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에 따라 각 정당 지도부 개편 이야기 봇물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여야 각 정당의 지도부 개편 이야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물론 예상된 결과인만큼 선거 전에 예고된 개편 시나리오가 대부분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기세가 만만치 않는 가운데 박근혜 체제가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크게 두 진영 간에 힘겨루기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그런데 4:0의 결과가 승패로서는 대승이지만, 내용에서는 불만족스럽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이러저러한 실정에 따른 반대급부의 요소가 컸다는 이야기다.
조선일보가 26일자 사설에서 "이 정권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오늘을 뭉개버리는 얼치기 주장을 펴는 사람을 보호하느라 사상 처음으로 검찰 지휘권을 발동하는 소동을 벌이지 않았다면 한나라당은 자신의 텃밭을 여당에 넘겨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라는 평가를 곁들이며 한나라당을 질책한 것이나, 중앙일보가 강정규 교수 파문과 국가정체성 논란을 들며 "지금의 상황처럼 상대의 잘못으로 인한 반대 급부나 챙기려는 접근 방식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일갈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 결과 분석을 놓고 국가정체성 논란을 공격 대상으로 놓는 데서 동아일보도 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을 부채질했으며, 다수 국민의 체감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에다 터무니없는 자화자찬과 변명으로 일관한 정권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라고 질렀다.
국가정체성 논란이 4:0 결과에 어느만큼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주장이다.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건 김대중정권 이후 나타난 일반적인 경향이기도 하거니와, 사회적 빈곤의 심화, 고용 불안, 비정규직 확산, 대연정 해프닝 등으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쳐온 조건에서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승리가 선거 훨씬 전부터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정체성 논란이 우익 부동표의 문단속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한나라당 승리의 견인차로 규정하는 조중동의 논리는 여간 억지스런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틈만 나면 우익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는 악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은 26일 밤 긴급회의를 갖고 지도부 진퇴 여부를 28일로 예정된 중앙위-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현 문희상 의장 체제로 내년 지방선거까지 준비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확산될 경우, 현 지도부 사퇴 → 개각 및 정동영, 김근태 장관의 복귀 → 조기 전당대회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의 지도부 개편이 이렇게 이루어질 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정동영, 김근태 장관의 복귀 여부 역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시점의 문제로 거론되어온 문제라는 점에서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관전포인트 두 번째는 역시 각 지역구 후보들간 승부에 어떤 변수가 작용했을까 이다. 이 점에 있어서도 행여나 하며 지켜본 관전자에게 싱거운 결과를 안겨다 주었다. 대구에서 이강철 열린우리당 의원이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을 이길 수 있을지, 광주에서 탄핵 주역이었던 홍사덕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 정진섭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울산에서 정갑득 민주노동당 후보가 윤두환 한나라당 의원을 이길 수 있을지, 부천에서 열린우리당이 한 표를 얻을 수 있을 지 정도가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0:4, 한나라당 완승이었고, 이변은 없었다.
정갑득 낙선 예견된 결과, 지역 노동자의 지지 확보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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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하루 전인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필승을 다짐하는 민주노동당 [출처: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
민주노동당은 딱한 노릇이다. 정갑득 의원이 당선되어야 조승수 전 의원의 억울함도 달래고, 10석 유지로 입법 발의 자격을 유지하고, 진보정치의 국민적 관심도 확보해낼 수 있었을 텐데, 결국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다른 후보간 대결과 마찬가지로 정갑득 후보의 탈락도 선거 전에 예고되었다는 점에서 흥분할 일은 아니다. 유세 과정에서 정갑득 후보는 현대자동차 조합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마음을 열지 못했다. 정갑득 후보는 현차노조 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비정규직을 도입한 장본인이었던 데다 도덕성 시비가 불거진 바 있어 '흠이 많은 후보'로 초반부터 윤두환 후보에 10% 정도 뒤진 상태에서 선거전을 치렀다. 심지어 자신의 출신 현장조직에서조차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갑득 후보는 "내부 문제로 가장 큰 공격을 받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와 노동운동 진영의 도덕성 문제가 상대 후보의 공격의 빌미를 줬다"고 말하고 "이로 인해 내부 단결이 저해되고 우호층이 이탈하려 했던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만큼 노동운동의 혁신을 주창하며 공세적인 여론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는 평가가 강조되는 분위기다. 가령 강승규 민주노총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행각 등에 따른 혁신의 과제가 남 일이 아니라 정갑득 후보 자신의 일이자 민주노동당의 일이라고 적극적으로 제기함으로서 노동자의 닫힌 가슴을 여는 게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동당은 "네 곳의 후보 모두 전심전력으로 선거에 임했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내지 못했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받아들인다"는 논평을 발표, 울산을 제외하면 평소 지지율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결과에 무거운 분위기다. 강승규 민주노총 비리 문제에 침묵하고, 민주노총 지도부에 단위노조대표자회의 연기를 요청하는 등 민주노총의 혁신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후과라는 점에서 혁신의지를 피력한 논평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민주노동당 역시 1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선거 결과에 따른 향후 당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탄력 속에 집권여당 포스트대연정 구도에 관심
관전에 큰 흥미를 주지 못했던 10.26 보궐선거, 한나라당이 4석을 추가한 결과 17대 국회 의석 분포는 △열린우리당 144석 △한나라당 127석 △민주당 11석 △민노당 9석 △자민련 3석 △무소속 5석으로 재편됐다. 탄력을 받는 한나라당과 과반수에 훨씬 미치지 않는 열린우리당의 힘관계로 미루어 향후 정국 운영에 있어 포스트대연정의 여러 가능성들이 점쳐지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대연정 실패 이후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제안, 포스트대연정의 여러 밑밥을 던져놓은 바 있다. 민주당 또는 민주노동당과의 공조 없이는 국회에서 어떤 정책도 관철할 수 없는 여소야대 상황을 계속 맞게 된 이상, 집권여당이 지도부 개편 여부와 함께 앞으로 어떤 포스트대연정을 구사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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