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한미FTA 무지, 관행적 보도"

‘침묵하는 미디어, 잠을 깨라’ 토론회 ①


지난 28일 한미FTA에 반대하는 전국 270개 단체가 참여한 ‘한미FTA협상저지를위한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출범했다. 270개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을 노동, 민중, 시민, 인권단체 등이 망라된 전 운동진영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미FTA 협상 저지를 위해 미디어, 교육, 교수학술, 문화예술 등 각 부문영역별로 공동대책기구가 잇달아 출범하고 있듯 한미FTA가 몰고 올 파장은 한국 사회 모든 부문에 걸쳐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사회 대부분 구성원들이 한미FTA 협상을 받아들이는 반응은 그 이전 IMF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한미FTA에 대해 정부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읊조리고 있는 한국 언론의 침묵에 주목한다. 여론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종이신문들의 경우는 두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제는 개혁성향의 인터넷 언론들도 그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 사회 언론의 거대한 침묵의 배경은 무엇이며, FTA협상의 본질은 무엇인가? 또 방송, 신문, 인터넷 매체 등 한국의 언론은 과연 한미FTA 협상과 연관된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닌가? 또 한미FTA가 진보적 인터넷언론들에게 부여하는 역할을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 진보적 인터넷매체들이 모여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30일 프레스센터 11층 한국방송광고공사 교육실에서는 ‘침묵하는 미디어, 잠을 깨라’라는 제목으로 ‘한미FTA 저지를 위한 미디어 실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한미FTA저지시청각미디어분야공대위’(시청각미디어공대위)가 주최하고, 인터넷언론네트워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지역인터넷언론연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미디어정책포럼이 주관했다.

1부 발제, 2부 토론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1부 사회를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이 맡았고, 양문석 시청각미디어공대위 정책위원장, 이재희 언론노조 부위원장, 유영주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국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양문석, ‘친미관료 감언이설에 당한 대통령’, “시민사회 답답함 묻어있는 ‘음모설’”


  양문석 시청각미디어공대위 정책위원장
이날 첫 발제를 맡은 양문석 시청각미디어공대위 정책위원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농촌경제연구소 등 정부 측 기관의 자료에 근거하더라도 연간 8조원의 손실과 350만 명으로 추산되는 한국농촌은 사실상 괴멸하는 엄청난 일들을 왜 벌이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한미FTA 추진 에 물음표를 그린 뒤 그 배경으로 제기되고 있는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 △한미FTA와 한반도 평화의 맞교환 등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350만 명의 농민과 수많은 영화인들 그리고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로부터 ‘생존권 침탈자’로 낙인찍히는 등 자신의 지지기반을 송두리째 날리며 진행되는 한미FTA가 무슨 정치적 실익이 있는가? 또 이라크 파병 당시에도 북한의 평화보장과 이라크 재건 경제 특수를 얘기했지만, 과연 실현되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특히 양문석 정책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교통상부의 친미관료들의 엉터리 자료와 감언이설에 의해 대통령이 설득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무슨 동네 구멍가게를 운영하는가”라고 반문하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참으로 황당무계한 발상이지만, 현 정부가 한미FTA협상을 강행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시민사회의 답답함이 묻어 있는 ‘음모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FTA, 한국 방송 초토화와 민주주의 붕괴 가져올 것”

이 같은 상황인식을 기반으로 현재의 한미FTA는 미국에 의한 한국의 군사적·경제적 종속 그리고 여론 장악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양문석 정책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여론장악의 측면에서 미국은 한미FTA를 통해 대중적 여론 확산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방송부문의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문석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남한의 대표적 신문들인 조선, 중앙, 동아가 미국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해 왔지만, 여론 확산 능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상파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며 “높아지는 반미의식 및 반미여론 확산을 차단함과 더불어 친미의식과 여론의 확산을 위해서 지상파는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양문석 정책위원장은 미무역대표부가 발행한 ‘무역장벽보고서’ 내용을 제시했다. 무역장벽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방송과 관련해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한국산 프로그램 의무 방영율을 규정한 방송법 개정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지분참여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라디오와 지역 방송 등에도 광고를 강제 할당해 이들의 생존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여론과 문화 재생산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현재 영화의 경우 총 상영시간 100분 중 25분, 애니메이션 45분, 국내대중음악 60분 이상 한국산으로 방송하도록 정한 방송법은 스크린쿼터와 마찬가지로 문화정체성과 여론의 다양성을 지키는 안전장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와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방송영역에서 설정되어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대해 미국은 끈질기게 규제완화를 요구해 왔고, 한미FTA는 그 결정판이라는 게 양문석 정책위원장의 논지다.

특히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소유지분 참여 허용 요구에 대해 양문석 정책위원장은 “외국인 지분참여가 허용되면, 일단 신문과 방송 겸업 금지 조치가 풀릴 수밖에 없고, 외국인과 국내재벌들이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지상파 방송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외 자본들은 모든 지상파 방송에 대해 민영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상파 방송을 국내외 자본들이 장악하는 순간, 한국의 방송들이 가지고 있는 보도기능은 극단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한미FTA는 한국의 방송을 초토화시키는 한편, 한국의 민주주의의 자체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이재희, “기자들의 무지·관행적 보도행태·협소한 취재원 범위 문제있어”

  이재희 언론노조 부위원장
이어 ‘한미FTA와 신문’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진행한 이재희 언론노조 부위원장은 “구독률로 따져 80%이상을 조중동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모든 신문들이 한미FTA 문제를 잘 분석한다고 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재 한국의 척박한 신문 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겨레, 중앙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신문 등 5개 종이신문의 한미FTA 보도 태도와 관련해 “5개 신문 중 유일하게 한겨레가 한미FTA에 대해 무조건적 찬성론을 펼친 다른 신문들에 비해 FTA라는 세계 자유무역체제에 대한 일반적인 찬성을 전제로 하면서도 한국의 상황에서 한미FTA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냉철함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미FTA에 대한 신문 보도 행태 분석

이재희 언론노조 부위원장 지난 1월 1일부터 3월 28일 까지 한겨레,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5대 일간지의 FTA 관련 보도 내용을 정리 발표했다.

1) 한겨레
전체 58 건의 한미 FTA 관련 기사 중 사실 기사(해설 포럼)는 모두 39건으로 이 가운데 찬성적 태도를 보인 기사 13건이었고 반대 의견을 보인기사가 18건, 찬반의 태도를 확인할 수 없는 유보적 기사가 8건 이었다. 기고나 칼럼은 이 역시 다른 어떤 신문보다 더 많았는데 찬성은 2건 반대가 15건으로 압도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아 모둔 17건이 게재됐다. 사설은 유독 FTA 관련 1건으로 반대 논조였다.

2) 중앙일보
같은 기간동안 모두 59건의 기사를 제개했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사실기사 가운데 29건이 찬성, 반대는 없었고, 유보적인 기사가 14건으로 모두 43건이었다. 기고와 칼럼은 모두 11건으로 이 가운데 10건이 한미FTA를 찬성하는 내용이었고, 반대는 단 1건이었다. 사설은 다른 신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5건을 게재했는데 모두 찬성이었다.

3) 동아일보
같은 기간동안 모두 40건의 기사를 기고했다. 이 가운데 사실기사는 모두 30건으로 찬성 내용이 27건, 반대 내용이 1건, 유보적인 기사가 2건이었다. 기고 및 칼럼은 모두 7건 게재됐는데 이중 5건이 찬성이었으며 2건이 반대내용이었다. 사설은 같은 기간 모두 3건이 게재되었는데 모두 찬성 논조였다.

4) 조건일보
조선일보는 한미FTA 관련 기사가 18건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적은 빈도이기는 하나 이는 순수하게 한미FTA와 관련한 기사만을 간추려서 이다. 기사는 기고-칼럼이 6건이었다. 이 가운데 기자들이 쓴 칼럼에는 FTA에 대한 찬반이 확연히 갈리지 않지만 외부인의 기고 2건이 모두 FTA를 지지하고 찬성하는 내용이었다.

5) 매일경제
한미FTA 검색 결과는 25건 검색됐으나 MBN 기사를 제외하면 신문의 기사는 5건에 불과했다. 눈에 띄는 것은 매경은 창간 40주년을 맞아 미국기업연구소와 공동으로 ‘새로운 아시아와 한미동맹 과제’를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고, 여기서 한미FTA 를 다뤘으며 이를 기사화 했다. ‘한-미FTA를 체결하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정찰 될 것’;, “이에 따라 한국으로서는 둥북아 비즈니스 허브와 FTA 허브화 목표 달성을 가속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한-미FTA에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발언을 일색으로 보도했다.

이재희 부위원장은 “한미FTA가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서둘러야 할 절체절명이 과제일수가 없는데 마치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퇴보하고 선진화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듯 한 위기감을 언론이 조성하고 있다”고 밝힌 뒤 그 이유로 △한미FTA에 대한 기자들의 무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정부 보도자료에 의존한 보도행태 △통상관계자, 기업CEO, 정부인사 등에 한정된 협소한 취재원 범위 등을 지적했다.

유영주, “자본 주도의 인터넷 환경, 반전은 사회주의 혁명만큼이나 어려워”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유영주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국장은 급변하는 뉴미디어와 인터넷 환경에서의 진보적 인터넷 매체의 전망과 역할 등을 중심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유영주 편집국장은 밀려오고 있는 IPTV 등의 뉴미디어 환경 하에서 ‘수용자 권리’와 ‘진보적 미디어 컨텐츠 유통’의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영주 편집국장은 “전통적인 방송 영역이 공공성과 공영성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법제도적인 규제를 받았던 것에 비해 뉴미디어는 국가의 지원 아래 통신자본이 주도하고 있어 수용자의 권리가 크게 침해받게 될 것이고, 모든 컨텐츠의 유통 경로를 자본이 장악하는 이상 진보적 미디어 컨텐츠의 유통도 보장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미디어 환경, 인터넷 환경에 있어 자본이 장악한 영토는 거의 절대적이고, 반전시킬 계기란 사회주의혁명을 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유영주 편집국장의 진단이다.


“오마이뉴스, 노사모, 국민의힘 등 의제연대 과정 주목해야”

  유영주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국장
유영주 편집국장은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의 돌파구를 ‘네트워크와 소통’의 확장 그리고 새로운 ‘기획과 실행경로’의 확보에서 찾았다. 그는 우선 ‘네트워크와 소통’의 확장을 위해 “특정한 인터넷 허브 구축을 전향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기획과 실행경로’와 관련해 유영주 편집국장은 지난 시기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등의 개혁언론과 노사모, 국민의 힘 등이 의제연대를 이루었던 과정에 주목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주어진 인터넷 환경의 특성이 있었고, 인터넷 공간을 움직인 의제와 담론이 있었고, 의제와 담론을 생산하는 메커니즘과 조직이 있었다”며 “조중동에 대한 반발과 정서가 뉴스게릴라들의 자발적인 활동과 연결되었고,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 주류였던 개발냉전세력의 정책과 선동에 맞서는 개혁과 민주화 의제가 작동했고, 서프라이즈와 같은 논쟁 사이트의 흥행과 노사모와 국민의힘과 같은 네트워크가 작동했다”고 2004년 이전 ‘기획과 실행경로’의 전형을 보여준 개혁성향 인터넷언론들의 성공 사례를 언급했다.

“개혁의제 시효 만료, 그러나 대안담론 부재”

그러나 유영주 편집국장은 과거의 ‘기획과 실행경로’가 더 이상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5, 2006년을 거치면서 개혁과 민주화 의제는 더 이상 세상을 움직이는 의미 있는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고, 개혁의제를 동원한 개혁세력의 핵심이나 그들을 지지하고 따랐던 대중 할 것 없이 모두가 불안정해 보인다”며 “파병과 황우석 사태와 농민 타살 같은 엽기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거듭되면서 스스로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그러던 차에 한미FTA 강행이라는 뒤통수를 맞자 이들은 분열증에 가까운 혼동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진단에 기반해 유영주 편집국장은 “개혁의제의 시효가 만료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보다 직접적이고 거대한 적이 등장했으나, 아직까지는 개혁의제를 뛰어넘는 대안의제, 대안 담론이 부재한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대안 의제와 대안 담론을 고민하는 미디어는 사실상 진보적 인터넷언론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네트워크는 되어 있되 전략 설정이 미비하고, 소통은 하되 전술에 메말라 있다. 다루는 의제는 거시적이지만 기획이 따라가지 못하고, 미디어전략의 경로 마련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진보적 인터넷언론들의 한계점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유영주 편집국장은 한미FTA에 대해 “비정규법 개악에서부터, 새만금, 평택 등 지역 차원과 정책, 교육, 의료, 물, 에너지, 방송 등 부분 분야에서의 신자유주의 문제를 포괄하는 정세 사안”이라며 “한미FTA는 군사적으로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정치적으로 한미동맹 문제와 맞물려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계급투쟁의 성격을 띤다”며 한미FTA 저지를 위한 진보적 인터넷언론들의 미디어 실천을 강조했다.

'‘침묵하는 미디어, 잠을 깨라’ 토론회 ②'(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 “한미FTA 저지 총파업 거부될 시 물러날 터”)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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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 FTA , 시청각미디어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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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 위원장이 미디어의 중요성, 여론장악에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실제 노태통령이 친미관료에 의해 포위되었다는 것, 혹은 어떤 딜에 혹했을 가능성을 그냥 음모설로 일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이것도 '대통령에 대한 직통 여론'이기에, 양 위원장의 입장과도 상통한다고 보입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