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구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조기현 대구지역건설노조 전 위원장 등 3명에게 "원청 단협체결과 전임비 지급 요구는 정당하다"며 이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11일 서울고등법원이 현대중공업 원청에게 하청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과 더불어 노동계의 큰 주목을 끌고 있다.
대구고법은 판결문에서 "건설일용근로자들과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아니한 원청업체들도 일용근로자들과의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종속 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로서 전문건설업체 등 하수급업체와 중첩적으로 사용자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원청업체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 있어서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별 산업별 노동조합의 성격을 가진 대구경북건설노조에서, 특정 건설현장에 소속되지 않고 노동조합 업무에만 종사하는 피고인들도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는 한 전임자 활동 여부는 노조가 결정할 사항"이므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한 것이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상대방에 대한 협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노조전임비를 지급받더라도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열악한 건설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단결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투쟁을 전개한 건설노동자들에게 씌워진 '공갈 금품갈취'라는 명목의 기획수사로, 2003년부터 6개 건설노조의 간부 28명이 구속되는 등 '공안탄압'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판결로 '공갈협박죄'로 조사받아온 건설노조 전임 활동가들은 '잡범'의 오명을 벗게 되었으며, 노동계도 이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보장에 획기적인 판결"
건설산업연맹은 11일 민주노총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사법부가 뒤늦게라도 건설현장의 노사관계 현실에 기초한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환영하는 바"라고 밝히면서 "건설현장에서 원청과의 단협 체결이나 전임비 지급 요구는 정당하다는 판결은 대전, 경기서부, 천안등의 재판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으나, 유독 공갈죄 적용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였던 종전 판결에 비해 대구 고등법원의 판결은 건설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판결이다"라고 평가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도 11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판결을 환영하며 "향후 정당한 노조의 일상활동을 공갈갈취로 모는 어처구니없는 어떤 시도도 즉각 중단돼야 하며, 현재도 진행중인 건설활동가들에 대한 재판과 수사는 즉각 포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폐연대는 검찰이 건설활동가들에 대해 공갈갈취 혐의를 들고 나온 두 번의 시기가, 현장활동 성과가 막 확인되던 2003년과 건설노동자들이 대대적인 공동투쟁을 시작하려던 2006년이었다는 점을 들어 '기획수사'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투쟁의 노도를 막겠답시고 공안탄압을 휘두르지 말고 하루속히 건설현장의 다단계 착취구조와 원청 책임회피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법률원도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원청회사가 하청노조와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 최초로 인정됐다"며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체교섭 등 노동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획기적인 판결"이라 평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원청업체가 실질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서 단체교섭 당사자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서, 노조법상 근로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확대 개념으로 판시하고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를 인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근로시간 휴게시간에 실질 권한이 있는 원청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단협을 체결할 길이 열린 판결"이라고 크게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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