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맨을 수배한다

[특별기획 : X맨은 바로 너!] - 시작하며

민중언론참세상 창간포스터에 ‘분해서 만들었다’는 카피는 지금 생각해도 잘 뽑았다 싶다. 당시 한 현장활동가가 지나가며 슬쩍 흘린 말인데, 민중언론참세상의 창간 정신을 참 잘 묘사했다는 평가였다. 그때가 2005년 상반기... 포스터에는 아래 내용들이 적혀 있다.

“삼성, 전략적 공헌 돌아보면 기쁨 두 배”
“명분없는 파업 설자리 없다. LG정유노조 파업...”
“노대통령, 올해는 사회적으로 큰 갈등이나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다”
“왜 노동위기론인가.. 민주노총은 김대환 장관 충고에 따라 사회적 교섭에 동참하라”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그때 민중언론참세상이 분해 했던 사건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 삼성은 전국 29개 계열사와 연구소, 병원 등에 나누미 봉사팀과 같은 임직원 자원봉사 동아리 1700여 개가 활동하고,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등 6개 공익재단이 별도로 보육, 장학, 문화예술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임직원 12만 명 중 8만8천 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연인원 43만5천 명이 120만2천 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걸로 보고됐다. 삼성의 전략적 공헌이 계속되는 사이 삼성SDI 울산공장, 삼성코레노, 삼성쎌 등 삼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철회와 민주노조 보장 등을 촉구하며 공동투쟁을 벌였고, 국제사면위원회의 양심수로 선정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무릎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다.

그때 LG정유노조 파업 때 파업만능주의와 대기업노조 이기주의, 명분없는 파업이라는 공격이 주효했던 것일까... 파업 없이 현장대장정에 나선 민주노총 위원장이나 평화 시위 안 하면 엄벌하겠다는 금속노조 위원장이 노동운동의 지도부가 되었고, 입만 떼면 뉴스가 된 노무현 대통령의 궤적은 ‘노무현 때문에’라는 신조어를 낳기에 이르렀다. 그때 그렇게 사회적 교섭에 동참하라며 훈수를 많이 했던 탓인지,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는 너무나도 충실한 사회적 교섭을 연출하고 있다.

민중언론참세상은 지금도 분하다.

“유시민 장관은 의료급여 개악을 중단하라.. 사퇴하라”
'충격' 알몸의 여성노동자 폭력적으로 끌려나와
“자본에겐 ‘자유’, 민중의 삶엔 ‘족쇄’인 한미FTA 타결”
“한국 정부의 의지로 광우병 쇠고기 수입된다”


즐거운 기사보다 괴로운 기사 투성이의 민중언론참세상이 아등바등 분을 삭여온 지난 2년간, 노무현 정부는 빠른 속도로 개혁을 완성했다. 한미동맹 위에서 이룬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한미FTA 협상 타결 그리고 선진노사관계로드맵 법제화는 신자유주의 개혁 10년의 압축판으로 정의된다. 전략적 유연성-한미FTA-선진노사관계로드맵은 범죄의 트라이앵글로, 신자유주의 개혁은 범죄를 재생산하는 최악의 지배코드가 되었다. 개혁을 찬양하는 흉악범들이 활개치는 불온한 세상, 민중언론참세상이 이들 X맨을 수배하기로 했다.

--- * ---


알파벳의 24번째 활자인 "X"는 오랫동안 미지의 무엇을 상징하는 기호로 쓰여왔다. 그러나 모양과 의미의 역동성 때문일까, “X"는 다양한 변주를 거치며 오늘에 이르러 전혀 새로운 의미들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세대담론과 결합하면서 “X"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데, 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X세대’란 호명은 경제적 불황과 전쟁의 시기에 태어난 불우한 세대의 공허함과 우울함을 통칭하기 위함이었다.

'X세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호명이다. 세대담론에는 여러 가지 특성이 있고, 'X세대‘에도 사회적 특이성에 따라 다층적인 사회적 함의가 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안에서 ’X세대‘라는 호명이 시작된 시기의 지향적 내용이다.

우리에게 ’X'가 처음 각인된 시점은 소비사회의 도래 즉, 본격적인 의미에서 사회의 가치가 ’자본과 그 밖의 것들‘로 재구성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또한 ‘X'의 지향적 내용이 보통 미지의 무엇을 가리키는 기호라는 것을 감안할때, 90년대 중반 ’X세대‘와 비슷한 시점에 던져진 ‘세계화’라는 영토의 재규정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난데없이 인식된 미지 그 자체였다. 그리고 10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X'는 다양한 변주를 통해 사회 전반을 가로지르는 트렌드가 되었다. 주말 황금시간대를 장악했던 ‘X맨’은 우리안의 범인을 찾는 놀이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던져진 세계화라는 ’X'의 실체가 ‘신자유주의 개혁’이라는 것 또한 밝혀졌다.

한미FTA 체결을 둘러싼 경합은 팽팽히 진행중이다. 절망으로 밝혀진 미지의 영토를 향해 가며 불려지는 희망의 노래는 우리에게 찾아올 극단의 시간들을 예고하고 있다. 위기 담론이 오히려 위기를 일상적 극복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우리 사회는 총체적 난국의 수렁으로 서서히 잠식되고 있다. 이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X’를 그저 미지로 인식하던 처음의 시기적, 지향적 프레임은 깨지지 않고 계속 아로 새겨지고있는 이유를 이젠 내부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구적 차원의 신자유주의 공세가 현상이라면, 이 현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내부의 X맨이 있다. 우리 안의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언제까지 신자유주의 개혁이라는 진부한 지배담론에 갇혀있을 것인가. 이제 그 카르텔을 깨차고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사회와 정면으로 마주 할 것을 제안하며 자, 출발! X맨을 수배한다.
태그

이명박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참세상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