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메스 '주가조작' 처벌 받을까?

검찰 벌금 73억 원 약식 기소, 시세조종 혐의 기소는 처음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31일 자산 90조원대 영국계 연금 운용사인 헤르메스(Hermes Pensions Management Limited)를 '삼성물산 주가 조작, 시세 조종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외국계 펀드가 시세 조종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투명한 법정 공방

헤르메스는 지난 2003년 11월 삼성물산 주식 777만2000주(5%)를 매입하고 2004년 10월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삼성물산이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특성상 언론 인터뷰는 사실상 '공시'로 간주되는 만큼 헤르메스의 이런 언급은 '기정 사실'로 인정되어 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인터뷰를 본 일반 투자자들이 삼성물산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대거 주식을 사들였고 헤르메스는 그 틈에 보유 주식 전량을 주당 평균 1만 4천 604원에 전량 매각해 292억을 벌어들였다. 그리고 펀드매니저 개인도 5천4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해 8월11일 헤르메스를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헤르메스가 290여 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73억원이 부당 이익으로 인정됐다"며 증권거래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73억원에 대해 약식 기소했다. 또 현재 이스라엘에 머물고 있는 전직 헤르메스 소속 펀드메니저 로버트 클레멘츠씨를 직접 주가조작을 벌인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했다.

검찰의 약식 기소에 따라 법원에서 약식 명령이 내려지면 피고인은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서면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약식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법원의 명령에 따라야만 한다.

헤르메스측에서는 검찰의 발표 직후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어서 헤르메스가 약식 명령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감시센터, 철저한 수사와 처벌 촉구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투기자본 헤르메스에 대한 형사처벌 결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감시센터는 "헤르메스의 명백한 주가조작행위가 알려진지 무려 1년 2개월이 지난 후에, 그리고 시민사회의 비판과 원성에 마지못한 듯이 이뤄진 금감위의 검찰 고발 후 6개월이나 지나서 내려진 이번 처벌은 오히려 매우 늦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만큼은 검찰이 자신이 공언한 대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감시센터는 "정부와 금융 감독 당국은 이제 완전히 드러난 투기자본에 의한 ‘선진금융기법’이나 ‘외자유치’라는 미몽에서 깨어나 금융의 공공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규제와 관련한 법과 제도를 조속히 완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