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당해도 미등록이주노동자면 문제없다?

부산강서경찰서, 항의집회에 “법집행 문제없다” 일관

  6일 오후 2시. 부산강서경찰서 앞에서는 병원입원 중인 미등록이주노동자를 강제연행한 경찰의 비인권적인 행동에 대해 항의집회가 열렸다

  이미란 부산외국인노동자인권모임 상담실장이 미등록이주노동자 아잠 씨 강제연행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6일 오후 2시. 부산 강서경찰서 앞에서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치료를 받던 미등록이주노동자를 퇴원 당일 강제연행한 경찰의 비인권적인 처사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강제추방반대및미등록이주노동자전면합법화를위한부산경남공동대책위(이주노동자부경공대위)’ 소속 회원 10여 명과 함께 강제연행 피해자인 파키스탄 출신 미등록이주노동자 아잠(30) 씨도 참석, 경찰에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이주노동자부경공대위, 강서경찰서 앞에서 항의집회

이주노동자 아잠 씨는 지난 6월 1일 동료와 함께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오다가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아잠 씨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이주노동자 무료의료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해 치료를 받다 퇴원당일 병원에서 경찰에 연행되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됐다.

아잠 씨에 따르면 연행 이후 4일동안 통원치료도 받지 못한 채 출입국관리사무소 내 보호소에서 구금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이후 아잠 씨는 G-1비자를 받고 풀려났으며, 현재 부산의료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G-1비자는 유학이나 취업 등 일반 체류자격 대상이 아닌 치료, 소송 등의 사유로 3달 이상 머물러야 할 경우 사유가 해결될 때까지 내주는 비자로 이 기간동안 취업활동은 금지되며 적발될 경우 추방된다.

이날 이영화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사무국장은 항의문 낭독을 통해 “아잠 씨는 운전자도 아닌 교통사고의 피해자였지만,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분명하지 않은 시점에서 경찰조사의 참고인으로 성실히 진술했다”며 “경찰이 교통사고의 피해자이고, 치료가 필요한 자신을 강제출국 시킨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제연행 피해자인 이주노동자 환자 아잠 씨

  이주노동자부경공대위 회원들이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중단에 대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찰이 퇴원당일 이주노동자 연행한다면 지원정책 무슨 의미가 있나”

이영화 사무국장은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아잠 씨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었을까”라며 “미등록체류자들은 어떤 일이든 관계없이 결국 단속과 강제출국으로 귀결된다면 과연 어느 누가 자신의 권리구제와 어려움을 경찰에게 호소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영화 사무국장은 “아무리 보건복지부에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지원혜택을 준다고 해도 경찰이 퇴원 당일 찾아가 출입국에 인계한다면 그 지원 정책이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며 반문한 뒤 “15년간 지속되어온 편법적인 산업연수생제도, 계속되는 사업장내 인권침해와 노동탄압, 사업장이동의 제한, 부실하고 무성의한 법적 시스템이 이주노동자들의 합법적인 지위를 빼앗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부경공대위 측은 1시간 동안의 항의집회에서 △강서경찰서의 공식적인 사과 △비인간적인 환자연행 재발방지 약속 △이주노동자 환자들의 안정적인 치료권리 보장 △강제단속, 강제추방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경찰, 서장면담 거부 “이번 법집행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이날 이주노동자부경공대위 소속 회원들은 항의집회가 끝난 뒤 경찰서측에 서장면담과 항의문 전달을 요청했지만, 경찰 측이 이를 거부해 사건을 담당한 교통계장과 과장과의 면담만 주선됐다.

경찰측은 면담자리에서 “불법체류자는 범법자”라며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해도 불법체류자이다보니 방관할 수 없다. 법이 상충되는 문제는 법의 보완이 필요할 뿐, 이번 법집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대해 이주노동자부경공대위는 “법무부가 열린사회구현을 표방하며 미등록체류자 자진출국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 경찰이 치료중인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출입국에 인계한 일은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항의했으나, 경찰은 끝내 공식사과를 거부했다.
  이주노동자부경공대위 회원들이 강서경찰서 소속 경찰에게 서장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사건담당과장과 면담을 갖고 있는 이주노동자부경공대위 회원들과 아잠 씨

  경찰이 이번 법집행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일관하자 실망하는 아잠씨와 이주노동자부경공대위 회원들

  경찰서 항의방문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잠 씨가 생각에 잠겨있다
덧붙이는 말

정연우 님은 참세상 부산경남지역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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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 보건복지부 , 강제연행 , G-1비자 , 출입국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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