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포럼 기획토론회로 마련된 '식량주권 대토론회' 준비위원회(준비위)가 미리 제출된 참석자의 토론문 내용을 문제 삼아 삭제 요청을 한 사실이 뒤늦께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로 6회 째를 맞는 한국사회포럼은 전농,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국내 31개 시민단체들이 주관하는 대규모 포럼이다.
박상표, "토론문 삭제 요청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 있어야"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5일 '내가 식량주권 대토론회에 불참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 글을 본지와 <레디앙> 등 언론사에 보냈다.
기고 글을 통해 박 편집국장은 "한국사회포럼의 '식량주권 대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식량주권과 식품안전'이라는 제목의 토론문을 제출했다"며 "전농 측은 내 토론문 중에서 '고투입식 농업의 환경파괴 역기능'을 비판한 부분과 '고투입식 농업과 식량위기: 북한의 사례'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 대한 삭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박 편집국장에 따르면 "전농 측에서 특히 문제를 삼은 것은 '김일성 교시에 의한 주체농업'이라는 표현이었다"며 "한국사회포럼에서 북한과 김일성에 대한 비판이 금기와 성역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지만,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들어야 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박 편집국장은 조직위에 제출한 '고투입식 농업과 식량위기: 북한의 사례' 글에서 북한의 농업방식을 설명하며 "김일성 교시에 의한 주체농업도 북한의 식량위기를 촉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고 표현하고 있다.
준비위, "사전 검열 의도는 없었다"
이에 대해 준비위는 박 편집국장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지정토론 발제문과 관련해 준비위 차원에서 상호 공감한 운영원리에 비추어 소속 단체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었지 사전검열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준비위는 '김일성 교시에 의한 주체농업' 문구가 들어간 박 편집국장의 '고투입식 농업과 식량위기: 북한의 사례' 글에 대해 "(조직위 회의 결과) 식량주권과 지속가능한 국민농업 실현을 위한 발판을 마련코자 하는 토론회의 원래 취지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다수의 의견이 있다"며 우회적으로 재차 삭제 요청을 했다.
준비위에 참여하고 있는 녹색연합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삭제 요구를 한 것은 아니다"며 "준비위에서 토론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박 국장의 토론문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 "남한에 대한 식량주권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북한의 예가 사용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상표, "'김일성 부분만 빼달라'고 한 것이 삭제 요청 아니고 뭔가"
'삭제 요청은 아니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대해 박 편집국장은 "토론회 준비위도 아닌 한국진보연대의 모 인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김일성 관련 부분만 빼달라'고 요청을 했다"며 "특정 부분만 빼면 된다고 한 것이 삭제 요청이 아니고 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반대 토론자들이 나서도 토론문에 대해 사전 수정 요청이나 삭제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토론이란 찬반 양쪽이 의견이 다양하게 제기되어야만 토론회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준비위, 국회에 '참가 및 후원요청' 공문에 3천25만원 예산안 첨부
한편, 식량주권대토론회 준비위는 지난 달 20일 국회 농어업회생을위한의원모임에 토론회 참가 요청 및 후원 공문을 보내며, 3천25만 원의 예산안을 첨부했다.
그러나 당초 준비위가 토론회 개최 예산으로 책정한 비용은 최소 1천288만원에서 최대 1천848만원에 불과해 이에 대해서도 박 편집국장은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예산은 최초 책정 때와 다르게 늘어나기도 하고, 국회에 후원을 요청하는 것이 반드시 문제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포럼이 범진보진영의 포럼으로서 위상을 표방하는 만큼 정부와 국회, 기업 등으로부터의 후원금 모금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특히 한국사회포럼 조직위는 자체적으로 1회 때부터 기업과 정부로부터의 후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식량주권 대토론회 준비위는 당초 농림부로부터의 후원금 모금을 추진했으나, 한국사회포럼 조직위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것은 포럼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사회포럼 조직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기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식량주권 대토론회 준비위가 국회 후원모금을 추진한 것은 유감"이라며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다면 한국사회포럼의 의미는 퇴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표, "비판의 성역 설정해 놓는 것은 민주주의 아니다"
박 편집국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진보진영 내부에서 다양성과 소수자의 이견을 인정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사전 결론과 비판의 성역을 정해놓는 것은 민주주의도 아니고, 운동의 장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식량주권 논의와 관련해 국민농업, 통일농업 등으로 결론 지어 놓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 단위의 틀로써 권리를 담는 권리담론을 만들어 운동하는 것이 21세기에 적합한 방식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중언론 참세상>은 박 편집국장의 주장과는 다른 전농과 준비위 측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취재를 하고 관련 내용을 확보했으나, 당사자들의 비보도 요청으로 기사에 보다 자세한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