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27일 물러나는 영국 블레어 총리가 이번에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수요일 유럽연합(EU), 러시아, 미국 그리고 UN 4자로 구성된 중동평화 콰르텟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며 블레어를 중동 특사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블레어 '중동 특사'
정작 중동은 반기지 않아
그러나 정작 매일매일 자살폭탄공격과 종파간 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중동의 목소리는 블레어를 반기지 않고 있다.
아랍계의 눈으로 소식을 전달하는 언론인 ‘알 자지라’는 지난 5월 이라크 마지막 방문 당시에도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침략에 대해 후회가 없다며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언급하면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빌어 중동특사 임명을 비난했다.
‘알 자지라’는 바그다드 대학 정치학 교수 오마르 나즈디의 말을 인용해 “토니 블레어는 이라크와 아랍 세계 전체에서 영국의 명성을 파괴했다.” 블레어의 권력을 통해 나온 것은 “이라크 무장 세력과 항상 이라크 침략에 대해서 반대하는 영국 여론이다”라고 보도했다.
"블레어는 각종 제재조치의 장본인"
또 모하헤드 미란디 테헤란 대학의 정치 분석가가 “블레어의 문제는 조지 부시의 정책을 따라왔다는 것이다. 그가 좀 더 이성적인 관점을 가졌다면 이란과의 관계는 개선되었을 것”이라고 한 말을 인용하면서 블레어가 부시의 노선에 충실한 '푸들'일 뿐이라는 비난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알 자지라’는 블레어가 “중동 지역에서 헤즈볼라, 하마스, 그리고 다른 무장 세력들에 대해서 군사 행동 및 제재 조치를 지원”해왔다며 “레바논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의 평화협정을 맺도록 도우라는 요구를 거절”했다고 꼬집었다. 블레어의 이력만 보더라도 자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블레어 총리는 1998년 첫 임기 기간에 영국군을 코소보로 파병한 바 있고, 2000년에는 시에라 리온지역으로 영국군을 파병했다. 그리고 2003년 미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략에 동참해 영국군을 파병했다.
파야드와 올메르트는 환영
지난 화요일 총리로서 가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블레어 총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화요일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 장관은 화요일 블레어가 “매우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추켜세웠고, 올메르트 총리는 블레어를 이스라엘의 “진정한 친구”라고 불렀다. 올메르트 총리는 “그가 그 자리에 올라간다면 완전한 협력을 약속”하겠다고 기대와 지지를 표했다.
새로 임명된 팔레스타인 파야드 총리도 블레어의 지명을 환영하고 있다. 파야드 총리는 “우리는 이번 지명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위한 정치적 과정을 재개하는 노력이 속도를 높일 것이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가 중동 특사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블레어가 할 일 있나?
'내전악화' 부시 전략 따르는 것 외에 여지 없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블레어 총리의 중동특사 임명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최종적인 평화협정에서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하기 위해서 팔레스타인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팔레스타인의 파트너를 발달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파트너’로 지칭한 것이 현재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하마스를 뜻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오히려 민주적으로 내각을 장악한 하마스를 고립시키고, 파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을 찾는다는 점에서 블레어의 운신 폭은 대단히 좁다. 특히 하마스가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점령을 반대한다는 점에서 블레어가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은 25일 파타를 지원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수감되어 있던 파타 소속 250여명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가자 지역에 대해서는 정치경제적 재제재 조치를, 압바스 수반이 속한 파타에 대해서는 제재조치 해제를 비롯한 지원을 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의 내전 위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블레어가 갑자기 ‘하마스’와 대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스라엘을 도와 ‘협상의 파트너’로 ‘파타’를 성장시키기 위해 지원하는 것과 ‘하마스’를 고사시키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는 일 뿐이다.
이라크 전에서 ‘부시의 푸들’이라는 조롱을 받으며 전쟁에 동참했던 것 처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의 해법에서도 부시를 따르는 것 외에 블레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