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특집]현장1-1.이슬람사원으로 떠나는 삼일간의 휴가

휴가철이다! 강으로 산으로 떠나는 노동자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갈 곳이 없다

8월 1일자로 모 일간지에 여름 휴가철을 맞은 CEO들이 휴가를 반납하고 업무와 씨름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요는 하반기 경영계획 구상에 몰두하거나 에너지축적을 위한 휴식을 취한다는 것.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부동산 종합대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공영개발`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어 장기간 자리를 비우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이달 초 하루 정도만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도 하반기 경영 계획 수립 등 회사 현안에 몰두할 계획을 세웠으며....."

이 기사를 보면서 불편한 심기가 불쑥 든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휴가를 반납하겠다는 CEO들의 선언으로 휴가를 보내게 될, 또는 휴가를 보낸 노동자들이 얼마나 가시방석일까?’와 ‘이런 기사처럼 이 사회가 끊임없이 노동자들에게 노동을 부가,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밝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개발이데올로기’의 합리화, 그러나 ‘우리에게 밝은 내일은 없다. 단지 치열한 오늘만 존재할 뿐’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휴가는 또 다른 노동

““한국의 노동자들, 너무 일만 해요. 휴가도 휴가 같지 않아요. 휴가도 너무 짧아요. 우리 고향 방글라데시는 휴가가 열흘씩 되어서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푹 쉴 수 있는데 한국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올해로 2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는 시틱(방글라데시)씨는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휴가가 또 다른 노동’이라는 생리를 불과 2년 만에 깨달은 듯 했다. 그 역시 ‘한국’의 노동자이지만 또한 ‘방글라데시인’이라는 이중적 굴레가 있는 까닭에 한국인들에게 적용되는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테두리에서조차 배제되어 있다.
그리고 주어진 삼일의 휴가, 그에게 휴가는 무엇을 의미하며 뜨거운 여름, 짧은 휴가를 그는 어떻게 보낼까?

“부산에 바다가 보고 싶어요”

시틱씨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그런 그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 수월하리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약속 전날 갑작스럽게 “오늘 만나자. 오후 7시 이후에 와라. 사장이 간 다음에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약속시간인 오후 7시 안산 반월공단의 그가 일하는 공장에 들어서는 기자를 떨리는 눈으로 외면하는 그에게서 하루 11시간 노동의 피로감보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과 노동 감시에 따른 공포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또한 이는 다시금 단속과 노동감시에 대한 ‘트라우마’로 존재하고 있다고 짐작되었다. 시틱은 “봉고차만 보면 눈치를 살피게 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리고도 1시간이 지난 후에야 공장 5층 그의 숙소로 올라가며 그에게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농을 떨었지만, 그는 여전히 주위 경계를 풀지 않았다.

사장이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는지 원래 공장을 벗어나는 시간인 6시에서 두 시간이나 오버한 8시였다. 그때서야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에는 더욱 춥다’기로 알려진 2평 남짓한 간이 컨테이너 그의 숙소에 다리를 뻗었다. 매일 매일의 피곤을 가족과 고향 생각으로 잠재울 그곳은 그뿐이 아니라 세 명의 동료가 함께 기거하고 있다.

잔인한 질문을 던졌다.
“휴가 기간에 시틱씨가 가보고 싶은 곳을 다 가볼 수 있다면 어디를 가보고 싶으신지요?”
“부산이요”
“부산이요? 왜 하필 부산을”
“바다가 보고 싶어서요(웃음)”
“부산은 너무 먼데...그냥 바다가 보고 싶으시면 강원도로 가세요. 거리가 부산에 반이랍니다(웃음)”

2평의 공간에서 망망대해를 상상할 수 있다면, 잠시 우리의 상상력을 키워보자고 한 질문인데 다소 잔인한 질문이 되어버렸다. 그는 강원도 다녀온 전력이 있었다. 2003년 ‘노동자의 날’이 운좋게 일요일과 겹쳐 다음날인 월요일은 그 주 일요일에 일로 갚기로 언약하고 얻은 삼일의 시간으로 강원도 설악산에 다녀온 것이다. 불과 2년 전일을 ‘그땐 참 좋았지’ ‘그래 그 때는 참 좋았어’하며 회상하는 그다.

“방글라데시는 휴가가 얼마나 되지요?”
“‘라마단’ 끝나고 ‘잎’이라는 휴식기간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있어요. ‘잎’은 라마단 끝나고 두세달 뒤에 또 한번 있어요, 그리고 ‘세털’이라는 휴식기간이 있어요. 그 기간에는 일주씩 보름씩 휴식 기간이 있어요”
“방글라데시에서는 어떻게 보냈어요?”
“방글라데시에 있을 때 저 학생이었어요. 부모님한테 돈 타서 친구들이랑 바다 갔어요. 친구들 만나요. 한국에서 명절에 고향으로 가는 것 봤어요. 우리도 명절에 고향가요. 또 휴가 때는 수도에서 벗어나 바다 보러 가거나 멀리 가요”


시틱은 방글라데시의 자신을 상기하며 한국의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휴가를 보냈음을 말하고 싶어 했다. ‘라마단’은 30일 동안 금식하는 기간으로 이슬람력으로 9월에 시행되는 라마단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매년 10일 정도 빨라진다. 올해는 10월 초순경으로 예상되며, 라마단 기간 동안 무슬림들은 일출 후 일몰 때까지 먹거나 마시지 않으며 부부관계와 흡연도 금하는 등 철저한 금욕과 절제를 지킨다.

“답답해요. 계속 답답해요”

정부가 올해를 '불법체류자 감소 원년'으로 선포한 이후 단속은 더욱 심해졌다. “사장은 조심하라고 해요. 밖에 왔다 갔다 하지 말고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해요” 그러나 우습다. 시틱의 얘기로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밖에 안 나가도 공장까지 와서 단속해요” 공장 안에까지 와서 단속을 한단다. 사장은 “너는 미등록이다. 여기서 해고당해도 어디 가서 일 못한다”는 말만 한단다.

“작년에 휴가 때는 한국에서도 밖에 나가서 친구 만나고 했어요. 옷도 사러가고, 전화도 하러 밖에 나갔어요. 지금은 단속이 심해서 나갈 수 없어요. 밥도 같이 먹고, 친한 친구들이 50명 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단속으로 잡혀갔어요. 강제추방 됐어요. 이제 재미없어요. 나도 언제 잡혀갈지 몰라서 그냥 집에만 있어요. 답답해요. 집에 전화하려고 13000원에 100분 통화할 수 있는 카드 사도 전화 오래 못해요. 답답해요. 계속 답답해요”

시틱은 ‘답답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자국어로 말할 수 없고 한국어로 말하고 답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 때문도 있겠지만 사실상 시틱에게 다른 어떤 어휘도 필요 없다. (이날 시틱은 통역이 있음에도 한국어로 답하겠다고 했다) 그저 답답할 뿐.

그래서 시틱은 떠나기로 했다. ‘바다로 산으로’가 아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으로. 그곳에는 이슬람사원이 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8월 1일에서 3일까지 삼일이다.

이슬람 사원에서 3일간의 picnic

““고향은 너무 멀어요. 그래서 친구랑 둘이서 이슬람사원에 가기로 했어요”

단속을 피해 나름으로 안전한 곳을 찾아 가는 그들이지만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안산에서 서울 이태원까지 그들의 고향인 방글라데시만큼 참으로 멀다. 안산에서 용산역까지 지하철로만 1시간 10분. 그래도 그곳에 가면 고향을 느낄 수 있을까? 그래서 시틱은 기대가 커보였다. 그 기분을 설명하고 싶었는지 기자에게 처음으로 ‘english'를 꺼냈다.

“picnic 알아요?”라며 묻기에 간단한 영어지만 순간 긴장한 나머지 대답이 빨리 나갔다. (짧은 영어가 들통날까봐)
“예 알아요. 소풍이요!”
““네. 소풍가요.(웃음) 뚜비(모자), 반자비(옷) 준비했어요. 반자비입고 자에나마자(기도할 때 무릎에 까는 깔개)를 깔고 기도해요. 이슬람사원에 가면 요리해요. 책도 봐요. 기도해요. 교육도 받아요. 알라신에게 기도 안하면 벌 받아요. 가면 기도해요”

시틱은 프로는 못된다. 그 사이 경계를 풀었다. 아직 자신의 숙소의 이방인을 심어두고 불과 한 두어 시간 만에 경계와 공포심으로 바라보던 ‘눈’에 금새 긴장이 사라졌다. 시틱은 ‘뚜비’도 써보고 ‘반자비’도 몸에 대보고 ‘자에나마자’는 아예 바닥에 깔아놓고 기도하는 포즈도 취해본다.

그에게 그리고 그들에게 ‘이슬람’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의 노동자들이 휴가를 맞아 교회나 성당을 찾지 않는 까닭에 잠시 의문을 품었으나 그 마음을 접기로 했다.

“그냥 답답해요. 단속 나올까봐 걱정돼요. 바다 보러 가고 싶지만 못가요”

7.7 런던 테러 이후 이슬람 사원 파괴와 무슬림에 대한 신체.언어 공격 등의 범죄가 지난해 대비 5배가 늘었다는 어수선한 시국에 이슬람사원으로 휴가를? 이것은 꼭 '기름 붓고 불로 뛰어드는 격'아닌가!
'아니다 그래 뜨거운 줄 알지만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쯤으로 뒤집어 생각하자' 그렇게 보니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만한 휴양지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급휴가인가요? 휴가비는 주나요?”
““작년에도 휴가가 삼일이었어요. 그때 휴가비 안주고 임금도 안주었어요. 이번에는 월급에서 안 깎겠다고 사장님이 말했지만 모르겠어요. 휴가비는 없어요. 휴가기간 동안 배식도 안나와요. 돈도 안줘요”

그래도 시틱은 이주노동자들 중에서도 축복(?)받은 축에 속한다. 휴가 없이, 또한 단속을 피해 일을 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도 많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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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 강제추방 , 휴가 , 미등록이주노동자 , 이슬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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