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간 최대 80만원 지원 EITC 시행안 공개

“소득지원과 근로유인 제고 위해 미국식 EITC 채택”

정부가 노동유인을 높이고, 근로빈곤층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해 온 근로소득지원세제(EITC)의 시행안이 공개됐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재정경제부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우리 현실에 맞는 근로소득 지원세제 실시 방안’을 22일 공개했다. EITC란 일을 하지만,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현금으로 생계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1천7백만 미만 무주택 가구, 2008년부터 최대 80만원 지원

한국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시행안에 따르면, 2008년부터 부부합산 연간 총소득이 1천7백만원 미만인 노동자 가구는 연간 최대 80만원을 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적용대상은 △총소득 1천7백만 원 이하 △무주택자 △일반재산 가액 1억원 이하 △18세 미만 자녀 2명 이상 부양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이 조건을 적용할 경우 2008년부터 급여 지급대상에 포함되는 가구수는 전국적으로 31만 가구로, 연간 약 1천5백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적용대상 최대소득을 1천7백만 원으로 제한한 것과 관련해 “전국가구 중위소득(3,380만원)의 50% 수준으로 최저생계비의 1.2배 수준과 유사하다”며 “EITC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차상위 계층을 지원하는 취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소득지원과 근로유인 제고 위해 미국식 EITC 모형 채택“

대상선정은 총소득이 기준이지만, 실제 지급되는 급여액은 근로소득에 따라 결정이 된다. 시행안은 지급액을 결정하는 근로소득규모를 세 구간(점증, 평탄, 점감)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선 근로소득이 늘어날수록 급여액이 증가되는 점증구간(연간 근로소득 800만 원 이하)에 해당되면 가구 소득액의 10%(점증률)를 지급받고, 평탄구간(연간 근로소득 800만~1천2백만 원)에서는 근로소득액과 상관없이 80만원을 정액 형태로 받게 된다. 또 근로소득이 늘어날 수록 급여액이 줄어드는 점감구간(연간 근로소득 1천200만~1천7백만 원)은 1천7백만 원과 소득액의 차액의 16%(점감률)가 급여액으로 지급된다.

  한국조세연구원 자료

이와 같은 지급방식은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모형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저소득층 소득지원과 근로유인 제고를 위해 미국식 EITC 모형을 채택했다”며 “영국, 호주 등은 점증구간이 없고, 일정수준의 최대급여후 소득이 증가하면, 급여를 삭감하는 점감구간만 있어 근로유인 효과가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행안이 소득증가에 따른 급여증가율을 나타내는 점증률을 10%(최대급여액 80만원)으로 설정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경우 점증률을 40%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어 미국 모형과도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점증률을 10%(최대급여액 80원)로 설정한 것과 관련해 “근로자 사회보험료 7.2%, 최저임금 연간소득 대비 10% 등을 고려해 설정했다”며 “시행초기에는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납부에 필요한 최소금액 수준으로 설정하여 부정수급 소지를 최소화하고 비적용자와의 불형평 문제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시행안을 통해 단계적인 EITC 제도 확대 계획을 밝히고 있다. 2010년 부터 적용대상을 부양 자녀 1인 이상으로 확대적용하고, 2013년부터 근로소득자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및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원 등의 특수직 노동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초수급자 EITC 적용대상 포함 여부 불투명

한편, 한국조세연구은 현재 시행 중인 기초생활보장제 수급자들의 EITC 적용 대상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시행안을 토대로 부처간 협의 등을 거친 후 정부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중으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간 ‘희망한국21’ 등의 대책을 통해 ‘일을 통한 빈곤탈출’, 근로연계복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번에 발표된 EITC 시행안은 참여정부의 근로연계복지 프로젝트의 핵심 정책이다.

공개된 EITC 시행안은 다소 엇갈리는 듯한 ‘근로유인 제고’와 ‘근로빈곤층 지원’,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상정하고 설계되어 있다. 일을 안 해서 가난하다는 것인지, 일을 해도 가난하기 때문에 그것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인지 모호해 보인다. 한 달 6만 7천원이 채 안 되는 돈이 노동유인을 제고할 지도 의문이고, 그 돈으로 일해도 가난한 노동자들을 탈출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제도가 향후 ‘일해도 가난한 이들’의 ‘빈곤탈출’에 얼마만큼이나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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