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운동과 진보 좌파의 나아가야 할 길

6월 항쟁 20주년 기념 학술 토론회②

87년 이후 한국 민중운동이 어떻게 전개, 진행돼 왔는가를 물었다. 6월 항쟁의 분위기는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졌고, 제 조직 건설의 흐름을 만들었다. 96-97년 투쟁을 통해 전기를 맞았지만, 2007년 민중운동 진영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평가는 공통적이다.

민중운동의 위기에 대한 의견이 오고갔다. 현재 당면한 위기 현상에서부터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투쟁과 포섭 그리고 현재의 정체 및 후퇴. 이런 다른 해석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차뿐만 아니라 현상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도 드러났다. 그러나 모두가 한국 민중운동의 앞날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를 놓지 않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가 주최한 '6월 항쟁 20주년 기념 학술 토론회' '민주화,세계화 이후 한국민중운동의 전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민중'의 현재적 재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홍석만 진보전략회의(준) 운영위원장은 87년 이후 시간차에 따른 민중진영의 분화와 현재 당면하고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서술했다.

'민중'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홍성태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민중은 피지배층이자 해방의 주체라는 이중적 존재"였음을 강조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단순히 '피지배층'이라는 범주로 민중을 규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졌다. 객관적 변화를 염두에 두고 민중이라는 개념의 올바른 재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화는 단순히 정치적 권리 투쟁의 결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민주화와 함께 민중의 수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민중의 내적분화와 층화도 한층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홍성태 교수는 "민중운동의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하고, 단순히 민중의 보호를 넘어 사회의 개혁을 이루는 것"으로 "민중운동은 사회의 변화와 민중의 실상을 올바로 이해하고 구체적 과제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성태 교수의 발제에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87년, 일정한 형식적 민주화를 보장하는 체제

홍석만 운영위원장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형성된 노동체제는 노조의 자주적 단결권을 중심으로 노동 3권을 형식적으로 보장 받게 됐고, 경제적인 면에서는 자유시장체제는 더욱 강화 돼 남한 경제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체제에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다"며 "87년 체제는 군사독재 정권과 자유주의 세력과의 타협체제로서 일정한 형식적 민주화를 보장한 체제로 존재 한다"며 서두를 열었다.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일대 전진을 시작한 민중운동진영이 90년대 제 조직단위를 건설하며 전선 운동의 주체로 나선 반면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으로 이념적 좌표를 잃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홍석만 운영위원장은 "91년 까지 폭발적으로 전개되던 대중투쟁은 급진적 사회변혁 이념과 만나지 못한 채 이념적 혼란 또는 빈곤 속에서 외형적 성장만을 거듭했고, 경실련과 체제내적 시민운동은 급속히 성장하고 운동진영과 정권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됐으며, 전투적 민중운동 진영에 대한 고사와 노동자 계급 운동에 대한 개량화 정책이 동시에 구사 됐다. 그럼에도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운동진영은 내부분열에 시달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과제는 현재 민주노동당의설립과 의회진출로 압축됐고, 소위 시민운동진영이 신자유주의 정부에 조응하거나 신자유주의를 관리하는 운동으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홍석만 운영위원장은 "97년 이후 신자유주의 범람 속에서 민중운동은 각개격파 되는 상황이었고, 산별노조는 지역이냐 기업지부냐의 문제보다도 계급성이 탈각된 산별노조로의 전환, 더 많은 실리를 위한 전환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자본의 정규/비정규 노동자의 분할 통제 전략에 맞선 계급적 연대의 관점과 실천이 강화되기 보다는 자본의 분할 통제전략과 사회적 합의주의에 지속적으로 견인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대안으로 "생산수단, 공공서비스에 대한 소유, 조절, 통제를 포함하는 사회화의 의제로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야 하고, 사회운동의 '선도성'을 넘어, 대중 운동과의 결합을 구체적으로 도모해야 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모순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치적 실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중운동과 진보좌파는 의회주의 당-노사협조적 산별이라는 근대적 기획을 넘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모순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적 실천을 조직할 것을 요구받고 있고 이미 노동대중의 실천은 앞서가고 있다"며 희망적인 단초로 한미FTA 반대 싸움과 지난해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싸움의 예를 들었다.

산별노조로의 전환, 더 많은 실리를 위한 전환이라는 문제

그러나 토론 과정에서는 홍석만 운영위원장에 대한 집중 반박이 이어졌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 연구원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간 차이는 있다. 좌파 정부들이 자유주의적인 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상황에 직면하는 부분들이 있음"을 전제하며, "균형 있게 평가하는 관점이 필요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이에 홍석만 운영위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정책들은 일관된다. 김대중 정부가 한국 시장 내부의 구조조정 중심이었다면 노무현 정부는 국제자유도시, FTA 등 한미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구조적인 스타일의 차이는 있으나 확장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음"을 들며 반박했다.

또한 배규식 연구원은 "사회적 타협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사회적 타협이나 협의를 거부하는 것이 노동운동진영이 사회적 시민권 행사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석만 운영위원장은 "사회적 타협에 있어서 원칙적인 수준에서 반대하지 않지만, 97년 노사정위 결합의 경우 합법화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사정위 결합으로 인해 내준 것에 비해 비교가 안 되는 결과가 있었다"고 예로 들며 유럽식의 '타협' 모델에 대한 선을 그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 사주의 확대, 주 5일제 법제화 등 노동운동에 대한 포섭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도 이견을 달리한다", "산별 전환의 경우 더 많은 실리를 얻기 위한 그런 수단으로 취급해 버린다면 우리 노동운동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분명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산별과 관련해 홍석만 운영위원장은 "삶의 조건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민중운동이 고민하지 않는다면 민중운동이 뭘 고민할 수 있겠나"를 반문하며 "민주노동당의 당내 갈등, 비리문제, 계급적 이해나 기반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내부 비판이 있고, 민주노총 내에도 그런 고민이 있다. 출발이기 때문에 더 제대로 해야 하고, 노동자 대중의 이해에 맞게 가야 한다"며 최근 하이닉스의 예를 들며 "산별이 보다 건강한 형태로 노동자 이해에 맞게 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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