘카더라 통신’을 통해 ‘이상호 X파일’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사안은 입에서 입을 통해 구체성을 띄고 전해지기 시작했다.

김&장ㆍ검찰에 법률 자문, 이인용 보도부국장은 삼성 전무로 입사

MBC측은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장과 검찰에 법적 자문을 구한 결과 민형사상 책임을 면키 힘들다며 결국 지난달 16일 보도국 간부회의를 통해 ‘보도불가’ 결정을 내렸고 MBC 민주방송실천위, 기자회 등이 항의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의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또한 참여연대가 삼성전자와 삼성SDS를 상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변칙증여 의혹 소송에서 삼성 측의 소송대리인을 맡았던 김&장과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에 법적 자문을 구한 것 자체가 보도를 할 의사가 없었음을 나타내는 한편 X파일에 나온 장본인들의 영향력과 정보력을 감안할 때 탐사보도 내용을 그들에게 고스란히 알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MBC의 현실을 시사하는 장면이 하나 더 있다. 지난 달 4일, 워싱턴 특파원과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를 지내는 등 MBC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이었던 이인용 전 문화방송 보도국 부국장은 지난 6월 4일 삼성전자에 전무로 입사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2일 이인용 전 부국장이 MBC측에 사표를 제출했고 그 다음 날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는 그의 입사를 공식 발표했다.

이른바 ‘이상호 X파일’이 올해 초에 취재 된 것으로 알려졌고 취재여부에 대한 논의가 MBC보도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이인용 전 보도국 부국장의 삼성 입사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문순 체제 출범후 ‘개혁’과 ‘실리’ 양면에서 승승장구하다 만난 암초

  MBC 최문순 사장
지난 2월 25일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문순 부장이 MBC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MBC는 ‘개혁’과 ‘실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승승장구해왔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문순 사장 못지않게 ‘개혁적 인사’인 정연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이 사장 자리에 앉아 있는 KBS가 도청, 단식 등으로 대표되는 극심한 노사갈등과 경영난맥상을 표출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MBC는 노조와 임금삭감안에 합의를 하며 순조로운 ‘개혁’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삼순이’ 신드롬이 말해주듯 시청률 경쟁에서도 타 방송사를 멀찌감치 따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재벌과 거대 언론사에 관한 특종성 사안을 미루고 있다가 결국 조선일보에 특종을 상납한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온 이번 일로 인해 그간 최문순 체제의 MBC가 거둔 여러 성과는 빛을 바래게 됐다. 그리고 보도 보류를 결정한 최문순 사장과 MBC 고위층은 안팎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 MBC와 대비되는 ‘수구보수’ 조선일보의 끈질긴 취재와 과감한 보도

또한 ‘개혁언론’이라 평가받는 MBC가 자본 앞에서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인데 반해 ‘수구보수언론’의 대명사 격인 조선일보는 끈질긴 추적을 통해 국가정보기관의 불법도청, 대재벌과 언론의 정경유착 행태를 폭로했다. 이는 과연 ‘개혁’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다시 던져주는 지점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회사원 김진화씨는 “개혁 언론은 결국 ‘개혁’일 따름이고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이라며 “과연 오늘 MBC 뉴스 데스크가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보도할지 모르겠다. 9시가 기다려진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어 “그 많던 언론관련 시민단체들은 뭐하고 있었냐”며 “만약 MBC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 사안을 끌어안은 채 보도하지 않고 있었다면 아마 반응은 달랐을 것”이라 덧붙였다.

5공 당시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취재해놓고도 보도하지 못한 자괴감에 시달렸다는 최문순 기자는 MBC 노조 위원장, 언론노조 위원장을 차례로 맡으며 언론민주화 투쟁에 나섰고 ‘개혁 인사’로 기대를 한 몸에 안고 MBC 사장에 취임했고 최근에는 ‘삼순이’ ‘금순이’와 더불어 MBC를 대표하는 ‘3순이’로 각광받고 있다.

‘수구보수언론’ 조선일보의 특종으로 MBC와 최문순 사장이 얻은 교훈이 무엇인지 드러나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회사원 김진화씨의 말대로 당장 오늘 밤 뉴스데스크가 어떤 보도를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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