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한 프로그램인 '음악캠프' 생방송에서 인디밴드 '럭스'의 공연 도중 공연을 함께 하던 다른 밴드 '카우치'의 두 남성이 바지를 벗고 공연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과정에서 갑작스레 일어난 전신노출 해프닝은 "홍대 앞 문화가 다 그렇지 뭐"라는 반응부터 시작해서 이명박 시장처럼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다 단속해서 없애라"는 반응까지 한국사회를 들쑤셔 놓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그 장면을 보고 있었을 무수한 방청객과 여성들에게 가해진 무차별적인 폭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언론은 그저 퇴폐적인 홍대 클럽 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만 되뇌이고 있다. 퇴폐의 정도를 성기를 기준으로 나누는, 김인규 씨의 그림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그렇듯이 그저 그러한 기준을 계속 만들어 내고 있는 저 높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한번 보내주고.
왜 일어나면 안되는 사고였는가
가수의 돌발적인 행동 이후 카메라는 관중석을 비췄다. 관객석에는 주말을 맞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을만나기 위해 나온 많은 소녀들이 있었다. 그녀들은 좋아하는 가수에 열광하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녀들은 그 순간 너무나 조용했다. 여느 가수들이 출현했을 때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학교를 가는 길에 나타나는 흔히 '바바리맨'이라 불리는 아저씨를 만난 표정들 처럼 당황한 모습이었다. '바바리맨'의 예고없는 등장 처럼 가수의 돌발 행동은 그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돌발행동의 당사자들은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옷을 벗었다. 클럽에서 이런 일은 자주 있다"고 자신들의 행동의 이유를 이야기 했다고 전해졌다. 이렇게 남성의 성기는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한 자유의 상징으로 사용된 것이다.
홍대 앞 클럽은 자유의 상징이다. 주류문화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얘기들이 가득한 홍대 앞 클럽들은 기자에게도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래서 홍대 앞 클럽들은 자유의 상징으로 주목 받아왔다. 그래서 기자도 홍대 앞 클럽들을 좋아한다.
기자는 언젠가 홍대 앞에서 한 밴드의 공연을 보았다. 그러나 한 밴드의 공연에서 기자는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거대하게 부풀려진 남성의 성기를 허리에 두르고 연신 허리를 흔드는 모습은 억압되어 있는 성의 해방을 표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성인 기자에게는 자유가 아니라 또 한번의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다. 자유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방의 경험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자유는 남성들만의 자유이며, 성적 자유도 오로지 남성들에게만 주어진다. 여성들은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도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니까 그런 일이 생긴다"며 또 다시 그 사건의 원인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하고, 혼자 여행도 가면 안되고, 밤 늦게 친구와 술한잔 할 수도 없다. 이렇게 남성들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진 자유 앞에 여성은 또 한번 좌절 할 수 밖에 없다.
여성들에게 몸의 자유를 허하라
이렇게 남성들의 성기는 자유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여성들의 성기는 감추고 보이면 안되는, 언제든지 성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치부로 여겨진다. 이는 한국사회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주의 속에서 엉크러진 여남의 관계와 그 속에서 억압된 성적 욕구가 드러내는 폭력성 속에서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에서는 누드 퍼포먼스도 많이 하고, 이는 주류질서에 대한 저항이다"며 약간의 긍정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이러한 진보(?)에 뒤쳐저 있어 이해를 못하는 것 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그렇다. 이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유이다. 여남이 서로의 몸을 폭력적이지 않게 느낄 수 있으며, 서로의 몸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고,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는 반드시 와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왜 여성들의 성이 억압되어 있는지.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왜 여성들은 남성의 성기를 폭력적으로 느끼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원인들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이번 '방송사고(?)'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주말에 텔레비젼을 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기자에게 또 다시 아픈 상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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