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더 일그러지기 전에

[특별좌담 요약] 교육 현안 진단과 대안 방향 모색

속된 말로 한국 학부모들은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목숨을 건다. 돈이 없으면 과외를 안 시키는 게 아니라, 특근, 야근 뛰고, 식당, 노래방 도우미를 해서라도 허리가 휘어지게 쏟아 붓고 있다.

경쟁과 효율이 절대 선으로 읽히는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삶의 기초가 되는 교육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교육은 계층 상승을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수십조의 돈이 융통되는 시장이며, 사회의 기득권을 보장 받고 세습할 수 있는 열쇠가 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각각의 교육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공교육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공통적 전제하에도 서로 다른 결론들을 맺고 있다. 장밋빛 공약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시기, <민중언론 참세상>은 국민의 주요 관심사인 교육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필요함에 착목해, 교육 현안에 대한 진단과 함께 진보적이고 보편적인 대응방향을 모색하는 특별 좌담을 마련했다.

지난 8일 참세상 회의실에서 진행된 '교육, 더 일그러지기 전에' 특별 좌담에는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공동대표, 장혜옥 전교조 전 위원장, 강내희 중앙대 교수가 참석했고,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왼쪽에서 부터 장혜옥 전 위원장, 홍세화 공동대표, 강내희 교수.

교육문제의 두드러진 현상들 중 사교육, 영어교육, 입시 교육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현상들과 원인 분석을 통해 2007년 한국의 교육을 진단했다.

좌담 참가자들은 영어에 대한 절대적인 종속 현상과 과열되고 있는 사교육 광풍에 우려를 표하며, 교육이 서열화 되고, 단선 계층화 된 한국 사회에서 권력의 기재로 고착화 되고 있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입시철폐, 대학 평준화 등의 대안들이 사회 공론화 돼야 함을 제기하며, 정치적 의제확장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함을 강변했다.

사교육의 비대화..공교육의 신자유주의 해체와 맞물려 돌아간 톱니바퀴

좌담의 시작은 '사교육'에서부터 시작됐다. 수십조 원이 융통되는 사교육은 공룡과 같은 시장이 되고 있다. 이런 사교육비가 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할 만큼 부과되고 있음에도 이 짐을 던질 수 없는 사회적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

홍세화 공동대표는 "한국의 사교육열풍은, 전 세계에서 보기 어려운 괴물적 현상"이라고 비유하며, "사교육이 강화됨으로 인해 사교육비용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연이나 친구들과 벗함이 없어 억압을 내면화 하고, 지나친 경쟁의식에 휩싸여 있음"을 지적했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
장혜옥 전 위원장은 "공교육비가 20-23조원이라 하는데 사교육비는 35조 정도 추정된다“고 실례를 들며 ”사교육이 교육 자체를 시장화 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내희 교수는 "한국의 대중, 민중들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공동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길을 찾기 보다는, 개인들이 자기들만의 삶의 길을 찾아 구조화 하는 방식"으로 사교육시장이 더욱 확대 되고 있음을 역설했다.

홍세화 공동대표는 이런 개별적인 사회 현상에 "불안요인이 결부 돼 있음"을 덧붙인다. 남들도 시키니까 내 아이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이런 불안이 더욱 이데올로기화 되면서 계급의식의 부재 맞물려 사교육 열풍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장혜옥 전 위원장은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한다. 바로 사교육이 다음단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서열의식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 장혜옥 전 위원장은 "투자해서 저 대학만 가면, 이 단계만 넘어서면 된다는 기본적인 서열의식과 단선화 된 체제가 사교육에 몰려들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5.31교육 개혁안은 교육 소비자, 서비스업의 담론을 확산시킨, 정부 정책에 의해 사교육이 더욱 조장, 확산된 결과를 낳았다는 원죄론도 제기됐다. 현상들을 열거하며, 강내희 교수는 "결국 공교육의 신자유주의 해체와 사교육의 비대화가 맞물려 돌아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어 열풍,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매개물의 반증

사교육비가 35조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 이 중 영어 사교육비가 1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상 영어교육=사교육인 셈이다.

장혜옥 전 위원장은 "한국은 말 그대로 영어에 미쳐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초등 영어가 도입되면서 현상이 더욱 심해졌음을 지적한다. 장 전 위원장은 "영어가 외국어, 기능적인 언어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권력, 권력을 차지하는 욕구의 매개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 한다"고 주장했다.

  홍세화 학벌없는 사회 공동대표
좌담회 참가자들은 영어가 권력이 됐고, 계층 상승의 계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광풍으로 이어지고 있고, 견제할 수 있는 힘이 내부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아울러 홍세화 공동대표는 "일본의 경우는 외국 서적에 대한 번역본이 많음"을 지적하며, "영어교육만 확대시키기 보다는 이를 견주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덧붙여 강내희 교수는 "영어로 저장된 정보, 지식, 문화, 철학적 식견 등 영어로 저장된 정보를 우리 것으로 전환시키는 영어 능력은 오히려 강조가 되지 않거나, 외면당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다른 문화를 알고자 하는 취지인데, 지금의 영어 광풍은 영어 문화권으로 아예 들어가자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장혜옥 전 위원장은 영어 광풍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초등 교육에서의 영어제외, 취업 시험에서의 반영 축소 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좌담은 자연스럽게 '입시교육’ 문제로 이어졌다. 영어가 계층 상승을 위한 엘리베이터 라면, 입시는 단계를 뛰어넘을, 이 모든 문제들이 귀결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홍세화 공동대표는 프랑스와 한국 교육의 차이를 비교하며, 한국 교육이 인간을 등수, 등급별로 순위를 정하는 야만적 형태, 인간을 수단으로 보는 관점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경우 대학 자격시험이 있는데 20점 만점에 평균 10점이면 합격한다. 합격률이 75%-80% 정도 되는데,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보는 그 나이 또래의 80% 정도가 시험을 보고, 55-60%가 국립대학의 1학년이 되는 구조이다. 프랑스가 보여주는 상징적 예는 20점 만점에 10점은 반점이다. 14점에서 16점 good 이다. 그런데 16점을 한국과 비교해 보면 80점이다. 한국에서의 교사, 학부모, 학생들에게 80점이 무엇을 의미하나? 한국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몇 등이냐가 중요하다. 입시, 입시의 평가가 서열 화된 구조에서 교육 자체가 왜곡돼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등수에 메달 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강내희 교수는 "가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순위 경쟁의 활동으로, 교육을 시키고 받는 활동이 순위경쟁 참여활동으로 국한되는 것“이라며 ”지금의 입시제도는 학생들의 인생을 대기인생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영어 광풍, 사교육 열풍 속에서 입시가 강조되는 구조는, 한국에서 등수가 높고 경쟁에서 앞서가는 사람일수록 인간다운 인간이 나올 수 없게 만든다는 문제의식도 제출됐다.

홍세화 공동대표는 "엘리트는 어느 사회나 형성되기 마련인데, 한국의 입시, 교육 구조에서는 사회적 책임의식이 없는 엘리트가 형성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나아가 대학 입학과 동시에 경쟁이 사라지는, 일단 그 자리에 올라가면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한국의 교육 구조를 지적하며 ”끊임없이 긴장을 통해 성숙하고자 하는 것이 없으니 엘리트층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의식과 능력 모두 없다. 그런데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개인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입시철폐와 대학 평준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결국 입시 철폐의 흐름으로 가야 한다고 중론이 모아졌다. 또한 같은 대안으로 대학평준화를 제도화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제기됐다.

  장혜옥 전 전교조 위원장
장혜옥 전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입시 중심의 교육, 입시 중심이 서열을 얻고자 하는 과정이기에 입시 철폐와 평준화는 사실 동전의 양면"임을 강조하며, "근본적으로 되냐 안 되냐를 떨쳐 버리고 대학 평준화, 대학을 다 평준화 하자는 것"이라며, 중, 고등학교 평준화 과정을 예로 들었다. 물론 정부의 정책 추진의 의지, 강력히 재정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대권주자들이 교육 공약 GDP 7% 예산 확보 등 관련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장혜옥 전 위원장은 "사실상 우리 사회에 재원은 있다. 사회적으로 합의만 하면 된다는 것"이라며 "이를 할 수 있는 방안이 풀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내희 교수는 "대학 평준화의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평준화라고 하면 ‘하향’ 평준화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있음을 전제하며, 강내희 교수는 "무조건적으로 평등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교육도 좋아지고, 질도 좋아지고, 대학도 좋아진다는 것에 대해 어떤 주제를 갖고 논의할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세화 공동대표는 프랑스의 학문학교와 권력학교의 개념을 참조할 체계로 제시했다. 프랑스의 권력학교는 전문지식인 양성 학교로, 국가 정책으로 전문 분야별로 능력 있는 엘리트층을 형성시키는 과정이지만, 학문학교에 대한 보완적인 개념으로 학위가 없다. 결국 권력학교는 분야별 전문인 양성소의 역할을 하고, 학문은 학문대로 신장할 수 있게 만드는 체계라는 것이다.

현실적인 과제로 장혜옥 전 위원장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안적 흐름들을 만들기 위해 “'대학평준화', '입시 철폐' 등 대안논의의 지평을 넓혀 가는 것”과 “대선, 총선 등 정치적 언술들이 확장되고 꽃피우는 시기에 교육에 대한 논쟁들을 대 사회적으로 제출해서 논쟁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할을 제시했다.

강내희 교수는“여러 사안을 말하면 동시 다발적 논의가 가능하고, 대중적으로 피해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대중적인 지지도가 가능할 것 같다”며 입시철폐를 중심으로 교육운동을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어 홍세화 공동대표는 "엄혹한 상황에서 야간 연장 근로해서 받은 돈으로 사교육 시키고, 제 자식이 자신을 모멸하거나, 반노동자적인 감수성을 갖도록 하는 교육에 힘들게 번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 사회, 노동운동이 교육에 대해 큰 관심을 갖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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