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공약을 제안하마~

문화연대 ‘5.31지방선거 문화공약 제안’ 및 활동가 인터뷰

“상상력이 필요해”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서 요구받는 것은 발칙하지만 획기적이고 불온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다. 어디가나 ‘상상력이 필요해’, ‘상상력이 필요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꺾는 ‘과도’하다면 ‘과도’한 위기감은 바로 이러한 무의미한 동어 반복에서 비롯된다.

지난 ‘변혁의 세계화와 대안미디어’를 주제로 열린 참세상 국제포럼에서 당시 토론자로 참석했던 유영주 민중언론참세상 편집국장은 마이클 앨버트 Znet 편집국장의 “당신은 너무 절망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절망적 현실이 존재하고 있고 그럼에도 운동의 희망을 운운하는 나에게는 친구가 없다”며 반론을 폈던 것은 상상력이 부족한 운동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자 대안의 갈급함을 호소하는 발언이었다. ‘박하사탕’의 “나 다시 돌아갈래”의 절박함을 닮은 그의 커밍아웃(?)이 맥락 없이 “I have no friend”로 통역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지만.

문화를 대하는 우리의 수동적 자세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20일 문화연대가 주최한 ‘문화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2006 5.31지방선거 문화공약 제안’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정책 제안들이 제시되었는데, 그에 앞서 무엇보다 확인되어야 하는 것은 일반대중에게 ‘문화’가 그리고 ‘문화사회’가 지니는 의미일 것이다.


정은희 문화개혁센터 활동가는 “문화는 권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도구로 지배계급이 이용하고 있다”며 “대중이 담론과 사회논의를 구성하던 이데올로기를 재편하고 구조를 바꿔내기 위해선 문화를 전유하고, ‘문화’를 삶의 양식과 의미화 과정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전복적 의미에서의 ‘문화’, 세상을 바꾸는 상상력을 위한 ‘문화사회’를 의미하는 것.

이렇듯 ‘문화’란 이데올로기 재편을 위한 '상상력'의 기초일 수 있음에도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에 나선 ‘우리의’ 활동가들의 ‘문화’를 대하는 자세가 수동적이라고 하면 이 역시 과도한 해석일까?

문화는 소비재다?

반면 정부는 ‘문화’를 어떻게 볼까? 음...정부는 문화를 소비재로 인식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는 학력과 소득에 따른 ‘문화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통계청의 발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가구 중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계층의 교양, 오락서비스 지출금액은 월 평균 25만 7500원으로 하위 10%의 3만 1400원보다 8배가 많고, 또한 학력별로도 대학졸업 가구가 14만 2000원으로 무학 가구의 지출금액 2만 1700원보다 6.5배 많았다.

‘있는 사람이 더 누린다’는 명쾌하고도 단순한 명제를 모르는 이 누가 있을까마는 이 통계자료에서 새삼 정부의 ‘문화’ 정책 기조가 현실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과연 정부의 문화양극화 인식에서처럼 더 많이 소비하는 것 만이 문화를 향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물론 문화상품의 소비적 측면에서 그 간극을 메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재, 즉 상품으로 인식하는 정부 문화 정책 일반에 대한 철학의 제고가 요구된다.

문화나눔?

특히 정부가 올해를 ‘문화나눔의 해’라고 지정하고 소득격차에 따른 문화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2006년 506억원의 국고를 투입한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 이 비용에 두 배에 달하는 지방비 1,000억원을 들여 경기도 파주에 영어마을을 조성하는 등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경기도 영어마을에 대해서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경기도 영어마을 조성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각 지자체에 무분별한 영어마을 조성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공교육에 대한 공적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못하고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은희 활동가는 “문화연대는 ‘예술만이 문화가 아니다’라는 문제의식을 기본으로 한다”며 “문화 공공성 획득을 위해 지배카르텔을 재구조화하고, 민주성과 공공성에 기초해 문화기반시설, 정책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은희 활동가는 또 “현재의 문화행위는 정형화되고 시스템화 되어 있어 시민들의 문화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문화는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수동적으로 시간을 때우도록 구조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문화정책 일반에 민주성과 전문성 결여

이러한 정부의 문화에 대한 철학부재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의식을 가져온 문화연대가 이번에는 5.31지방선거 문화공약에 대해 제안을 하겠다고 나섰다.

문화연대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임정희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은 “새만금, 부안, 경주, 평택, 서울, 해남 등 전국에서 계속되는 난개발이 신개발주의 이데올로기 아래 지역 주민의 의견이나 소수의 이해를 배제하고 있다”며 “문화영역에서도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문화적인 생활을 향유하는 것은 경제적인 차이로 인해 차별될 수 없는 기본적인 권리”라며 이번 5.31지방선거 문화공약 제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화정책의 방향은 △문화와 생태를 도시 운영의 기본 원리로 △문화행정의 민주화 △문화복지 확대를 통한 지역 주민의 문화적 권리와 문화민주주의의 확대 등을 제시했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문화정책 일반에서 민주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러한 구조와 자치단체장의 문화마인드 부족으로 지역 주민의 문화적 삶과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환경 제고를 막고 있다”고 지적하고 △민간 차원의 지역문화예술 지원 체계인 ‘지역문화예술위원회’ 설립 △지방자치단체 소속기관 민주화 △지역 체육회 운영 민주화 등을 제안했다.

또한 문화연대는 지역문화예산의 획기적 증액은 물론 지역문화예술진흥기금 확충 및 지원 확대, 운영구조의 민주성을 보장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지금종 사무총장은 “전통적 문화시설에 대한 지원확충은 물론이거니와 변화하는 문화시설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공동체라디오방송, 영상미디어센터, 어린이도서관 등 변화된 문화환경에 조응하는 문화기반시설 조성”을 강조했다.

노무현 정권 문화정책 개혁을 위한 토론회 마련

한편 정은희 활동가는 문화연대의 주요 활동에 대해 ‘제도비판’, ‘대안제시’, ‘모델생산’ 등 3가지를 꼽았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그런 의미에서 ‘공약’이라는 상징성을 이용하여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연대는 노무현 정권 중반기를 넘어선 현재 문화정책 개혁을 위한 토론회를 마련, 노무현 정부 문화정책 운영의 주요 문제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오는 25일 문화연대는 '5.31지방선거 문화정책 공약에 대한 제안'에 이어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문화정책에 대한 평가' 토론회를 국가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하는 것.

문화연대는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 속에서 문화부문의 시장화 또한 가속화되어 왔다"며 "최근 한미FTA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스크린쿼터 축소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문화 부문의 공공예산 축소, 행정사무의 지방이양 등 공공적 소관권의 약화, 개발주의에 편향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및 문화도시 등 문화정책 운영의 중요한 기조로 작동하여 왔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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