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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립공대위 VS 정소모
이완수 관장의 연임 문제로 촉발된 정립회관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애인 당사자들 간 대립으로 불씨가 옮겨가는 양상이다.
‘정립회관민주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정립공대위)의 231일 간의 점거농성 끝에 ‘이완수 관장 퇴임’ 합의로 정리가 되는 듯 보이던 정립회관 사태는 올 6월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가 이완수 전 정립회관 관장을 협회 이사장으로 결정하자 다시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정립공대위는 한국소아마비협회의 이완수 전 관장 이사장 결정에 대해 “광진구청, 협회 이사회, 공대위가 이완수 관장의 퇴임을 합의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 이사회는 교묘히 이완수 관장을 이사장으로 승격시켰다”며 이사장 결정 철회와 현 이사진 전원 퇴진을 요구하며 또 다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소아마비협회 측은 “합의대로 관장직에서 물러났고, 이사장 결정에 있어 법적 하자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정립회관 이용자임을 주장하며, 장애인 당사자 일부가 ‘정립회관이소중한회원들의모임’(정소모)을 결성하고, 정립공대위 측의 주장과 활동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립공대위의 문제제기에 대해 소아마비협회 측의 의견과 비슷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소모는 이완수 관장의 협회 이사장 선임에 대해 “소아마비협회 이사회가 모든 의견을 감안하고 종합적인 검토를 하여 적법한 절차에 의해 내린 민주적 결정이었다”며 “공대위의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며 단지 투쟁을 이끌어 가려는 선전적 구호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정소모 측은 단순히 정립공대위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정립공대위 측의 투쟁과 운동의 방식에 대해서도 ‘정당성과 타당성을 모두 잃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정립공대위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니까 한층 더 비정상적이고 파괴적이며 폭력적인 극렬투쟁으로 치달아가고 있다”며 “현재의 공대위의 투쟁은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와 정립회관을 장악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거나, 또는 노조 살려주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음모론을 제기하며 정립공대위 투쟁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정립공대위와 정소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해 정립회관 사태 해결과 사회복지시설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패여진 양측의 깊은 감정의 골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석형 인터넷장애인신문 ‘에이블뉴스’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정립공대위 측에서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박영희 장애여성공감 대표, 최용기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남병준 일하는사람들 활동가가 참석했다. 한편, 정소모 측에서는 이안중 양천지체장애인협회 회장, 이상호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고관철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윤삼호 대구DPI 소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또 남구현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참석했다.
정립공대위, “정립회관 사태, 이완수 관장의 정년 연장에서 비롯된 문제”
이날 토론회는 주발제 없이 양측 참석자들의 모두 발언과 자유토론 형식으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정립회관 사태의 발단과 원인을 진단한 뒤 2부 토론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탈시설화, 그리고 시설민주화 등의 쟁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선 이날 토론회에서 도마 위에 오른 주제는 정립회관 사태의 발단이 되었던 이완수 전 관장의 임기연장 문제였다.
먼저 입을 연 박경석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정립회관 사태의 핵심은 11년간 관장직을 맡고, 정년을 채운 이완수 관장을 이사회가 정년을 연장시키며 촉발된 문제”라며 “정해진 정년을 지키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시설민주화의 조건이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더니, 한국소아마비협회는 ‘노인복지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 ‘이완수 관장이 갈때가 어디있느냐’는 식의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경석 교장은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노인복지를 위해 관장의 임기를 늘린다’는 발상은 이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소모, “이완수 관장 반장애인적 일 하지 않아 정년연장 문제 없다”
박경석 교장의 지적에 대해 정소모 측 이안중 양천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은 “정년을 연장한 것이 다소 문제가 있다고 할 있지만, 발단은 정년의 연장이 아니라 정년제와 임기제에 관한 문제”라는 말로 핵심을 비껴갔다.
그는 “정년제 보다는 임기제 방식이 더 낫고,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년제를 임기제로 바꿔서 관장직을 연장한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이완수 관장이 반장애인적·반민주적인 일을 해왔던게 아니기 때문에 일을 2년 더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이완수 관장을 적극 옹호했다.
특히 이날 이안중 회장은 2부 토론의 주제인 장애인의 탈시설화와 자립생활을 강조하며 “정립회관 등 시설민주화가 탈시설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 정립공대위 농성에 함께 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정립공대위, "박정희가 임기 연장 위해 유신헌법 만든 것과 뭐가 다른가“
이안중 회장의 주장에 대해 일하는사람들 남병준 활동가는 탈시설화와 시설민주화 관련 주장에 대한 반박은 2부 순서로 미룬 뒤 “정립공대위는 ‘정년제가 낫다, 임기제가 낫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정해진 정년을 지키는 것은 최소한의 민주적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남병준 활동가는 “35년 전 박정희라는 사람이 자신의 임기를 늘리기 위해 유신헌법을 만들었다. 당사자가 수혜를 받는 법을 당사자가 만든 것이다”며 “마찬가지로 왜 이완수 관장과 이사회가 정년이 되자 정년제를 임기제로 바꿨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남병준 활동가의 발언이 끝난 후 이날 사회를 맡은 이석형 에이블뉴스 대표는 “당사자 수혜 금지 원칙을 잘 말해줬지만, 그걸로 (이완수 관장이) 욕먹을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고, 이에 청중석에서는 “사회자는 사회를 중립적으로 봐라”는 등의 항의와 야유가 터져나와 잠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구현, “시설의 관장선출,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의 문제”
1부 토론에서 양측의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남구현 한신대 교수는 “시설의 관장선출 문제는 아주 기본적인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그런데 이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당사자문제, 장애인운동의 이념 등으로 논의가 번지며 장애인계를 양분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논란을 예로 들며 “정립회관은 가장 선진적인 사회복지시설이었다”며 “그러나 그곳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안지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정립회관 사태가 기본적인 민주적 절차와 시스템과 연관된 문제임을 강조했다.
정소모, “관장 정년 연장, 이완수 관장에 대한 평가 내부에서 좋게 나왔기 때문”
계속 이어진 관장 정년 연장과 관련된 토론에서 정소모 소속 고관철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이완수 관장이 관장직을 잘 했으면 더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만할 수 있게 하는 관장에 대한 평가의 문제”라며 “이사회에서 2년을 더 연장해 관장직을 수행하도록 한 것은 그에 대한 평가가 내부에서 좋게 나왔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그 평가에 대해 이의가 있다면, 평가를 공개적으로 할 것을 요구하거나, 그 평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된다”며 우회적으로 정립공대위 문제제기 방식을 비판했다.
고관철 소장의 비판에 대해 남병준 활동가는 “정립공대위가 이완수 관장 개인에 대한 평가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근거로 이완수 관장 퇴진을 주장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그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사회가 독점하고 있는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이사회 구조를 바꿔내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몇몇 사람에 대한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으면, ‘이완수가 나쁜 놈이다, 좋은 놈이다’라는 식의 얘기만 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소모, “관장이 차라리 사퇴를 했으면, 좀 더 빨리 해결될 수 있었을 것..”
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립공대위 박영희 장애여성공감 대표는 “정립사태의 가장 큰 발단은 이완수 관장이 정년을 지키지 않고, 임기를 연장한 것”이라고 다시 한번 쟁점을 정리한 뒤 “이후 논의가 전개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 정소모 측이 정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정년 연장’에 대한 정소모 측의 명확한 입장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안중 회장은 “사실 우리도 이완수 관장이 차라리 사퇴를 했으면, 정립회관 문제가 좀 더 빨리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정립공대위가 정립회관에 매몰된 싸움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에둘러 갔다.
시설민주화는 탈시설화의 걸림돌 VS 탈시설와 시설민주화 함께 가는 것
이어진 2부 순서와 청중들이 참여한 토론에서는 1부 토론에서 접어둔 탈시설화, 자립생활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으나 여전히 양측의 확연한 인식차만 재확인할 수 있었다.
정소모 측은 1부 토론에서 이안중 소장이 제기한 ‘시설민주화가 장애인 탈시설화의 걸림돌’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탈시설화 반시설화 운동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정립공대위가 시설민주화 투쟁에 매몰되어 탈시설화와 자립생활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게 정소모 측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반면, 정립공대위 측은 ‘탈시설화, 자립생활운동과 시설민주화 운동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경석 교장은 “장애인 뿐만 아니라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인권침해와 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원칙과 방향은 탈시설화이지만, 시설 자체도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병준 활동가는 정립회관과 관련된 투쟁이 자립생활운동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립회관은 정립회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동휠체어 반납을 강요하고,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자립생활운동이 이곳에서 함께 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디에서 싸워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소모, "정립공대위 투쟁지도부, 침소봉대와 왜곡된 내용으로 장애인들 선동“
한편, 이날 정소모 측 참석자들은 “사회복지시설의 노조가 장애인 탈시설화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회복지시설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즉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운동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 때문이라도 장애인들의 탈시설화를 반대하고 나선다는 얘기다.
특히 이안중 회장은 참석한 장애인들을 향해 “정립공대위 투쟁지도부는 따로있다. 정립공대위 지도부와 현장에서 싸우는 장애인들은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며 “침소봉대와 왜곡된 내용으로 장애인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말을 마무리 발언으로 대신해 양측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확인케 했다.
남구현, "자립생활 테제,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고려되어야“
토론을 지켜 본 남구현 교수는 “에바다 투쟁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자립생활이 중요한 문제이지만, ‘시설민주화해서 뭘 하겠느냐’는 식의 반응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남구현 교수는 이어 탈시설화 자립생활과 관련해 “영미권에서는 자립·자원·개인주의 등의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접근을 했고, 유럽에서는 사회와 국가의 개념이 강해 사회통합이 가능한 형태로 시설을 바꿔나가는 형태가 되었다”며 “사회가 장애인을 받아줄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자립이라는 것은 방치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립생활 테제라는 것이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고려되지 않는다면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