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집에 전기가 안 들어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는가? 물론 솜씨가 있는 사람들은 두꺼비집을 열어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한국전력 고객센터’로 전화를 할 것이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면 대부분 여성들이 전화를 받는다. 집에 전기가 안 들어오면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전화를 하는 대부분은 목소리를 높이기 나름이다. “책임자를 바꿔라! 사장 바꿔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고객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침착하게 문제 사항을 접수하고 기다려 줄 것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들은 목이 쉬고, 목에서 피가 나도록 전화를 받으며 ‘한국전력’의 문제점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고객센터 전화상담원들이다. 그녀들은 대부분 아이의 엄마이고, 한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인 여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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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 그녀들은 비정규직이다. ‘한국전력’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녀들은 시간당 17~20건 이상의 전화 상담 업무로 인해 목이 잠기고, 갈라지고, 부어오르는 통증에도 잠깐의 휴식도 가질 수 없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이 당하지 않는 상시적 업무평가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매달 발표되는 하위 10%에 해당되지 않기 위해 커피한잔 마실 여유도 없이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 하위 10%에 들게 되면 “놀았냐?”라고 말하는 관리자의 인격적 모독을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10년을 일해도 시급 5200원 계약직, 이제 회사를 나가라?
그녀들은 이렇게 7년, 10년이 넘게 일했지만 비정규직이라 임금은 여전히 시간당 5200원으로 계산된다. 정규직으로부터 수없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인간적 모욕을 받고 일하지만 그녀들은 “열심히 일하면 1년짜리 계약직을 면할 수 있겠지”하며 묵묵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하루 아침에 한국전력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한국전력’은 ‘경영의 효율성’과 예산 문제를 들먹이며 그녀들의 일자리를 아웃소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국전력은 3월 6일, ‘고객센터 운영의 전문화 및 선진화로 경영 효율성 제고’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아웃소싱 업체를 전격 발표하고, 그동안 묵묵히 일해오던 계약직 전화상담원들에게 전적동의서를 요구했다.
그녀들은 너무 화가 났다. “우리는 한 가족이고, 당신들은 한국전력의 꽃이고 얼굴이다”라고 부려먹을 때는 언제고 “이제 필요 없으니 아웃소싱 업체로 가서 일해라”라고 말하는 회사를 그녀들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한국전력비정규직노조’가 그것이다. 이광숙 한국전력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그래도 공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서 관리자가 무시하고, 열악한 조건에서 목에서 피가 나도록 일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전적동의서 한 장 쓰고 아웃소싱 업체로 가서 용역직으로 일하라는 게 말이 되냐”며 노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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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전화상담원들 노조 만들려 하자 복수노조라 안된다며 이의제기
그러나 그녀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2월 27일 ‘아웃소싱 철회! 정규직화 쟁취!’를 걸고 지난 2월 27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86명의 전화 상담원들이 모여 설립총회를 열었다. 그리고 28일, 중구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28일 한국전력 서울본부장을 면담했다. 한국전력 서울본부장은 “나의 권한을 이미 벗어났으며, 3월 5일 계약 만료자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며 “법적으로 대처 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한국전력은 노조가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자마자 복수노조라며 행정관청에 이의 제기서를 넣었다.
그리고 한국전력은 6일, 일방적으로 아웃소싱 업체를 발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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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비정규직노조는 7일, 한국전력 서울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하지만 그녀들은 이제 그저 관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치만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7일 오후, 한국전력 서울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직 팔뚝질도 어색하고, 노동자민중의 투쟁의 노래라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도 다 못 외우지만 그녀들의 눈빛에서는 “이번 싸움에서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노동자의 당당함이 묻어났다.
"7년 동안 한 가족이라 해놓고... 이제 나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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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숙 한국전력비정규직노조 위원장 |
이광숙 한국전력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투쟁발언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가슴이 답답해져 말을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이광숙 위원장은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전형적인 주부이다. 근데 회사에서는 마치 내가 빨갱이 단체 대표나 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7년 동안 한전 가족이라고 했으면서 이제 와서는 고용승계 해 줄 테니 용역 회사 가서 잘 해봐라 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억울함을 토해냈다. “한국전력 서울본부장에게 항의하니까 여기 그만두면 식당가서 일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한다. 그래 식당가서 열심히 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일한 노력만큼 꼭 얻고 가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광숙 위원장은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나는 정부의 비정규 법안이 통과되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이제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며 “법안 통과된다고 하는데 왜 우리 같은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쫓겨나야 하는 것이냐. 왜 노조도 제대로 못 만들게 하는 것이냐”라고 정부의 비정규 법안이 비정규 보호 법안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 내모는 한국전력“
한국전력비정규직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약자에게만 고통을 강호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아웃소싱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밝히고, “노동조합 설립 총회 장소에 나타나 감시하고, 설립신고서를 제출 한 당일 오후에 행정관청에 찾아오고, 복수노조라 주장하며 장문의 이의 제기서를 접수해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는 거대기업 한국전력. 약자에게만 한 없이 강한 한국전력의 오만함을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녀들은 아웃소싱을 철회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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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들을 쫓아내고 고객에게 빛을 줄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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