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96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죽음으로까지 가게 됐나요?”

26일 종로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과 차별로 숨져간 이주노동자 합동 추모식’

96명 이주노동자의 합동추모식

1996년 한국에 들어온 후 방직, 도금, 이불공장 등에서 일을 하던 로빈씨는 지난 3월 심근경색 및 심장질환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으나 10월 1일 사망했다. 8개월 동안의 병원비는 4천 3백여만 원, 로빈씨는 이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고국인 방글라데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로빈씨의 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사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등 총 35개 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연석회의)는 26일 종로 제일은행 앞에서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과 차별로 숨져간 이주노동자 합동 추모식’을 열었다. 이는 산업연수제가 도입된 1993년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강제추방 정책과 단속, 산재나 사고, 신변 위협으로 인한 비관 등으로 사망, 자살한 96명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합동 추모식이었다.

96명의 이주노동자들은 1997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임금체불로 인한 자살, 단속반 차량으로 오인 심장마비, 동사 등으로 사망한 이들이다. 특히 2003년 11월 고용허가제 도입 전후로 무려 15명의 이주노동자가 자살, 심장마비, 쇼크, 동사 등으로 사망했다.

  샤킬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산업연수생제도가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며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은 출입국관리규정에 따른 관리대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킬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는 피부색만 다른 같은 노동자”라며 “이주노동자들은 감옥 같은 생활 속에서 저임금, 장시간의 노동을 견디며 생활하면서도 자기 권리도 제대로 주장하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은 “단지 이주노동자들이 바라는 것, 그것은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사회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함께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왜 이들이 죽음에 이르게 되었나요?”

이어 박경서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상임대표의 추도사가 있었다.

“이 순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떠오른다. 회사에 찾아가 돈 달라고 했는데 줄 수 없다는 사측 입장만 확인한 채 집으로 돌아가 술을 마시다 결국 방바닥에 쓰러져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한 이주노동자도 생각난다. 딸의 입학금도 내지 못하고 죽음을 택한 이도 떠오른다. 우리는 무엇을 하였나!”

이날 추도식을 지켜보던 아쉬프씨(파키스탄)는 “자신도 산업연수생이며,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구체적으로 잘 몰랐다”며 “왜 이분들이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한편 지난 17일 마을주민과 지역사업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출입국사무소의 이주노동자 단속연행이 마석 성생공단에서 이루어졌다. 결국 31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연행 됐으나 이중 22명은 풀려났으며 나머지 9명은 위조여권 소지자로 강제출국이 예정되어 있다.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은 “나머지 9명의 이주노동자들은 각서와 비행기표를 확인하고서야 풀려났다”며 “그들은 2주간의 자진출국준비 기간을 통고 받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은 “풀어줬다고 출입국 직원들은 생각할지 모르나, 우리는 풀려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연석회의는 부당한 단속연행과 강제출국에 반대하는 집회를 28일 12시 수원출입국에서, 30일 2시 종묘공원에서 연속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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