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에게 매각 종용...정부 책임자 처벌하라

오리온전기지회,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 제출

금속노조 오리온전기지회는 10일 오전 감사원에 국회의원 19명을 비롯하여 1,459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하였다. 감사청구서에는 국무조정실과 외교통상부가 매각에 개입하게 된 경위와 서울보증보험 등 채권자에게 매각동의와 관련하여 압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위법행위를 밝혀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배태수 지회장이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접수하고 있다

1965년에 설립된 오리온전기는 대우그룹의 몰락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매각 당시 자산가치가 2천억 원에 달하였던 오리온전기를 미국계 펀드인 매틀린패터슨이 6백억 원에 인수하였다. 자산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 금액에 매틀린패터슨이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3년간 고용보장과 신규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배태수 오리온전기지회장은 매틀린패터슨에게 매각된 배경과 관련하여, “최대 채권자인 서울보증보험이 매각에 반대하자 국무조정실에서 나서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일괄매각을 통하여 1,300명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신규투자를 하겠다는 매틀린패터슨에게 매각하는 게 막대한 공적자금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국가경제상 낫다는 이유를 들며 채권단을 설득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매틀린패터슨은 오리온전기를 인수하자마자, PDP 등 수익성이 있는 사업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CRT를 분리하여, CRT를 홍콩계 펀드인 오션링크에게 분할매각을 했다. 오션링크는 인수 뒤 주주총회를 열어 공장폐쇄를 결정한다.

배태수 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3분 만에 모든 게 결정 났다. 1,300명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은 거다. 준비된 청산이었다면 준비를 했을 것이다. 고용이 보장된다는 약속을 믿었던 희망이 단 3분 만에 주주총회에서 산산이 부서졌다”며, 급작스런 공장폐쇄로 “조합원들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생계대책을 준비할 짬도 주지 않아 가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고 한다.

  배태수 오리온전기지회 지회장

오리온전기지회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무조정실과 외교통상부가 나서서 매틀린패터슨에게 매각을 종용하였다. 정부는 매각결정의 책임자로서 당연히 매각 당시 약속했던 3년 고용보장이 지켜지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정부 책임자와 면담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민감사청구를 통해 국무조정실과 외교통상부의 위법행위와 3년 고용보장 합의서를 위반한 책임자의 직무위반해태를 조사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배태수 지회장은 “아직 정의는 살아 있다고 믿는다. 감사원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리라 믿는다. 감사원의 진행과정을 지켜보겠다. 감사원마저도 외면한다면 끝까지 그 책임을 추궁할 것이다”며 국민감사청구서를 접수하였다.

또한 매틀린패터슨에 대해서는, “경영 마인드가 전혀 없는 투기꾼일 뿐이다. 오리온전기 인수도 처음부터 투자를 해서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투기의 방편으로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다”며 사기매각이었음을 강조하며, “정부의 무분별한 외자유치는 독약에 불과하다. 제도적인 정비가 되지 않고서는 대한국민들 전부가 길거리에 나앉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며 외국투기자본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감사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오리온전기지회 조합원

지난 9일부터 10박11일 일정으로 상경투쟁을 진행하는 오리온전기지회는 광화문 주변에서 노숙을 하며, 국무총리 면담 추진 등과 함께 시민선전전을 벌일 예정이다. 10일 감사원 앞에는 100여명의 오리온전기지회 조합원과 구미에서 함께 올라온 50여명의 한국합섬 조합원들이 모여 집회를 가진 뒤 광화문 일대에서 선전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