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딸들의 반란'이라고 불리는 '여성의 종중(宗中) 회원 자격부여'에 관련한 소송에 대해 21일, 대법원은 1심, 2심에서 "관습상의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등을 목적으로 성년 이상의 남자 종원으로 구성된다"는 근거로 이루어졌던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고 본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례 변경은 1958년 이후 47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종중에서 소유했던 재산을 종중의 후손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성년 남자에게는 1억 5천만 원, 미성년 남자에게는 1천 6백 50만∼5천 5백만 원 씩 분배했으나, 출가하지 않은 성년 여성과 며느리에게는 3천 3백 만 원 씩, 미성년 여성에게는 1천 6백 50만∼2천 2백만 원 씩을 나누어 주었고 출가한 여성들에게는 "종중의 구성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한 푼도 주지 않아 출가 여성들이 2000년 4월 수원지법에 '종회회원확인'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재판부 의식조사 결과 '종중의 성년 남성만' 69.7% 반대
1, 2심 재판부는 모두 47년 전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해 모두 종중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원고들은 "관습상 종원을 성년 이상 남자로 단정하는 것은 헌법상의 남녀평등권, 양성평등,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2002년 1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재판부가 아닌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전원재판부는 판례 변경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등 특별한 경우에만 소집된다.
또한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위해 2003년 12월 18일에 사법사상 최초로 공개변론을 열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공개변론에서 양측 대리인은 물론 이승관 성균관 전례위원장과 이덕승 안동대 법학과 교수 등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직접 묻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진행한 의식조사에서는 종래 관습대로 성년 남자만으로 하자는 의견에 대해 일반인 집단의 경우 69.7%, 전문가 집단의 경우는 6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이런 과정을 통해 재판부 전원합의로 "사회 환경과 국민 인식의 변화로 인해 종래의 관습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판결의 의미를 밝히고,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우리 사회의 법질서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해야 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왔다"며 "종래의 관습은 종중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로 인해 생래적으로 부여하거나,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종중 회원을 남녀 구별없이 할 것을 판시했다.
![]() |
▲ 호주제 폐지를 위한 여성들의 싸움을 비롯하여 전통사회 가족제도에서 드러나는 여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끊임없는 제기가 되고 있다. [출처: 한국여성단체연합] |
여성단체들, "이것을 계기로 가족의 민주성과 평등을 회복해야"
판결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호주제 이후 가부장제의 마지막 상징을 없앤 것이다"며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1일 논평을 통해 "부계혈통만을 인정해온 호주제가 지난 3월 폐지된 데 이어, 사인(私人)간의 규약에서도 여성을 배제한 조항이 성차별적인 것임을 드러낸 판결이었다"며 환영의 의사를 밝히고, "종중원 자격기준인 분모수호와 제사 등이 우리 전통이긴 하지만 이를 근거로 개인의 존엄을 무시하고 성차별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또한 가족화합의 주체에 항상 있었던 여성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전통적 가족제도 하에서의 여성의 종속적 지위와 호주제의 폐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던 종중 규약을 사회의 변화에 부합하게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며 판결의 의미를 설명하고 "이것을 계기로 가족의 민주성과 평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제사 및 명절풍습 등 가족 내 성차별적 관습들을 건강하고 성평등하게 변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명진숙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은 "지난 3월 호주제 폐지 이후에 전통사회에서 관습적으로 남아있던 제도들의 남녀차별문제를 제기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하고 "전통사회의 여러 가지 관습들은 사회변화에 따라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들은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서 전통사회 가족제도 속에서의 남녀차별 문제가 더 많은 곳에서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판결에 대해 성균관을 중심으로 하는 유림들은 "조상을 받드는 특수 조직인 종중에 여성이 참여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며 이번 판결에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