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첫 방폐장 유치 신청, 금권·관권 여전

반핵국민행동, "지역주민의사 반영할 수 있는 공식적 통로 없어 문제"

16일, 경주시 산자부에 유치신청

  경주시 관계자가 산업자원부를 방문해 방폐장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출처: 산업자원부]

방폐장 건설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 경주시가 16일, 전국 시·군 가운데 처음으로 산업자원부에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유치 신청을 접수했다. 경주시 관계자들은 이날 산업자원부를 방문하여 유치신청서와 경주시의회 동의안 및 위치도 등을 제출하고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일대 30여 만평을 대상부지로 제시했다. 경주시는 지난 11일 유치 신청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경주 시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하여 12일, 시의회에서 재적인원 24명 중 22명이 출석하여 만장일치로 동의안을 가결한 바 있다.

경주시는 "최근 주민 여론조사에서 55.4%가 방폐장 유치에 찬성의사를 밝혔으며, 중저준위방폐장을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이며 고준위방폐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 있다"고 유치 신청의 의미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반핵국민행동은 성명서를 내고 "경주시의 유치신청은 금권과 관권을 이용한 유치활동을 통한 것이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주시, 국책사업유치활동비 명목으로 12억원 유치비용 사용

경주시와 경주시의회는 유치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겠다며 12억원을 국책사업유치활동비 명목으로 예산을 책정하고 유치활동을 벌여왔다. 이에 대해 반핵국민행동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하나씩 듣겠다는 광고와 달리 큰 돈을 지역에 풀어 지역주민들을 현혹시키는 구태의연한 핵폐기장 유치활동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실제 경주시의 주민설문조사 직전 주민들에게는 유인물, 부채, 수건 등이 무작위로 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에서 제시한 방폐장 신청 지역 위치도 [출처: 산업자원부]

또한 경주시의 방폐장 유치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의 마찰도 끊임없이 벌어졌다. 지난 12일 방폐장 유치 동의안이 시의회에 상정되자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는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30-40명이 시의회 건물 앞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시의회는 시간을 가지고 처리하라"고 요구하며 집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의원들과 지역주민들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지역주민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시의원 의장에게 "방폐장 유치과정이 공론화되기 위해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의견수렴 기간을 가질 것을 요구했으나 시의원 의장은 "국가사업의 일정이 바쁘기 때문에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며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헌석 반핵국민행동 사무국장은 "방폐장 건설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정부에서는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주민들의 공식적인 의견수렴 경로도 마련해 놓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짜놓은 각본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며 2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방폐장 건설 과정의 불합리성에 대해 설명했다.

방폐장 유치 지역, 지역주민 간의 갈등 만을 증폭

이번 경주시의 방폐장 유치신청에 대해 산업자원부는 "경주시의 유치신청으로 방폐장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여타 지자체의 유치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군산시는 7월 18일 시의회에서 유치동의안이 가결되었으며, 울진·포항은 유치동의안이 지방의회에 상정되어 있으며, 영덕·삼척도 8월 중에 여론조사를 통해 지역 주민의 여론을 확인한 후 유치신청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헌석 반핵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유치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들은 지역 주민들간의 갈등 만이 증폭되고 있다. 포항은 19일부터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군산도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등 지역주민들의 대대적인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며 "3000억이라는 돈과 각종 선심공약으로 지역주민들을 현혹시키고 있으면서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어떻게 제대로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도 [출처: 산업자원부]

경주시가 산업자원부에 유치신청을 한 16일, 방폐장 유치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은 경주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반핵국민행동은 다음 주부터 대표단이 현재 방폐장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삼척, 군산 등 6개 지역을 순회하고, 지역 별 상황실을 설치하고 주민투표 과정에서 불법 행위들을 신고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방폐장 유치반대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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