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선, ‘우정사업민영화’ 내건 고이즈미 압승

사민·공산당 3%대 군소세력으로 전락, 평화헌법 개헌 논의 힘 실릴듯

전체 480석 가운데 296석 휩쓴 고이즈미 자민당

  12일자 일본 신문은 자민당 압승으로 도배됐다 [출처: 니혼게이자이 신문]
11일 일본전역에서 실시된 총선에서 고이즈미의 자민당이 296석을 확보, 단독 과반수(241석)을 훌쩍 뛰어넘는 압승을 거뒀다. 또한 현재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31석 확보)를 합칠 경우 개헌발의선인 2/3(320석)을 뛰어넘어 일본 정계는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당별 의석수를 살펴보면 자민당이 기존 212석에서 84석 증가한 296석, 제 1야당이 기존 177석에서 64석 줄어든 113석, 공명당이 31석, 공산당이 9석, 사민당(이전의 사회당)이 7석, 우정민영화 반대파가 자민당에서 뛰어나와 결성한 신당 5석, 우정민영화 반대 무소속 13석, 기타 6석으로 집계됐다.

15년 만에 단독 과반수를 확보한 자민당은 도쿄 24개 선거구에서 23개를 휩쓸며 전통적으로 야당 성향이었던 대도시에서도 압승을 거뒀다. 또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67.51%을 기록, 소선거구제 도입 이래 가장 높았다.



총리재선출->우정민영화법안->내각 개편 수순 밟을 듯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고이즈미는 오는 20일 중의원 특별회의를 소집, 총리로 재선출된 후 우정민영화 법안을 다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보도했다. 또한 우정민영화 법안 통과 이후 내각과 자민당 당직 인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관측했다.

고이즈미 자민당의 총선 압승의 후폭풍은 전방위적으로 몰아닥칠 전망이다. 고이즈미의 임기는 내년 9월말까지고 고이즈미 자신은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이번 임기만 채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예상외의 압승으로 연립여당(자민+공명)내에서 임기연장론이 공론화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재개, 이라크 파병연장, 평화헌법 개정도 눈 앞에

또한 이번 총선의 최대 화두가 ‘우정사업민영화라는 ’개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였고 고이즈미의 드라이브가 성공한 만큼 ‘우정사업민영화’ 법안은 압도적 통과가 예상된다. 이밖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재개도 확실시 되고 이라크 파병 시한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정사업민영화 문제로 잠잠해진 개헌논의도 급진전 될 것으로 보인다. 전후 제정된 일본 ‘평화헌법’에 대한 일본 우익의 문제의식이 크게 반영된 자민당 개헌초안이 예상대로 오는 11월 발표될 경우 2/3가 넘는 연립여당에 의해 무난히 통과 될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거의가 자민당 출신 인사지만 좀 더 ‘리버럴’한 성향을 보였던 1야당인 민주당은 선거에서 참패, 당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오카다 가쓰야는 일찌감치 사퇴의사를 밝혔다.

애초 우정사업민영화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나 선거 기간 ‘원칙적으로는 옳다’는 식으로 말을 바꾼 민주당이 공중분해 될 경우 일부는 자민당으로 흡수, 고이즈미 정권이 더욱 공고화 될 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미국식 이미지 정치인 고이즈미의 승부수 대성공

  자민당사에서 총선승리를 자축하고 있는 고이즈미 [출처: 아사히신문]
지난 8월 8일 일본 참의원에서 우정민영화 법안이 부결되고 고이즈미가 의회해산, 총선실시를 단행한 직후에는 자민당에서 조차 ‘당을 쪼개면 총선에서 실패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우정민영화를 ‘개혁과 반개혁’을 나누는 기준으로 몰아붙이며 ‘연금제도 개정, 헌법개정, 이라크 문제’등 주요 사안을 숨긴 고이즈미의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낡은 정치에 대항하는 개혁’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이 일본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또한 ‘파벌’과 ‘당론’의 구성원이었던 일본의 전통적 정치인 상과 다른 ‘신세대 이미지 정치인’고이즈미 모델이 성공함에 따라 일본 정치도 ‘미국식’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본 사회당과 공산당의 몰락이 주는 교훈

  서민증세반대, 헌법수호를 내건 공산당은 전체 480석 가운데 9석을 얻는데 그쳤다 [출처: 일본공산당 홈페이지]

이 밖에 일본의 전통적 호헌세력(평화헌법유지세력)인 공산당과 사민당은 도합 16석(3.3%)라는 초라한 결과를 얻는데 그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전후 일본정치체제에서 자민당 1당 지배에도 불구하고 1야당의 지위를 굳건히 지켰던 일본 사회당은 1987년 국철민영화, 총평 해체, 렝고 출범 이후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3년에는 이른바 좌우동거내각을 출범시키며 사회당의 무라야마가 총리자리에 앉기도 했지만 그것은 마지막 불꽃에 불과했고 군소야당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공산당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특히 사회당의 경우 지난 1993년 보수세력이 분열하며 자민당 정권이 붕괴하자 자민당 정권의 일부 세력과 손을 잡고 최초로 집권에 성공했으나 정체성을 상실하며 대중적 지지기반을 잃고 말았다. 오히려 1993년 보수세력의 분열은 자민당 출신의 민주당 창당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은 ‘리버럴 야당’을 자임하며 사회당의 빈자리를 메꿔 지금까지 1야당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 1955년 자민당과 사회당에 의해 보수-혁신 양당체제가 형성된 이후 40여 년간 정권은 자민당이 잡았지만 1야당인 사회당과 만만찮은 지지율을 자랑했던 공산당이 왼쪽에서 버텨왔다. 그러나 대중을 버리고 정파놀음에 뛰어든지 10여년만인 2005년, 사민당(구 사회당)과 공산당은 그야 말로 군소세력으로 완전히 전락했고 심지어 자민당에 뿌리를 둔 ‘리버럴 야당’ 민주당 까지 몰락하며 자민당 슈퍼파워가 형성됐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수 차례 공개적으로 부러움의 의사를 밝혔던 ‘고이즈미의 승부수’의 대성공이 한국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현재 멕시코에 이어 코스타리타를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오전 고이즈미 총리에게 축전을 보내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것을 축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중의원선거 승리는 고이즈미 총리의 지도력과 개혁 신념에 대한 일본 국민의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축전을 통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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