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진보정당다운 결정".. 할 수 있을까

장애인 당원할당제 채택 의의, 부정선거 안건은 표결 미처리

민주노동당은 23일 1시 대전 한남대학교 성지관에서 임시당대회를 가졌다. 이번 임시당대회에는 재적 인원 1399명중 의사정족수 700명을 초과하는 721명이 참석해 당일 자정을 넘기는 장시간의 회의를 통해 10가지 안건을 다뤘다.

이번 임시당대회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정당 사상 처음으로 장애인 할당제 도입을 결정한 것을 들 수 있다. 민주노동당 대의원들은 비례 국회의원의 10%, 모든 선출직.임명직에 5%의 장애인 당원 할당제 도입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이와 관련, 문성현 대표는 "정당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라며 의미를 전하고 "장애인과 소수자의 정치 접근권을 당헌에 명시해 보장한 것은 진보정당다운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날 임시당대회는 '진보정당다운' 모습을 가름할 중요한 '결정'이 한 가지 더 기다리고 있었다. ‘부정선거 관련 현장제출 동의안 심의의 건’이 그것이다. 이 안건과 관련해 현재 민주노동당 안팎에선 오래도록 논쟁이 뜨거운 상태다.

이 문제를 지켜보는 민노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일차적으로 소위 ‘진보정당’이라는 곳에서 ‘보수정당’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부정선거'의 모습이 나타났다는데 충격스러워 하고 있다.

또한 이 문제의 처리방식을 보면서 만족할 만한 '진보정당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당내의 합리적 절차를 거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이번 임시당대회에서 ‘현장발의’ 형태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 대한 자괴감도 어느 정도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재 가장 첨예하게 갈등을 드러내는 부분은 바로 '결의안' 내용이다. 즉, '부정선거'라는 사태해결에는 동의하나,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 '검찰 고발' 문제를 놓고 양분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 고발' 반대 진영에서는 문제를 당내에서 해결해야 하며, 검찰조사를 받는 것은 당을 '매판 자본, 보수정권에게 팔아먹는 행위'이며, '공안탄압에 역이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고발'을 주장하는 쪽에선 외부의 힘을 통해서라도, "불법 부정 선거 행위가 발본색원되고, 진보정당다운 당내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에서 부정선거가 웬 말인가

그렇다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정선거'관련 안건이 임시당대회에서 현장제출 형태로 상정되기까지의 배경을 살펴보자.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지난 2월 10일 당대표(문성현, 조승수 당시 후보) 결선투표 과정에서 일부에서 전화, 인터넷,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특정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음해를 목적으로 '조직적인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문성현 당대표 당선이후 논란이 증폭되자, 2월 18일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결성, 3월 14일 부터 약 3개월간의 조사기간을 거쳐 진상조사에 나섰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접수된 선거기간 유포되었다는 주된 허위사실 내용은

1) 조승수 후보 당선시 당대표 등록 불가
2) 조승수 후보 당선시 당대표 등록 불가로 인해 당대표의 공천권이 없음
3)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하는 관계로 동일 기호(4번)를 받지 못함
4) 정당 대표 등록 불가로 인해 정당 교부금 받지 못함

이와 같은 내용이 전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되었다.

이중 1)과 2)는 사실에 부합하거나 허위사실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진상조사위는 결론지었다. 그러나 3)의 경우 정당의 기호는 원내 의석수에 비례하여 정해지며 정당 공천의 문제는 당대표가 아닌 당 중앙위원회 등으로 이관 처리 할 수 있으므로 허위사실로, 4)의 경우도 정당 등록이 취소되는 경우가 아닌 한 일어날 수 없는 관계로 명백한 허위사실로 진상조사위는 판단했다.

진상조사위, 조사 성과 있으나 한계에 봉착

진상조사위원회는 당초 위 내용과 관련하여 확보된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핵심 관련자들을 소환하여 직접 면담 조사하고, 문자메시지와 허위사실 유포 음성전화 등 관련해서는 '통화내역조회'를 통해 부정선거의 실체를 규명, 4월말까지 '부정선거 진상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예정대로만 진행되었어도 비교적 깔끔하게 처리될 수 있었겠으나, 실제 조사과정에서는 조사위가 만난 혐의자, 참고인들 중 상당수가 '통화내역조회'를 거절하거나 아예 혐의 자체를 '부인'하는 등 조사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결정적으로 허위사실유포에 동원되었다고 제보된 대부분의 전화번호들이 이미 '해지'되어 있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 이와 관련해 진상조사위는 “고발자는 있는데, 범죄자는 없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었다"고 보고서를 통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진상조사위는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제보된 불법부정선거 행위가 주로 부산 남구, 경남 창원 등 특정 지역 특정 단체에 집중된 점, 특히 부산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청주 지역으로 '문성현' 지지를 호소하면서, "민주노동당이다. 체크를 하면서 전화를 하고 있다"고 하는 등 '당원 명부' 유출을 짐작케 하는 제보도 추가로 입수했다.

또한 부산 지역에서 광주 지역으로, 경남 창원 지역에서 충청, 강원, 서울 등으로 전화 선거 운동이 진행된 점으로 미루어 전화 선거 운동이 조직적으로 진행된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활동기간 동안 많은 의혹들의 실체에 근접했음에도, 사실상 수사권이 없는 진상조사위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두 차례에 걸쳐 조사기간을 연장하는 등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 허위사실 유포의 결정적 근거인 해지 전화 5건의 통화내역과 개설자 등의 정보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진상조사위, 검찰 고발 결정, 그러나 전당적 차원에서 중앙위원회의 결의로 넘겨

이에, 진상조사위원회는 '정황'만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어, 6월 9일 11차 전원회의에서 진상조사위원 7인의 만장일치로 '허위사실유포'와 관련된 "해지 전화"들에 대하여 정당법 제52조 (당대표경선등의 허위사실공표죄)에 의거,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검찰 고발 주체가 진상조사위원회일 수도 있겠지만, 민주노동당의 전당적인 '부정선거 척결의지'를 재확인한다는 차원에서 중앙위원회의 결의를 모으는 게 더 낫다고 판단” 하여 7월 8일 중앙위원회에 '의결'을 주문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제 사건의 열쇠는 진상조사위에서 중앙위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7월 8일 열렸던 중앙위원회의에서 진상조사위가 제출한 ‘의결안’은 7월 9일 새벽 표결 결과, 재적 중앙위원 190명 중 찬성 40표로 부결됐다. 진상조사위 구성을 승인했던 중앙위가 그 결과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사건 발생 후 4개월,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3개월여 만의 결과다.

중앙위 부결로, 검찰 고발위해 당원연명 돌입, 임시당대회에서 한 번 더 상정 시도

이때부터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서 이은탁 당원(ID 질풍노도)을 중심으로 임시중앙위가 열린 23일까지 검찰고발을 위한 당원들의 연명이 진행되었고, 현재 102명의 당원이 서명한 상태다.

이들은 또다시 안건이 상정되지 않거나 부결될 경우, 서명한 당원들의 연명으로 직접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배수의 진을 치듯 이번 임시당대회에서 현장발의를 조직하기로 했다.

드디어 23일 임시당대회, 전체 재적인원 1399명 중 대의원 143명의 동의를 얻어 현장 발의를 위한 10%이상의 요건을 충족, 안건 상정은 결국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조차 우여곡절 끝에, 제일 마지막인 10번 안건으로 채택, 당초 우려한 결과로 나타났다.

9번 안건인 '2006년 예산안 심의'에서 첨예한 이견으로 수차례에 걸쳐 수정발의가 제안되는 등 자정까지 논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일부 대의원들은 회의가 길어지자 자리를 비운 것이다.

자정을 넘긴 시각, 현장발의로 상정된 마지막 안건이 대표발의자인 서울 동작 황용연 대의원(부정선거진상조사위원회 위원)의 제안 설명에 이어 표결선언에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표결에 앞서 재석확인 요구가 들어왔고, 확인 결과, 참석인원이 675명으로 정족수 과반인 700명에 못 미쳐 표결처리는 좌절됐다. 임시당대회에서 현장 발의까지 하면서 상정한 안건이 결국 정족수 미달로 표결되지 못한 것이다.

문성현, “책임 있는 조치 하겠다“

표결 미처리 발표가 있자 앞줄에 참석하고 있던 문성현 대표는 즉각 발언에 나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의 정치적 결단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면서 "이 문제를 지적한 당원들의 의사는 존중돼야 하며 이런 행위가 절대로 반복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문성현 대표는 그러면서 “이점에 대해서 제 선거를 맡았던 선본책임자의 책임을 묻겠다. 이후 제도개선을 통해서 재발되지 않는 책임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건 발생이후 수개월이 지나는 동안 ‘책임 있는 조치’가 없었던 문성현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민중시대‘라는 필명의 한 당원은 ’675명 대의원대회 산회의 의미‘라는 글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문성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지겠다고 말한 건 당대표의 월권행위”라며 “그런 태도는 당대회 이전에 취해야 하고, 당대회에 안건이 올라온 이후에는 당원들이 진정으로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내놓는 게 당대표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일단 이 의미(정족수 미달 표결 미처리)는 부정선거관련자 검찰고발의 안건이 차기 대의원대회 1호 안건으로 이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안건이 아직 살아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검찰고발을 결의한 당원들은 자체 회의를 통하여 검찰고발을 단행하여도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는 현재, 더이상 '의결기구'를 거치지 말고, 원래 계획대로 '검찰 고발'을 단행하자는 의견과 문성현 대표의 발언에 의거, '책임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책'을 기다리자는 의견으로 임시당대회 이후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문성현 대표 체제의 지도부 출범부터 촉발되어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 사안이, 과연 문성현 대표의 말처럼 ‘책임있는 조치“로 해결될 수 있을지, 검찰 고발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흐를지 앞으로의 향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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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 부정선거 , 검찰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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