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조선일보와 MBC, KBS 등을 통해 공개된 이른바 ‘이상호 X파일’ 파문이 거센 가운데 정치권이 대조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은 이번 보도로 드러난 ‘정경유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삼성그룹과 홍석현 주미대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열리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현재까지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노동당, “삼성, 돈다발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가”
민주노동당은 22일 공식 논평을 통해 “국민의 의혹과 분노가 삼성의 이건희 회장을 향하고 있다”며 “이건희 회장이 모든 것을 직접 밝히고, 죄가 있다면 마땅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을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정조준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21일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것과 관련 “정치권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과 정경유착의 생생한 증거를 은폐하려 한 것은 진실과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도전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노동당은 삼성그룹이 ‘X파일’ 관련 보도를 한 전체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삼성판 분서갱유를 하겠다는 것으로 국민을 능멸하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위”라며 “삼성재벌은 돈다발로 하늘을 가리려 해서는 안된다”고 삼성그룹의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삼성그룹은 21일, 이번 ‘X파일’ 보도와 관련 “이번 보도의 위법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후 법적 대응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신문, 방송에 인터넷 매체까지 모든 매체의 보도가 법적 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회당, “정경유착의 더러운 고리 끊어야”
사회당도 22일 논평을 통해 “정경유착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재벌과 자본을 위한 정치로 둔갑시켰다”며 “한 치의 숨김없는 공개와 철저한 조사로 관련자들을 엄중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당은 “‘X파일’의 내용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는 물론 이와 관련한 전현직 정치인과 검사들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가 떳떳하다면 국민에게 진위를 직접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 ‘불법대선자금·정경유착’ 언급 회피, ‘불법도청’ 문제만 부각
한편,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말을 아끼고 있으나, 불똥이 정치권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22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들은 이번 ‘X파일’ 보도로 드러난 ‘불법도청’의 문제만을 강조하고, ‘불법대선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22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국가권력에 의해 불법도청과 어두운 과거사들은 반드시 청산되고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러나 이로 인해 혹시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 민생이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이번 사건의 본질을 애써 무마했다.
김무성 사무총장 역시 “불법도청은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상대의 약점과 치부를 수집하는 전형적인 독재적 수법으로 근절되어야 하는 범죄행위”라며 “하루빨리 도청이 두려워서 핸드폰을 2개, 3개씩 들고 다니는 불편함이 없길 바란다”는 말로 에둘러 갔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 권영세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정원에서 조사를 하고 있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번에 드러난 ‘미림팀’ 불법도청에 대한 국회차원의 진상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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