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상황, 진보정치 어떻게 할 것인가?

[참세상좌담] 5.31 선거 결과와 진보정치 - 이광일,우석훈,김윤철,안효상

5.31 제4회 지방선거는 예상대로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한나라당은 12곳, 민주당 2곳, 우리당 1곳, 무소속 1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전국 230개 기초단체장은 한나라당 155곳, 민주당 20곳, 열린우리당 19곳, 국민중심당 7곳을 차지했고, 민주노동당은 단 한 명의 기초단체장도 얻지 못했다.

선거 결과는 표면적으로 볼 때 한나라당 압승, 민주당 약진, 열린우리당 참패, 민주노동당 부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특정 정당의 승리냐 패배냐 차원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개혁정치의 몰락, 지역개발정책과 지역주의 및 지역정치의 문제, 이번 선거에서 대중의 정치적 선택이 갖는 실천적 함의 등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신자유주의 정치와 노무현정부의 정책에 반대해온 진보정치와 좌파운동의 맥락에서도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이에 민중언론 참세상은 12일 진보정치의 주체적 입장에서 5.31 선거 참여와 결과를 돌아보고, 선거 결과가 주는 교훈을 통해 이후 진보정치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모색하는 심층 좌담을 마련했다.

이번 좌담의 패널로는 김윤철 민주노동당 연구기획실장, 안효상 희망사회당 정책위원장,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이 참석해 5.31지방선거 참여주체로서 진보적인 정치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이광일 성공회대 교수가 참여했다. 사회는 고민택 민중언론 참세상 논설위원이 맡았다.


사회자 : 선거가 끝난 지 시간이 한참 흘렀고, 선거 결과를 둘러싼 평가들도 이미 다양한 수준에서 제출되었다. 따라서 기왕에 늦은 만큼 뭔가 눈에 확 띄는 의미 있는 메시지가 이번 좌담을 통해 창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늘 참여해주신 패널들께서 발언들을 아끼지 말고 속에 있는 생각들을 충분히 드러내주시기 바란다.

이제 곧바로 좌담에 들어가겠다. 총괄적 수준의 문제를 몇 가지 질문으로 나누어 던져보겠는데, 첫째는 이른바 ‘민심’의 뜻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평자나 논자들은 물론 각 정당들도 한결같이 이번 선거 결과를 노무현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이라고 말하고 있다. 6월 10일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보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민심이 노무현정권과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렸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정말 한나라당을 ‘선택’한 측면은 없다고 봐도 좋은지, 또는 그 부분에 대한 어떤 정치적인 분석은 필요하지 않은지 하는 것이다.

둘째는 이른바 ‘개혁’을 둘러싼 문제로, 이번 선거 결과가 개혁의 남발 또는 잘못된 개혁 추진에 대한 반발인지 반대로 그것의 부족함 또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응징인지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을 정치적으로 주요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셋째는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면서 또는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에는 이른바 ‘양극화’ 문제가 최대의 정치사회 현안으로 등장해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의 해결책으로 ‘성장이냐 분배냐’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다른 한편 한미관계, 남북관계 등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둘러싸고도 한미관계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남북관계를 우선할 것인가 사이에 정치적 긴장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부동산정책이나 교육정책을 놓고도 첨예한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민심’의 선택을 어떻게 봐야 할 지, 왜 그렇다고 평가하는지를 듣고 싶다.

넷째는 거시적인 흐름에서 봤을 때 좁게는 한국사회 제도정치지형, 넓게는 전체 계급 세력관계라는 측면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하나의 전환점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인지 하는 것이다.

위 질문들을 종합적으로 놓고 이번 선거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를 해 주시기 바란다. 이광일 선생님의 말씀부터 들어보자.

이광일(성공회대) : 흔히 이번 선거에 대한 평가를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진단한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그 동안의 4대 개혁입법 처리 과정, 신자유주의의 개혁의 실패 등을 생각할 때 심판적 성격이 분명히 있었다.

한나라당이 그런 개혁에 대해 훨씬 보수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극우적 형태의 반대를 해왔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과 기득세력들의 성장주의 담론이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모습으로 착복되어있고, 그것이 일종의 개발주의로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대중들의 욕망을 끌어들였다는 면에서는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런 의미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작은따옴표를 친 국민의 헤게모니를 가졌다는 것으로 의미가 있는 것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안효상(희망사회당) : 대체로 동의한다. 우리사회 저변에 일종의 경제주의적 담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열망들이 한나라당으로 표현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대중이 왜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또 다른 성장을 제시할 것인가?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것은 이것이 압축성장의 부산물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를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라는 측면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성장 이후에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떤 것을 누리게 되는지에 대해서 대중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87년 이후의 형식적 민주화를 이룬 상황에서, 삶의 민주화, 삶의 질의 향상에 대해 과연 그것이 무엇이고 뭘 의미하는지 민중운동진영이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던 것이 문제라고 본다.

김윤철(민주노동당) : 한나라당 압승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개혁진보 대 수구보수라는 전통적인 구도가 소멸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한나라당이 더 이상 수구라는 도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자신을 진보개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20% 이상이 한나라당을 찍었다는 사실이 그것의 지표이다. 이것은 단순한 반사이익만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보여준 자기의 변장이든 변신이든 혁신이든 간에 변모의 모습을 충분히 인정받은 바가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진보개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지표상의 동반 몰락으로 봐야 한다. 선거로만 놓고 볼 때 적어도 무능, 능력이라는 것이 정치세력에게 있어 중요한 잣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도 그렇지만, 도덕성은 이제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한나라당의 황제 테니스, 공천비리 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하다 보면 부패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보수화인가? 사회 전반적으로 능력과 경쟁력이 부각되고 그것은 곧 보수화 혹은 신자유주의와의 친화성으로 보이나 아직까지는 민심이 보수화되어 전부다 한나라당으로 돌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몇 번의 선거를 더 거치면서 패턴화 되는 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더 이상 민주개혁이라는 주제가 삶의 문제와 직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역설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의제들이 이런 상황을 가속화 시켰다고 볼 수 있다. 먹고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경제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개발문제 등 사회경제적 아젠다가 정치적으로 표출될 공간은 열렸으나 이것이 분배나 복지 쪽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경제적인 부분에 있어 유권자가 자기 이해관계에 충실한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앞으로 ‘어떻게 진보가 표방해 왔던 가치와 연결시켜 나갈 것인가’ 즉, ‘분배가 더 잘 살게 되는 방법’이라는 것을 진보세력이 입증해 내야 하는 시점을 제시한 중요한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우석훈(초록정치연대) : 상당부분 동의한다. 반사이익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 사회는 20여 년 전부터 이미 이렇게 돼있었고, 앞으로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이란 말은 사회과학에서 없는 개념이고 우리 나라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개념이다. 서민이 정의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은 ‘마음이 괴로우면 서민이다’라고 할 정도다. 그러나 진보정치를 한다는 민노당에서도 서민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법이 아직까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유럽의 경우, 신자유주의를 십년 정도 실시하면 전통적인 좌파들의 지지는 영국 정도를 제외하고 전부 반동강이 났던 사례를 볼 수 있다. DJ가 신자유주의를 시작한지 8년 정도 됐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 진전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나라당이 전면화 되고 공고화 되는 측면을 처음 보게 되는 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자 : 이번 선거는 형식은 지방선거였지만 사실상 총선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같은 경우, 단순한 반사이익으로만 보긴 어렵고, 한나라당의 능력(?)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대중의 보수화가 하나의 추세지만 아직 패턴화 되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계속되는 선거에서도 지켜봐야 할 일이긴 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자.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이광일 : 우리 사회에 대안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도 대안세력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나 아직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이미 수용한 상태에서 개혁진보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을 유념해야 한다.

선거로는 2002년 지방선거를 비롯해 이미 한국사회의 보수화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탄핵정국의 힘이 다 빠져버린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 우선 여러 가지 개혁정책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는데, 바로 이런 측면 때문에 신자유주의 개혁을 주도한 열린우리당에게 책임을 묻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 문제는 전 정권으로부터 이어지는 사안이나 문제는 노무현정권이 가장 전형적으로 이를 관철시키려했고 이 과정에서 대중들의 고통이 커진 것이다.

또한 이른바 4대 개혁입법, 이것 때문에 대중들이 열린우리당을 싫어한다고 할 수 있다. 10년간 논란이 되고 끌어왔는데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차이가 있다고 쟁점화 시켜왔는데, 결국 지금까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당연히 사람들은 개혁에 대해 싸늘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고 여기서 바로 무능이라는 것이 발견된다.

사실 열린우리당의 개혁이라는 것이 진정한 개혁인가 하는 것도 따져봐야 한다. 알고 보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그런데다가 실제로 밀어붙이고 관철시키려는 노력도 없기 때문에 대중에게는 단순히 감정적인 호소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분명한 대안이 없는 상황과 맞물려 한국사회의 보수화를 만드는 토양이 되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사회자 :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문제가 전면화 되면서 이른바 먹고사는 문제, 삶의 질에 대해 정치세력들이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다. 기존의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답변에 실패한 측면이 있고, 그래서 보수화를 만드는데 한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 문제뿐 아니라 다른 많은 쟁점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정치 외교적 측면이나 안보적 측면 등은 부각될 수 없었는가?

김윤철 : 별로 없었다. 대외관계에 대해서는 북핵문제 등 강력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국민관심도가 크게 나타난 적이 몇 번 없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노무현정부의 대외정책 부분이 한나라당과 수렴과정에 접어들었고 그 과정에 특별한 갈등요소가 없었다.

그것은 아젠다 자체의 중요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실제로 국민들은 이것이 갈등의 요소가 아닌 통합사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한국이 선택의 여지가 많지도 않고 운신의 폭도 넓지 않다는 것은 국민적 상식으로 되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정치세력들은 갈등이 유발되는 정치적 아젠다로 옮겨가는데 이것을 다룸으로서 득을 보는 쪽은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은 박정희 신화로부터 오는 개발주의 성과라는 역사적 전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경우 87년 이후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었으나 지난 15년간의 무능을 보여 왔다.

또한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 이른바 ‘성장 콤플렉스’에 머물러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조세정의나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든지 복지 문제로 발전해 가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문제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이해갈등을 유발하는 의제가 생성되고 마는 것이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한나라당이 이득을 본 것이다.

우석훈 : 조금 다른 관점에서 노무현정권의 책임을 묻고 싶다. 어떤 의미에서 선거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책임질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노무현은 집권 내내 진보세력을 각개 격파 중이다. 전략적으로 다 분열시켰다. 네이스로 교육을 쪼개고, 환경은 새만금으로, 노동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갔다.

열린우리당도 예외는 아닌데 권력문제로 다투었다. 집권여당임에도 통치대상이 되고 한 번도 힘을 가진 적이 없었다. 실례로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는 한 번도 임기를 채운 적이 없었고 총리와 대등한 입장이어야 할 사람이 장관으로 들어가겠다고 할 정도였다. 열린우리당은 이런 상황이니 선거에서 노무현의 지지를 끌어내릴 수도 없었고, 지방선거에서 큰 것을 한다고 할 수도 없었다. 이번 선거는 열린우리당의 평가라기보다는 노무현정권이 민주화세력에 대한 각개격파를 시도하다 자신의 앞마당까지 날린 것으로 봐야한다.

사회자 : 정리하자면, 이번 지방선거는 수구로 몰린 세력, 즉 한나라당이 명확히 계급정당(?)이 됐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반면, 87년 이후에 정권을 계속 잡아왔던, 이른바 자유주의 세력은 민심의 심판을 받음으로써 이후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거꾸로 반정립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에 비해 좌파,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안세력으로 진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를 받은 것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이번에는 좀 더 직접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 선거에 직접 참여하신 주체로서 사전에 어떠한 준비과정을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혹시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고 동시에 선거에 임하는 목표와 전략은 무엇이었는지를 말씀해주시기 바란다.

또한 선거 결과에 대한 각 주체 내부의 평가 내용을 한 번 들어 보자. 선거운동 과정이나 결과를 보고 어떤 시사점을 던질 것이 있다면 곁들여주시면 더욱 좋겠다. 민주노동당 얘기부터 들어보자.

김윤철 : 최고위원과 의원단 연석회의에서 제출된 토론자료 분석물을 가지고 왔다. 먼저 준비과정에 있어 ‘10.26 재 보궐 선거이후 지도부 사퇴로 실시한 당직선거로 인해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는 평가는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선거 7개월 전인데 준비가 안됐다는 평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음으로 ‘799명의 후보가 존재하는 전국적 정당이라는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과연 당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출마였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제도적 효과(정당 지지율이라는)를 볼 때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799명을 내놓고도 사실상 중앙은 거의 무방비였다는 것이 문제다. 한마디로 구호 없는 선거, 전략적 목표가 분명히 제시되지 못한 선거, 진보정당 답지 못한 ‘지지율 15%, 300석’이라는 숫자로 이루어진 선거였다.

구도와 관련해서는 처음에 ‘빈곤과 차별’, ‘양극화 주범 심판론’을 들고 나왔는데, 이미 거대 양당이 ‘중앙정부 심판론’으로 주도권을 쥐고 싸움을 벌였고, 양극화 문제도 두 정치세력들이 선점한 아젠다여서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판갈이’론도 결과적으로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판갈이’하기도 전에 이미 국민들 보기에는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강금실이나 오세훈 등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서 판갈이에 대한 체감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이름도 어려운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이다. 약간의 반향이 있었고 일선 선거운동 지역에서 활력을 높이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뜩이나 ‘진보개혁세력'이 미워죽겠는데, 같은 세력이라고 자임할 뿐 아니라 대안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오만방자함까지 보인 셈이 되었다. 실제로 공식적인 입장에서도 ‘지지를 확대하는데 장애가 되었다는 우려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노당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취약점, 전략 기획 능력이라든지 운동권 단체와 정당의 혼란 같은 부분이 여전히 존재했고, 대의 권력의 충분한 행사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서 전략구사가 가능하지 못했던 선거였다.

사회자 :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들이다. 의미있는 부분은 없었나?

김윤철: 대부분 반면교사 할 내용들이고, 그나마 지역에서 10년이상 활동한 사람들이 후보로 직접 등록해서 평가를 받게 된 부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안효상 : 사회당은 처음부터 소박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애썼다’는 정도로 평가했다. 그동안은 당이 아니라 준비위원회 형태였고, 4월에야 재창당을 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대선 지나고 나서 당세가 약화된 것에 대한 일종의 반영물로 보고 있다.

선거는 그동안 해왔던 빈곤과 장애인 문제에 집중하고, 그 연장에서 당사자들과 결합해서 진행했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장애인 운동, 야학, 나눔 운동 등을 실시해 왔고, 이런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지지가 높거나 당선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다른 매카니즘이 존재한다. 이른바 넓은 의미에서의 지지와 실제 선거에서 유의미한 표로 만들어 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주의라는 이념 자체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소개해야 하는데, 대중의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애매하다. 또한 전통적인 의미에서 대중 참여, 시민사회 구성층이 별로 없는 것도 문제 요인이다.

민노당 같은 경우,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적 측면의 지지기반이 있으나 사회당은 아직 없다. 장기적으로 그런 것을 만들어야만 존립이 가능하다. 현대사회에서 노동자가 가장 유의미한 계급적 지지기반임은 분명하고, 생활정치라고 하는 지지기반의 확보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그동안 사회당이 해 왔던 복지 등 많은 일들에 대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특히 구조적으로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부분 계층의 문제에 대해 깬 부분은 중요한 의미로 생각한다. 넓은 정치판과는 무관하게 사회당이 정치세계에 입문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우석훈 : 아직 창당을 못했으니 장외의 투쟁이었다 할 수 있다. 3년을 끌어왔는데, 이 프로그램이 실패했다는 것을 작년에 인식했다. 2002년에 지방선거에서 출마해서 많은 당선자가 나왔고 2006년에 희망을 걸었다. 작년에 시민사회단체를 바탕으로 출마하겠다는 세력이 300명으로 조사돼 대안정치세력으로 기대하였고 녹색당은 대안정당을 상징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기반이 무너지고, 그러다보니 부안 같은 상징적인 곳에서도 안됐다. 시민단체로는 5.31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21명, 초록정치연대의 녹색후보는 13명이 출마하였으나 1명 씩, 총 2명이 당선됐다.

시민사회는 계급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이념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포괄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세력화하자는 담론이 이른바 ‘끼어들기’와 ‘새판짜기’전략으로 진행돼 왔다. 결과적으로 ‘끼어들기’ 시기는 끝났다는 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 판명된 것이다.

그러나 노선을 정립하고 방향을 설정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 선거였다. ‘새판짜기’로 힘을 모을 수 있으며, 전투적 생태주의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초록정치연대가 창당을 하게 된다면 가치지향을 보다 명확히 해 이념정당의 형식을 띄게 될 것이다.

이광일 : 사실 우리가 수년간 각자가 이런 모색을 계속해왔는데, 여전히 따로 놀고 있다. 운동의 경험상 최소 20년 이상 되가는데도 아직도 마찬가지라는 일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런 면에서 민노당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의 문제로 아무 의미있는 전략없이 참여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당외의 여러 진보세력들과 함께하려는 시도가 없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사회당같은 경우 장애인 문제는 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담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고 주목해야 한다. 제도정치 안에 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2002년보다 오히려 대중들이 더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잊혀져가는 부분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문제다.

초록정치연대는 이번선거에서 가장 참패를 했다. 비율로 보면 열린우리당 보다 심하다. 개발주의, 발전주의라는 틈새에서 환경문제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하는 방향의 문제가 있다.

지역에 가면 이런 상태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데, 어떤 사람은 생태와 환경 이야기하면 웰빙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초록정치연대가 지역의 상과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자본 문제에 대해 초록은 자본과 사실상 ‘암수 한 몸’ 임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대중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자 : 이번 선거는 ‘지방의원의 유급화’,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비례대표제의 도입’, ‘19세로 선거참여 연령 폭 확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등 제도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개선되어야 할 점들은 없는지 짚어보자.

또한 모든 것 다 떠나서라도 지방의회마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나라당이 ‘싹쓸이’ 함으로써 ‘풀뿌리민주주의’가 사실상 실종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싶은데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또한 지역개발열풍이라고나 불러야 할 만큼 지역은 지금 개발붐이 한창이다. 이런 와중에 진보세력이 과연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적 거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기나 한 것인지, 돌파구를 어떻게 찾아야 한다고 보는지 견해를 들려 달라.

우석훈 :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초록정치연대는 100%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사람들만 출마했었다. 그러나 광역 중대선거구제가 되어서 선거비용이 증가했고, 정당공천제의 도입으로 기반을 완전히 상실했다. 결국 나중에는 한나라당 3명이 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이슈로 바뀔 정도였다. 실제로 한나라당 기초후보인 ‘2-가’는 1명 빼고 전부다 당선되었다.

제도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앞으로는 진보진영 단체에서 힘들더라도 정책연합이나 선거연합을 시도해서 공동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이 다 같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구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을 넘어서고자하는 전략적인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윤철 : 사실 민노당에서 800명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유급화 전환과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결국 제도적 변화가 800명을 출마 시킬 수 있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단순히 제도의 문제로 해결될 것이 아님을 확인하지 않았나? ‘거창 돈 뿌리기’ 사건의 경우, 민주적인 상향식 공천에서도 후보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역정치기반을 확보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확인시킨 일이었다. 현재로선 지역정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지 못하다.

네 번의 지방선거의 결과는 그것이 지역정치의 활성화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조건인 것은 분명하나 곧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한국의 상황에서 지방선거는 중간평가적인 성격, 반응투표서의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접근도 중앙 권력구조의 개편으로서 지방정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교과서적인 ‘풀뿌리민주주의’로 접근하는 것은 우리 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볼 때, 탈맥락적이고 비역사적인 것이다.

안효상 : 앞선 지적처럼 중대선거구제나 정당공천제 같은 제도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러나 제도개선과 지방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것은 직접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도에서 교훈을 끄집어내는 것은 어렵다.

이광일 : 제도라는 것이 한번 만들어지면 변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쟁을 하려면 잘 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는 선거공영제 관련해서, 예비선거제가 도입되었다. 선거비용을 지지율에 따라 돌려받게 되어있으나, 이는 본 선거기간에만 해당된다. 예비선거 기간에는 돈 많은 거대 정당 후보들이 음성적으로 돈을 쓰며 선거운동을 미리하게 된다. 돈 없는 노동자, 무소속후보들은 당연히 경쟁이 안 되는 불합리한 문제도 있었다. 앞으로 비례대표 확장은 계속해서 투쟁을 통해 확장해 나가야 하고, 기초의원 공청제는 민노당이 힘을 내서 막아야 할 것이다.

유의미한 것은 과천에서처럼, 함께 모여 추천이든 경선이든 해야 한다. 연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진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사회자 : 지역으로의 정치적 접근은 이번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야하나 객관적으로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크게 보고 제도문제와 싸워야 한다. 가깝게는 선거법과 관련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리한 상황을 볼 때, 말씀하신 것처럼, 민주노동당이든, 녹색당, 사회당이든, 아직 조직화되지 않은 운동성격의 정치세력이든 근본적인 점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진보정치의 뿌리를 내려 보자는 것에는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정략적 발상을 버리고 양보할 수 있다면, 지역을 위한 연대가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만일 한다면 무엇을 가지고 연대할 수 있겠는가?

김윤철 : 각 세력들의 주요정치활동공간에 대한 고유한 위치가 존재한다. 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의 스펙트럼은 다양하고 그 안에서 일종의 분담이 되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그런 분담의 역할이 있으며 그것을 인정하고 연대해 일정 부분 선도해 나갈 수 있어야 발전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자꾸 피하려고만 하고 있다.

우석훈 : 생활정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역 현안은 한나라당에서 민주노동당, 초록까지 별반 다르지 않다. 철학은 달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념으로 지역을 보면 크게 다르지만 현안으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공통점은 아주 많다.

사회자 : 중요한 힌트인 것 같다. 지역정치에 대한 개척을 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계속 어려울 것이다. 좌파와 현장에서도 지역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나 이미 정파적 부분으로 지역이 분할되어 있다. 연대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위기의식이 있다. 기초의회만큼은 서로 연대하는 운동을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통점이 많다고 했는데, 무엇을 가지고 접근 할 수 있겠는가?

이광일 : 지역마다 고유한 5대, 6대 현안이 있다. 아이들 먹거리, 학교급식 등 각각의 지역마다 공통적인 현안을 가지고 있는데, 현안을 놓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파의 문제가 부차적으로 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산본의 경우, 시에서 중심상가를 이상하게 해 놓으면서 90억의 돈을 함부로 썼다.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공청회 같은 절차가 다 무시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별로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 늘 그래왔다는 것이다.

이런 사안은 다른 곳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는데, 여기에 토호세력까지 끼면 더 복잡해진다. 일단 이런 지역 현안을 가지고 모여서 고민하고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만 지속적인 고민을 해야 할 필요는 느끼고 있다. 소통을 위해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김윤철 : 지역의 현안은 이해가 있고 그 안에는 반드시 나쁜 세력이 있다. 그것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분명히 싸움이 존재한다. 개발문제의 경우도 연대에 앞서 우선 문제의 주범이 누구냐를 명확히 만들 필요가 있다. 지역 활동을 하면서 각자 자신들의 가치지향에 따른 적을 만들기 전에 연대한 세력들이 그 현안에 따른 공공의 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연대한다면 전선을 만들어 주는 문제도 필요하다.

우석훈 : 지난 번 선거에서는 전농연합을 한 적이 있다. 세 단체의 표가 모여서 당선 될 수 있었다. 준비과정에서는 조그맣게 경선구조가 이뤄지기도 했다. 서로 공통의 합의사항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마다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공통의 이해를 위해 중앙에서 일괄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각 지역별로 의지를 가지고 뭉친다면 개방형 경선제 같은 것을 도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사안별로 시민단체와 같이할 수 있으면 하다가 넘어갈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자 : 이제 끝으로 이후 전개될 정국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으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나눠보자. 먼저, 이른바 조중동으로 표현되는 보수 언론은 하나 같이 노무현정권을 향해 ‘민심’을 받아들일 것을 연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동시에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표정관리를 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지경이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청와대)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또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선거평가와 이후 행보를 놓고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김근태 체제로 들어서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들고 나왔다. 신자유주의적 방식 외에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로서는 당분간 비정치적 쟁점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겨레신문의 경우 ‘개혁-진보’ (진보개혁세력)를 한묶음으로 취급하면서 이들에게 한편으로는 변화를 다른 한편으로는, 물론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연대 또는 연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평화블록’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이의 균열을 우려하고 지적하는 언급들이 나오고 있다.

우석훈 : 시민사회 입장에서 보면 결국 나중에는 대의가 남는다는 생각을 해 본다. TV와 인터넷으로 정보가 넘쳐나지만 오히려 사람들을 더 단순화 시키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노동과 민중운동진영에서는 대의를 잃은 것 같다. 심지어 노동에서 뭔가 나왔다면 아예 보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KTX 승무원 같은 경우가 간신히 버티는 것인데, 나머지는 대의를 놓치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 대의가 사기가 아니다. 가짜인 것 같으나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이 현재 대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을 비롯해 시민사회에서 다시 주도권을 갖도록 대중 편에서 대의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광일 : 한나라당은 앞으로 그렇게 유지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의 통합, 고건과의 연합으로 향배가 있으나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과거로의 회기라고 하는데, 두 대상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신자유주의와 4대개혁 입법 등에 있어 두 세력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고건과의 연합이 오히려 자기 정체성을 버리는 등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세력은 권력획득이 목적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어떤 형태로든 지금처럼 독자적으로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열린우리당은 참패한 것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즉 자유주의세력은 23%의 표를 얻었다. 의석에 비해 한나라당이 압승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참패했다고 하면서 양당구조로 끌고 가는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다. 언론도 모든 관심과 이목을 열린우리당의 향배에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민주노동당이다.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이 분명히 있다.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오히려 연대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민주노동당에는 대외적인 정치 사업이 없다. 다른 단체와 계속 만나서 채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2002년 대선 공투본 처럼 좀 더 커다란 생각들을 가지고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윤철 : 김근태의 판단은 실수다. 기왕 ‘개혁진보좌파’라고 몰아진 측면이 있는데 ‘성장’이라고 말하는 순간 한나라당과 싸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다 실패했다. 하지만 성장은 아니었다. 성장해도 결국은 부자들이 다 가져가더라”고 말하면서 선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어쨌든 저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민노당이 그나마 할 말이 생긴 셈이다. 여하튼 열린우리당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정국과 관련해서 노무현이 다시 역할을 할 것이고, 이미지도 좋고 능력도 있는 강금실, 유시민 등을 전면에 세워 정당을 만들면 기본적으로 25%는 얻는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정권을 다시 창출할 생각은 없다. 진짜 야당 한 번 해 보겠다”는 계산인데, ‘진짜 야당론’은 총선 때 민노당이 했던 말들이다. 여기서부터 민노당이 갑갑해 진다.

정국구도에 있어 한나라당 중심의 보수의 재편이 있을 것이고, 노무현 중심의 친노쪽은 사회경제적 아젠다를 가지고 급진성을 드러내면서 한나라당과 각을 세워 새로운 여야구도로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미리 돼서 대선을 치른다는 대단히 공세적인 상황반전의 전략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민주당 고건 등등은 기본적으로 명분이 없는 세력들이기 때문에 주목할 대상이 못된다.

이런 형세에서 민노당은 대단히 전향적으로 사고해 줘야 한다. 단순히 차별성을 말하는 것으론 안 된다. 실제로 복지체제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달성해 나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하고, 사회경제적 아젠다를 도출할 신당세력이 단순히 레토릭으로 끝나지 않게 분명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민노당이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세력이라는 것을 입증해 보여줘야 한다. 계속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바로 이런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연합의 전략전술을 대단히 잘 활용해야 한다.

이광일 : 노무현정권과 열린우리당의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거 전날이라도 민주노동당과의 이른바 ‘소연정’을 제안한다면, 민노당의 표와 개혁세력을 모을 수 있다는 저들의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지 않는가? 신당세력이 과연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노선을 가질 수 있겠는가? 현재의 한미FTA를 추진하는 모습을 볼 때 기대하기 어렵다.

김윤철 : 그런 의미에서 전향적으로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깨지고 신당창당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정치적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것과 상관없이 실제로 민노당이 잘 해낼 수 있는 실력이 있는가가 문제다.

이광일 : 오히려 공투본과 같은 범좌파와 연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87년 이후에 2006년인데 그동안 범좌파 지역에서 너무 반성만 많이 하고, 또 서로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민중운동진영의 흐름, 한미FTA 투쟁 같은 경우 주목할 일이다. 분명 코드는 다르지만 공동의 투쟁을 통해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

김윤철 : 그것도 포함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다. 다만 민노당이 이런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진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민노당에게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이 없다. 민주노동당은 일종의 new radical left 전략으로 가야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탈이념시대는 아니지만 이념 선전의 시대도 아니다. 이념 도출의 시대다. 이 부분에서 민주노동당은 여러 가지 전략적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정치적 기회 공간을 창출하면서 가야한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국민에게 유효정당이 아니다. 사회운동 단체이다. 뭔가 큰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이 ‘변했다’, ’새롭다’라는 인식을 받기 위해서는 노동자 민중운동과의 관계, 노동문제를 재정립해야 한다. 대단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부문할당이나 민주노총 등 노동문제를 언급하면 민주노총과 거리두기냐는 비판이 들어온다. 이것은 거리두기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노동계 혁신을 위해서 민주노총과 함께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끌겠다는 분명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현재 상태의 활로가 생기고, 앞서 제시한 많은 가능성들을 활용할 수 있다.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노동운동으로의 전환을 위한 민주노동당의 역할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기반을 받더니 민주노총을 변화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사회자 : 지난 번 민주노총 집행부 부패문제나 비정규직 법안문제 등 커다란 사안이 있을 때마다 민주노동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한편으로는 정체성 강화를 주문하고 또 한편으로 대중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거론됐다. 민주노총과의 관계 재정립을 말할 때 이는 대중성과 정체성 중 어느 쪽으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가?

김윤철 : 분명한 것은 노동계급성 강화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노동계급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할당을 늘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급성을 강화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는 인구의 다수가 노동계급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 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미조직 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하는 것은 노동운동이 할 일이고, 미조직 노동자나 다수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보다 잘 대변해 내는 것, 이것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민주노동당의 노동계급성 강화의 방향이어야 한다. 이것은 동시에 다수를 점하는 길이기 때문에 대중노선으로 가는 것이다.

안효상 : 다양한 전략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87년에 만들어진 정치구도가 깨어졌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운동은 그간의 정당구도에서 별로 커질 수 없었다. 지난 20년간의 경험을 통해 한나라당이 오히려 가장 크게 학습했다고 생각된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했을 때 좌파진영의 민중운동에 변신의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민주’, ‘개혁’ 말고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넓은 의미의 참여 민주주의라는 것이 있는데, 각 계층의 사람들로 하여금 말할 수 있게 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사회당이 장애인 문제를 말하는 것은 장애인 당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통로는 만들어 주려고 하는 것이다. 민노당도 민주노총의 혁신을 통한 노동자계급의 기반의 확대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 좌파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의문이다. 기존의 급진좌파들은 독자적으로 해야한다는 기존의 노선을 고수했으나 이것은 실제로 부르주아 계급이 힘을 잃었을 때 가능한 것이지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기존의 좌파의 틀로 새로운 사회의 전망이 가능하다고 보여주어야 하는 것엔 변함이 없다. 파국적인 단절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 넓은 것을 열어둘 수 있는 것 아닌가? 새로운 통일전선 전술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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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 좌담 , 5.31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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