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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인’이라는 용어의 부적절성에 대해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재인식이 언론에 의해서건, 하인스 워드에 의해서건 확산되고 있고 있는 사이, 또다른 고민이 생겼다. ‘혼혈인’이라는 용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혼혈, 한자로 하면 ‘섞일 혼’에 ‘피 혈’ 混血, 즉 피가 섞였다는 의미로, 이렇게 구분하는 것에는 인종차별적 요소는 없는 것일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한 논객은 지난 6일 칼럼에서 “혼혈이란 용어가 가부장 혈통중심적 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다분히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혼혈’이라는 말 대신 ‘이중문화 가정 자녀’라는 말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코시안 자녀들’, ‘다문화 가정 자녀’, ‘국제결혼 자녀’ 등이 있단다. 좀 귀찮더라도 ‘혼혈인’ 말고 다른 대안 언어로 호명하는 것이 무방할 듯.
하인스 워드 독점한 MBC, 신났다
하인스 워드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전폭적이었다. 방송사를 비롯 일간지, 통신사 등 언론은 ‘뒤질세라’ 지난 3일 한국을 방문한 하인스 워드의 9박 10일간의 일정 일거수일투족까지 쫓으며 보도해 댔다.
지난 12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하인스 워드 독점 출연권을 따낸 MBC의 경우 뉴스데스크 머리기사부터 무려 여섯꼭지를 할애하면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KBS의 경우 같은날 현대차그룹비리, 외한은행 헐값매각 의혹 등에 이어 13번째 꼭지로 하인스워드의 방한을 다룬 것과 대조적이다. 비단 MBC만은 아니다.
‘옆에 있는 혼혈인 다시보기’, ‘한방울 한국피라도 알아보기’ 등 이번 하인스 워드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기자는 이렇게 붙여보았다. 언론들이 전폭적인 애정을 과시, 하인스 워드에 주목하며 얻은 효과는 무엇이었을까? 대표적으로 통신사인 연합뉴스와 개혁언론 한겨레의 보도를 통해 하인스 워드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옆에 있는 혼혈인 다시보기', '한방울 한국피 알아보기'
이번 하인스 워드 보도로 새삼 깨달은 것은.....‘연합뉴스는 기자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가면 하인스 워드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한국에서의 그의 일정을 모두 볼 수 있다’ 연합뉴스는 지난 3일부터 하인스 워드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거의 생중계를 했는데 9박 10일 사이 하인스 워드와 관련한 기사만 무려 50여개에 달한다. 이렇듯 방한 일정에 대한 사실 보도 외에도 ‘코시안 자녀’에 대한 재인식 혹은 그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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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일, “워드 모자 보며 어머니 생각났다”>, <혼혈 여자농구선수 장예은, 8일 워드와 또 만난다>, <여, 혼혈인 권익개선 의지표명>, <하인스 워드 한국에 값진 성찰의 기회주다>
이러한 기사들은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단일민족 이데올로기에 쌓여 차별 받던 ‘코시안 자녀’의 처우개선을 기대하는 한국 사회 내 여론을 이끌어 내는 내용으로 워드 방한 이후 성과와 재인식의 시도 등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민족주의나 인종차별이 더욱 강조되는 방식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꼭 이러한 기사들이 ‘코시안 자녀’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을 드러내 드리워져 있던 단일민족 코드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단 1%의 한국혈연이라도 찾아 그들의 우수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또 다른 민족주의가 숨겨져 있다. 최소한이나마 ‘코시안 자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을지도 모르나,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나 타인종에 가해지는 차별에 대해서는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지 못했다.
"아~어머니의 나라여!"
한편 한겨레신문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방문이나 주한미대사관 방문 등 하인스 워드의 10일간의 방한 일정을 주의 깊게 쫒았다. 이는 한겨레신문 역시 이번 하인스 워드 방한과 관련 보도에서 민족주의를 비켜가지 못했으며, 덧붙여 이른바 ‘코시안 자녀’의 주류화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이는 지난 3일과 6일에 실린 기사에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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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라에 오니 너무나 행복합니다>, <워드, “어머니는 나에게 많은 영감 줘>
주한미군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인스워드는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러한 이른바 하인스 워드의 개인사를 소개하는 내용의 기사이거나, 어머니 나라에 돌아와서 기쁘다는 하인스 워드의 귀국 소감을 기사화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땅, 고국, 모국 등의 수사는 민족주의나 가족주의를 부추기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던 바, 국가나 가족의 정치적 경제적 원칙을 개인의 이해관계보다 우위에 둠으로써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국가이데올로기에 개인의 희생을 동원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이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하겠다.
또한 이번 하인스 워드의 방한으로 동시에 주목받았던 어머니 김영희 씨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도 새삼 지적받아 마땅하다. 이는 일종의 ‘장한 어머니’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가족 안에서의 ‘어머니’의 역할을 여전히 축소시키는데 일조했다는 점이다. ‘역경을 딛고 아들을 위해 희생한 강한 어머니의 모습’은 한국 사회 내에 뿌리 박힌 어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다.
이외에도 ‘코시안 자녀’에 대한 처우개선과 관련, ‘성공’ 혹은 주류화 코드도 문제다. 지난 5일과 7일, 9일 이틀 간격으로 실린 <양쪽 피 장점만 물려받아 음악, 운동 재능 많아>, <“스타는 외로운거야” “놀림 신경 안써요”>, <“워드 아저씨처럼 될래요”> 등의 기사에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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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가수 소냐와 같은 성공한 혼혈인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싣거나, 스타 혹은 하인스 워드와 같은 영웅을 꿈꾸는 혼혈아동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사를 실었다. ‘코시안 자녀’도 한국 사회 내에서 소수자라고 봤을 때 앞선 기사에서처럼 또 다른 하인스 워드를 꿈꾸거나 이미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 ‘코시안 자녀’를 소개함으로써 이른바 사회 내의 주류화가 꼭 소수자들의 인권신장과 연결된다는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이 하인스 워드와의 오찬자리에서 “혼혈인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코시안 자녀’의 인권이 경제적 부나 정치적 지위 획득과 더불어 신장되는 것인지 보다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혼혈인차별금지법'(?)
한국 사회가 그를 주목한 것은 오히려 ‘미국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인스 워드의 등장으로 ‘혼혈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사회적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 장애인 들 소수자들을 모두 포괄하는 제도이므로 다른 제도가 필요 없다”며 이율배반적인 자세를 보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제기되어야 한다. 여하튼 ‘혼혈인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그 제도의 시혜적 의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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