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이 지역연대 무너뜨렸다"

정의헌 의장, "지금 녹음 되나?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언제 우리가 병원 따지고, 금속 따졌냐. 같이 어울려 다니며 싸우고, 결혼하고 그랬지. 산별체제가 지역연대를 무너뜨리고 있어. 전국단일노조가 민주노조운동이 갈 길 아니야.”

24일 오전 텅 빈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정의헌 전국지역업종일반노조협의회 의장을 만났다. 정의헌 의장은 민주노조운동을 이야기 한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임원선거에 대해서도 할 말은 있지만 아낀다. 그의 고민은 IMF 이후 침체된 노동운동을 어떻게 정세반전을 해 민주노조운동을 발전시킬까에 있다.
  정의헌 의장

정 의장은 200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산에 일반노조 깃발을 꽂았다. 그리고 6년. 전국 21개 조직, 5000명의 조합원을 가진 전국협의회를 건설하였고 의장으로 뽑혔다. 일반노조에 대해 말할 때 정 의장은 겸손하다. 그 겸손에는 아직 해야 할 일과 갈 길이 멀다는 게 배여 있고, 꼭 하리라는 의지가 스며있다.

“아직 조합원 숫자나 단단하기가 보잘것없어. 부족한 것투성이야. 내용도 부실하고. 지역마다 3천에서 5천은 꾸려내야지. 일반노조 조직하는 거? 어렵지만 수공업적으로 작은 곳 한 군데라도 챙겨내려고 하는 거지. 아직 노동자의 90%는 미조직이잖아. 할 일은 많아.”

작은 곳 한 곳이라도 챙겨야지

IMF 이후 작은 규모의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묶어세우며 건설됐던 일반노조는 민주노총에 헌신적으로 복무하며 건설하려고 한다. 민주노총이 튼튼할 때 일반노조도 발전할 수 있고, 일반노조는 민주노총이 아직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챙기려는 데 힘을 쏟으려고 한다. 하지만 산별체제 전환으로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생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한마디 한다.

“산별이 아니라 전국단일노조 해야 해. 다 모여도 자본에 밀리는 판국인데, 16개 연맹으로 쪼개 따로 대응해서 되는 게 아니야. 다 붙어도 깨질 판인데, 자기요구 가지고 싸우면 지게 돼 있어.”

지역의 대기업 노조는 지난 시절 지역의 중심이자 선도적 역할을 했다. 지역노동운동의 책임 있는 역할을 맡아왔다. 지금은 대기업 노조가 지역에서 연대의식이 흐려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역노동운동에 대한 책임의식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산별의 큰 이름을 이야기하지만 지역 연대에 대한 책임성을 가지려고 하지도 않고, 무관심한 게 현실이야. 자기 지역의 투쟁 사업장은 몰라도 다른 지역 같은 산별 사업장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

산별이 아니라 전국단일노조

지역에 무관심해지고, 산별로 고민이 집중되면서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연대는 포기 상태라고 한다. 산별연대는 정치 연대이고, 상층 연대이고, 일회적 연대이며, 엄청난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산별로 가면서 지역에 무관심해지고, 전에 있었던 지역에 대한 책임의식도 흐려졌다고 한다.

“전노협 시절 투쟁이 있으면, 금속이니 병원이니 따지지 않고 달려갔어. 지역의 대기업은 책임감을 갖고 싸움을 이끌었고. 함께 어울려 싸우고, 결혼하고 했잖아.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결합되어야 늘 일상적 연대를 통하여 대중 속에서 투쟁하고, 검증될 수 있는 거야.”

24일 오전 국회 앞 천막농성장은 비었다. 전국비정규연대회의(전비연) 단식에 참가했던 정 의장은 천막을 지키며, 상경을 했던 금속노조 투쟁사업장 조합원들이 지역으로 돌아가려고 차를 타자 일일이 악수를 하며 배웅을 했다. 인사를 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천막은 국회 앞을 지킨다

“단식 며칠 하셨죠?”
“뭘, 며칠 해. 시작하자마자 끝났지.”

단식기간을 묻자 계면쩍은 듯 두 손을 눈으로 가져가 얼굴을 쓸어내린다.

“지금 녹음되는 거야.”
“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지금 녹음 되는 거야

귓속말하듯 조용조용 속삭이듯 이야기를 하던 목소리에 조금 힘이 들어간다. 천막농성장 밖을 계속 곤봉을 들고 왔다 갔다 하던 경찰들의 발소리와 속삭이는 이야기 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던 천막 안에 정 의장의 뜨거운 눈빛과 목소리가 장악을 한다.

“산별체제에서 지도력은 자연스럽게 조합규모와 돈 많이 내는 노조로 가게 되어 있어. 대중적인 검증을 할 수가 없어. 한 이빨하고, 조합 숫자 많으면 되는 거야. 일상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되는 거야. 그러다보니 상층에서 정치적 연대만을 하고 대중을 통제하며 끌고 가는 거야. 민주노조운동이 관념적으로 흐르고, 정치권력 중심으로 치우쳐 있는 현 산별체제를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검증할 수 구조로 가야 해.”

한 번 터진 그의 목소리는 쉽게 멈출 것 같지 않다. 이번 민주노총 임원 선거로 이어진다. 앞에 녹음 중인 MP3은 이미 그의 눈에서는 사라진 거다.

“작년에 모 연맹에서 탈퇴한 조합이 다른 연맹으로 갔잖아. 나는 어느 쪽이 문제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아. 그런데 그 연맹에서 부위원장 후보를 두 명을 냈잖아. 그리고 한 명은 분열 당시 위원장이었잖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당시 위원장으로 어떤 형태로든 책임이 있잖아. 정당성을 말하기 전에. 어떻든 연맹이 깨진 것 아니냐. 지도력의 문제지. 나온다고 해도 내부에서 말려야지.”

내부에서라도 말려야지

아직 조합원도 적고, 수준도 열악한 일반노조 대표로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피하고 말을 아꼈지만 가슴 속 응어리를 누를 수만은 없었나보다.
  정의헌 의장

“싸움도 힘이 없으면 질 수 밖에 없어. 지금 민주노동운동 세력 다 끌어 모아도 소수잖아. 어디서 꿔 올 수도 없고. 지금 있는 세력들끼리 뭉쳐 싸워 나가야지. 비판만 해서는 안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모범을 만들어야지. 일반노조는 지역에서 실천적으로 대중에게 검증 받으며 싸울 거야.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실천 활동이 중요해. 적대해서 우리끼리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며 문제를 극복하는 게 일반노조의 정신이라고 생각해.”

모두 산별을 이야기 할 때 전국단일노조를 이야기하고, 일반노조를 만들 때, “조직전망이 뭐냐? 산별로 가는데 너희는 어찌 할 거냐?”라는 시비에 가까운 질문을 받기도 했다.

“부산에서 환경미화원 조직하고, 호텔 룸메이트 아줌마들과 투쟁을 함께 하면서 일반노조를 이해하기 시작했어. 경북 같은 경우는 민주노총에서 재정과 사람을 내며 중심사업으로 끌어안았고. 일반노조 5년 사이에 엄청나게 변한 거야. 논쟁보다는 현장에서 실천이 필요한 때지.”

아직도 일반노조 자리매김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다. 정 의장은 늘 귀를 열어놓고 조직 전망을 듣는다. 상담소에 찾아오면 20명 이상 사업장은 일반노조에 보내지 않고, 20명 이하 사업장만 보낸다는 원칙이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아직 미조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90%인데 영역을 규모를 고민할 때는 아니라고 한다. 조직해야 할 곳은 아직 너무 많기 때문이다.

조직할 곳은 넘친다

“19세기, 20세기 초에 산별이 처음 등장할 때, 숙련공 중심에서 비숙련공을 아우를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고, 혁명적 정세 속에서 투쟁을 하며 건설 했어. 혁명적 정세, 전환적인 정세를 만들어야 해. 힘의 관계에서. 형식만 산별로 가는 것은 결국 기업별 노조 통합 밖에 안 되지. 그래서 당면 비정규투쟁이 중요한 거야. 정규직, 조직된 노동자만으로는 부족해. 광범위한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를 주인으로 세울 때 혁명적 정세를 만들 수 있고, 그 싸움에서 형식적인 조직이 아닌 내용이 꽉 찬 조직이 되는 거야.”

단식 뒤라 아침을 죽으로 때운 정 의장은 식당에 들어가 기자의 밥그릇에 자신의 밥을 덜어 준다. “예전엔 단식하고 곧바로 밥 먹고 했는데, 이젠 그러지 마래. 나이가 들었으니 조심해야 한 돼.” 82년 대학을 마치고 노동자의 길에 들어 선 정의헌 의장. 스무 해가 훌쩍 넘어선 민주노조운동의 한 길. 그의 열정은 아직 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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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정의헌의장님의 고민은 현재의 민주노조의 문제를 고스란히 담아냈던 것을 보여준 단초입니다.
    정파가 없어지고 운동이 제대로설려면 지역운동의 복원이 우선입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함께하도록 지역에서 하겠습니다.

  • 그리고 저 협의회는 민주노총과 별개 조직인가요?

  • 희망

    식당종업원, 웨이터, 슈퍼마켓종업원, 사무직 등 비교적 소규모(2~3인 등) 회사에 다니는 경우 -이런 경우는 주위, 또는 본인이 즐펀하게 볼 수가 있을 겁니다. -에는 자체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기가 힘들 겁니다. 이런 경우 업종을 망라하여(상관없이) 통으로 모으는 것입니다. 지역일반노조에 소속되면 일반노조가 소속된 사람들을 위해 소규모 업체들에 최저임금 위반, 해고, 임금, 처우개선 등에 대해 요구할 수 있고, 소규모 사업장은 이러한 일반노조의 요구에 응해야합니다. (나름대로 적어보았습니다. 정확한 것은 따로이 찾아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