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장벽 보고서 뭘 담고 있나

제한 철폐 등 더 공격적인 요구, 국내 정책에 대한 시비도

2006년 미 무역대표부(USTR)의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가 발표됐다. 이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는 USTR이 미 업계의 의견 등을 기초로 작성한 것으로 매년 3월말 의회에 제출하는 연례 보고서이다. 말 그대로 미국 관련 업계들의 이해와 요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올해는 특히 한미FTA 본협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 하나하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전체 712쪽 분량에 달하는 방대한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 부분은 10개 분야 25페이지에 달한다.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다양하다. 공기업에 대한 공공연한 지분 매각 요구, 수출산업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통상압박 수위를 높일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문구들이 숨어 있다. 광우병 논란 속에서 ‘30개월 미만의 살코기 수입’에만 합의한 상황에 ‘뼈까지 추가토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대로 녹아 있다. 심지어 한국 법규가 오토바이 운전자의 주요 간선도로 진입을 규제하는 바람에 미국산 오토바이 판매가 가로막혔다는 주장도 있다. 의료, 금융, 서비스 부문 등에서도 협상을 하겠다는 것인지, 시장을 통째로 내 달라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의 무리한 요구들이 즐비하다.

외국인 투자 제한 규제를 풀어라

USTR은 “노무현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인 여건 조성 노력을 계속해왔지만 각종 국영회사, 통신서비스를 비롯해 유선과 위성방송 등 여러 미디어 산업에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제한 규제를 풀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에서는 외국인 투자 제한 대상으로 학교와 쇠고기 도매시장을 포함해 기초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케이블 및 위성 텔레비전 서비스 업체들을 들었다.

또한 2005년 1년간 동안 공기업 민영화가 1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지난해 한국가스공사와 인천국제공항에 대해 ‘즉각적인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발표한 것과 우리금융지주의 정부 보유지분 79%에 대한 매각 일정을 연기한 것을 거론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산업은행의 기업금융과 우체국 보험판매 등 정부가 산업정책과 서민-저소득층 지원 목적으로 시행해온 금융정책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의 직-간적접인 산업지원’이라며 개선을 요구했고, 우체국 금융서비스에 대해 ‘불공정한 특혜’로 규정하고 이를 철폐하도록 한국 정부에 이 같은 요구 사항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그리고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등과 같은 전통적인 수출지향형 산업과 반도체, 통신장비 등을 포함한 수출지향형 ‘차세대’ 산업에 대해 정부가 장려정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거론하며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산업지원 프로그램이 세계무역기구(WTO) 의무를 준수토록 지속적으로 한국에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한국의 금융, 수출산업 등 장려 지원 정책들에 대해 시비를 걸고 정책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압박에 약값 정책 개입 의지도 밝혀

한국은 2003년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한미FTA의 4대 선결과제 중 하나로 ‘30개월 미만의 뼈를 발라낸 살코기 쇠고기만 수입’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쇠고기와 관련해 “(갈비처럼) 뼈가 포함된 쇠고기까지 한국이 수입하도록 계속 촉구하겠다”고 밝혀, 협상 의제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의 의약 및 의료시장의 부패가 여전히 만연하다”고 지적하며 “복잡한 유통체계와 정부 결정의 투명성 부족의 문제”라 주장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함께 미국 제약업계가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좀더 투명하고 공정하고 과학적인 한국의 의료체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2년 5월부터 한국 정부와 다국적 제약회사, 국내 제약회사로 구성된 약품 워킹그룹에 주한 미국 대사관의 경제 담당 1등 서기관이 참관인 자격이던, 압력 단체 자격이던 ‘워킹 그룹에 참석했다’는 사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의 약값 정책에 개입하겠다’는 주장인 셈이다.

또한 한국의 저작권 보호기간에 대해서도 “저작권자 사후 50년으로 돼어 있는 조항을 사후 75년 또는 95년까지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한국 법규가 오토바이 운전자의 주요 간선도로 진입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오토바이의 판매가 가로막히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보고서에는 “이런 규제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하며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 금지 해제’를 요구했다.

‘서비스’로 묶인 미디어 에서 법률 시장까지

서비스 시장과 관련해 보고서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광고판매독점권을 지적했고, 지상파 및 케이블 TV 외국 프로그램 방송 비율 및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USTR은 특히 "우리는 지난해 분기 보고서에서 이동통신 시장의 추가 개방과 외국인 지분 소유 제한 철폐를 강력히 요구했었다"면서 "앞으로 계속해서 통신 부문에서의 외국인 소유 제한을 없애기 위해 다자간 및 양자간 협상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FTA 협상에서 시청각 미디어 분야가 예외가 될 수 없음을 확인해 주는 부분이다.

또한 외국계 은행 지사들의 대출 한도 결정시 본점 자본금 인정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노동시장 유연성 규제의 투명성 제고를 요구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외국 법률회사의 한국내 사무실 개설을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며 2005년 중 입법을 추진한다고 알려왔으나 보고서 작성 시점까지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법안 처리를 압박하며, 법률시장 개방을 예고했다.

보고서에는 알코올 농도 17% 이상의 술에 대해 공중파 광고를 금지한 규제 규정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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