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투사업장에서 만납시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말하는 '연대'란 무엇인가

"민주노총은 이렇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분노를 모아 비정규직 권리보장, 구조조정, 노동탄압 분쇄, 최저임금제도개선, 노동안전쟁취, 사회공공성강화를 위한 2005 국정감사 투쟁과 이후 재도개선투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지난 22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는 그저 평범한 집회였다. 단상에 오른 이들의 발언이나 구호, 결의문에서는 현실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절박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류기혁 김동윤 두 명의 노동자가 목을 메고 분신했던 이달 초가 퍽이나 멀게 느껴질 정도로.

그러나 중앙무대로 모아지지 않는 참석자들의 얼굴엔 현장의 표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집회장엔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꼬박 19시간, 한달 평균 300시간 가까이를 일하지만 65만원도 받지 못하는 청소용역노동자들이 가장 많았다. 올해 9.2% 인상된 최저임금은 고스란히 이들이 받는 임금이 되는데, 그나마 주 40시간제가 도입되면서 5만원이 넘게 깎였다.

"최저도 정도가 있는 것이지. 단 돈 만원이라도 올릴라면 싸우는 수 밖에 없어"라며 이들은 이틀간의 파업을 벌이고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의 바로 옆으로는, 용역경비들 말고도 공장 안에서 훈련까지 하는 경찰의 폭력에 "머리 꼬맨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몇 명인지 잘 모른다"는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의 깃발이 보인다.

최근 노동부로부터 조합원 전원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지만, 이들은 추석연휴 선물보따리를 안고 공장을 나서는 정규직들을 243일째 지켜 온 천막농성장에서 바라봐야 했다.

이외에도 코오롱, 금강화섬노조, KCC아산공장 지회 등 사회자와 연사들의 발언을 조용히 듣고 있는 노동자들 중 한 웅큼의 울분과 사연이 없는 이는 없었다.

22일로 총파업 백일째인 KCC아산공장 노동자들의 경험은 해괴하기까지 하다.

이 노동자들은 사측의 희망퇴직과 용역화 방침에 지난 3월 허울좋은 '노사협의회'를 벗어던지고 전국민주화학섬유노조에 가입했는데, (주)KCC는 KCC아산공장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유령단체를 만들어서 이들과 '고용안정 임금협상'을 타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 관리자가 손으로 기록한 수첩이 입수됐는데, 여기엔 '비조합원 50% 이상을 확보하면 비대위를 구성하고, 2/3를 확보하면 지도부를 탄핵한다'는 등의 노조 해체 시나리오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다음카페에서 'kcc아산사랑'을 치고 들어가면, 과장급 이하 관리자들과 파업이탈자들이 만든 이 유령단체를 만날 수 있는데 "2007년부터 단위기업도 복수노조가 인정되면 노동 3권을 완전히 보장받는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공공연하고 구체적인 계획도 보인다.

(주)KCC의 부당노동행위는 상당히 특이하긴 하지만 그러나 이 역시 자본이 다양한 방식들을 구사하면서 노조 무력화와 노동 유연화라는 하나의 목표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영일 KCC아산공장지회 지회장은 "요즈음엔 사측이 타 사업장 사례들을 속속들이 파악해 어떻게 하면 탈퇴자들을 늘릴 수 있는 지 한발 앞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투쟁이라도 우리가 무너지면 노조운동이 죽는다는 생각으로 싸우는데 솔직히 이제는 한이 맺혀가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들 장기투쟁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연대는 어려운 게 아니라고 말한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슨 센터나 공대위도 아니고 무슨 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아닌, 이들이 필요로 하는 집회와 선전전에 함께 하는 것이라고.

민주노총의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5일간의 현장순회 투쟁에 들어간다. 100여명의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은 26일 오전 8시 영등포 민주노총을 출발해 원주시청(상애원노조)·포항 수성지회, 27일 현대금속·금강화섬, 28일 엔텍 및 청주 하이닉스, 29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아산공장·아산 KCC, 30일 안산공과대·신세계 이마트 등을 돌며 5일간의 일정을 보내게 된다.

추석연휴 마음이 편치 않았을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 이번 현장순회투쟁이 이들의 초조함과 고립감을 잠시나마 달래주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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