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들,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없으면 시험 못 본다”
“지문날인이 제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 생각해요. 작년에 주민등록증을 만들라는 통지서가 왔는데, 안 만들었어요. 그런데 대학 입학관리처에서 학생증을 가지고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최근 각 대학들의 2006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을 앞두고 지문날인을 반대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않거나 소지하지 않은 학생들은 비상이 걸렸다. 올해 대입 수시 1학기 모집에 지원한 장 모 양은 ㄱ, ㅇ, ㅎ 세 대학으로부터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중 하나의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으면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장 양은 올해 만 18세이지만, 지문날인을 거부해 주민등록증을 만들지 않고 있다. 또 운전면허와 여권 또한 없다.
전국 114개 대학들은 지난 13일부터 2006학년도 1차 수시 모집 원서 접수를 일제히 시작했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등 각 대학들의 전형 요강을 보면, 대부분의 대학에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만을 신분증으로 인정해 미소지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대학들의 전형 요강에 대해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지문날인반대연대와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은 “효율성을 앞세워 획일성을 강제하고, 반인권적인 지문날인제도를 우리 사회에 고착하고, 지문을 날인한 주민등록증 제도를 반대하고 있는 입학전형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학신분증 인정기준, 금융거래와 선관위 규정보다 과도해
인권단체들은 또 대학들이 제시한 신분증 인정기준에 대해 “금융실명제에 따른 금융거래서 본인확인 절차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신분증 인정 기준 보다도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금융실명제에 따른 은행 거래 시 본인확인용으로 학생증과 청소년증이 기본 신분증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관공서 및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부착되어 있는 신분증’(공직선거관리규칙 82조 2항)을 신분증명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인권단체들은 “국공립·사립학교에서 발행한 학생증 역시 신분증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지문날인에 반대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않거나, 소지하지 않는 지문날인반대자들의 경우 학생증, 청소년증, 학생부사본 등 대체 신분증을 신분증명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학생증 등 인정 안해”
지음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각 대학들이 학생증, 학생부사본 등 여타의 신분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장 모 양의 제보를 접하고, ㄱ 대와 ㅇ 대에 문의한 결과 입학관리과로부터 “장 모 양은 학생증과 학생부사본을 소지하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학생증과 학생부사본을 통한 신분증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대학 스스로가 인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지음 활동가는 “현재 대학이 정하고 있는 신분증 인정 기준은 교육부의 지침이 아니라, 대학이 임의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ㄱ대와 ㅇ대가 인정하듯 현실적으로 학생증과 학생부사본으로도 신분 증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은 학생증과 학생부사본 등 여타 신분증명 수단의 위조가능성을 우려하지만, 그것은 주민등록증도 마찬가지”라며 “대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증 외에 여타 신분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철저하게 행정편의적인 발상에 입각한 불합리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지문날인을 하면서까지 주민등록증 만들고 싶지 않아”
한편, 간신히 시험을 볼 수 있게 된 장 모 양은 ‘앞으로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현재로서는 지문날인을 하면서까지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일을 겪어보니 신념을 지키는 것도 굉장히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살면서 계속 이런 일을 겪어야 된다는 게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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