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만큼 투기하라.. 소득 4만불 시대를 향해

[FTA체제가 열린다](2) - 금융허브를 향한 한미FTA, 자통법의 징검다리

민중언론참세상 특별기획 'FTA체제가 열린다'의 금융 분야 기획은 정부의 금융허브 정책 통해 본 방향과 세부 각론으로 지주회사, 금융빅뱅, 투기자본 분석 등으로 나뉜다. 세부 내용은 각각의 기획에서 다룰 예정이다. - 편집자 주

'먹튀'의 대명사가 된 론스타 외환은행 불법 매각 과정을 직접 지휘, 통솔 의혹을 받고 있는 권오규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 정책의 수장인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다.

한미FTA 찬반 논란이 거세던 지난 3월. 국회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겸 대통령 한미FTA 특보였던 한덕수 총리 지명자의 임명 동의안을 처리했다.

한미FTA 협상의 수석대표였던 김종훈 협상대표는 정부의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통상본부장이 됐고, 그림자처럼 최고위급 협상을 진행했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주 유엔대사가 됐다. 이제 주요 정책은 그들의 품 안에서 나오는 구도이다.

다 내주고도 '선진화'라고 포장했던 한미FTA 협상 결과처럼, 이미 정부 정책은 한미FTA 타결 선언이후 자본시장통합법 입법, 지주회사법 개정, 생명보험사 상장, 보통법 개정, 헤지펀드 허용 등 가속도를 내며 추진되고 있다.

권오규 장관은 한 토론회에 참석해 "무역의 세계화에 이어 금융의 세계화가 신흥개발국가들의 주요한 세계화 과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도 금융 세계화를 통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질 높은 투자기회를 제공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제의 리더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FTA를 추진했던 분명한 이유가 드러난다. 금융의 세계화에 편승하라. 국민 대다수가 ‘조용히 임기를 마치기를 바란다'는 노무현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금융 정책에 대해서만은 일관성과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국민소득 4만 불에 도전한다"

지난 달 18일 청와대 세종실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 하에 제 2차 금융허브 회의를 개최해 향후 금융허브 실천 로드맵을 마련했다.

정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참여정부는 △03년 12월부터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허브 전략을 마련, 추진해 왔고 △07년 7월 금융산업 발전을 선도할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을 제정해 금융투자업간 겸영을 허용하고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설계, 취급할 수 있도록 관련규제를 네거티브시스템(Negative System: 포괄주의)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07년 6월 말 한미FTA 체결로 선진금융기법과 신금융상품을 적극 도입할 수 있게 되는 등 금융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도 [출처: 재경부]

03년 12월 당시 노무현 정부는 ‘금융산업의 발전 방안’ 정도의 수준이 아닌 국가 발전 경제대안 모델로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한동안 BT, IT를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소 추진 속도도 늦었고, 가시적 성과가 없는 듯 보였지만, 정부는‘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열기 위해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 아래, 한미FTA를 기회로 삼고, 자통법을 입법화 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7대 과제를 중심으로 금융허브를 준비해 왔다. 자산운용시장 발전 기반 확충을 위해 최소출자금 하향조정, 부실채권 투자 허용, 의무투자비율완화 등 사모투자펀드(PEF) 활성화 방안 도입,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제정및 개정, 05년 12월 퇴직연금제 등을 시행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를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방책으로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했고, 06년 11월 투자 개시 이후 90억불을 투자 완료 했다.

또한 금융기관의 노동유연화를 위한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금융기관의 아웃소싱을 열거주의 규제방식에서 포괄주의 방식으로 바꿨고, 외환자유화 추진계획을 시행하고, 자본거래의 신고제 전환으로 대부분의 외환거래가 자유화를 시도했다.

동북아개발금융협의체 등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역내금융회사간 협의체를 구성하여 개발금융 참여 인프라를 구축했고, 금융감독행정 혁신 방안으로 비조치 의견서(no-action letter) 및 금융회사별 전담검사역(RM, Relationship Manager)도 도입 했다.

특구 지정, 외국인 학교를 설립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경영,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금융전문대학원, 금융허브지원팀, 금융인력네트워크센터 등의 출범으로 금융허브 조성을 위한 기반도 구축했다.

그 완결판으로 07년 투자매매, 투자중개, 집합투자, 투자일임, 투자자문, 신탁업 등 6개 금융투자업 겸영 등 업무영역 확대, 금융투자상품의 포괄주의를 채택한 자본시장통합법도 제정됐다.

정부는 '자산운용업 중심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노선을 분명히 했고, 법과 제도의 제정과 개정을 통해 현실화 시켜 왔다. 결국 금융허브 정책 실현을 위한 가장 큰 그림 조각이 한미FTA였던 셈이다.

금융허브, 한미FTA로 탄력 받았다

정부가 구상하는 ‘금융허브’ 정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국적의 금융회사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영토 내에서 활발한 영업 활동을 벌여야 한다. 한국투자공사는 그런 의미에서 자금을 위탁, 운용할 수 있는 유인책이다.

또한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해외 기업이 사업자금을 조달하거나, M&A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의 투자자들은 한국의 금융시장에 등록되는 여러 국적의 다양한 금융 상품에 자유롭게 투자하고 그 수익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

논란도 많았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 삽입에서 처럼 한미FTA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한국 영토 내에서 영업 활동을 벌여 나갈 금융회사들에게,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금융투자자 수익 절대 보장'을 '확인'해 준 '서명'과도 같다.

나아가 한미FTA에서는 한국에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설치하는 상업적 주재의 경우, 개방의 폭이 넓은 '네거티브' 방식을 택했다. 또한 신금융서비스와 금융정보의 해외 위탁처리 등도 허용하기로 했다. 신금융서비스의 전제가 있다고 하지만, 자통법에 따라 금융투자 회사들은 포괄주의 원칙 하에 법률에서 금지한 것 이외의 모든 신상품 출시가 가능하다.

상업적 주재를 강제 하고, 금융 신상품 매매를 보장하는 등 한미FTA의 주요 내용들은 사실상 금융허브 정책을 염두해 둔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허브.. 동시다발 FTA와 맞닿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동시다발적인 FTA는 상품 무역뿐만 아니라 투자와 관련한 자본의 세계적 이동을 유도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주요 교역상대국들과 맺는 FTA는 상품 뿐만 아니라 투자, 서비스 협상을 통해 통상 장벽을 낮추고 자본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한다. FTA를 통해 무역 및 외국인 투자가 무분별하게 확산 된다는 것은 NAFTA 이후 멕시코의 사례에서도 극명히 드러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무역의존도가 70%를 넘는 한국의 경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시다발 FTA 전략’은 곧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과도 이어진다. 단지 '금융허브'를 통로로 유치할 것인가 허브를 거쳐 공략에 나설 것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경쟁주도의 FTA를 하겠다고 천명한 EU, 시험대에 오른 한국은 17일 3차 FTA 협상을 앞두고 있다. 한-아세안FTA의 상품무역협정은 지난 6월 1일로 발효됐고, 한국 협상단의 중요 관심 분야인 금융, 통신, 시청각 공동제작, 금융서비스의 서비스협정은 현재 진행 중이다.

캐나다와는 협상이 진행 중이고, 일본도 중단된 한일FTA에 대한 협상 재개 의욕을 보이고 있고, 중국과는 한중FTA 산관학 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다.

인도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을 위한 협상이 9일~10일 진행됐고, 멕시코와는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을 진행했으나 양국은 한 단계 높여 정식 자유무역협정(FTA)을 진행하기로 공식 합의 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한국 정부에 FTA 협상을 요청했고,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중동지역 순방길에서 걸프협력회의(GCC)와도 FTA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향후 중동지역과의 협력도 본격화 될 추세이다.

허브와 동시다발FTA.. 남북경협도 함께 간다

참여 정부가 동시다발 FTA를 추진하면서, '개성공단 역외가공 인정'을 모든 FTA에서 관철시켜 왔다. 단 한미FTA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환경기준, 노동기준 및 관행 등을 전제로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하고, 역외가공지역(OPZ)를 지정해 특혜관세 부여를 원칙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북미 관계의 해빙무드에 이어 북이 연말까지 핵 시설 불능화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정부의 선전대로 '개성'을 넘어선 역외가공지역의 투자처가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국내 주요 연구단체는 북의 변화를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변화를 유도할 대안으로 남북 경제협력강화약정(CEPA)을 제기하기도 했다.

외국인투자 유치지원 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Invest Korea)는 올 10월 경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개성공단 투자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한,중,일 회원국들의 아시아통화기금(AMF)합의 및 단일통화 논의 그리고 한중일FTA 등 동북아 단일시장의 흐름과 더불어 남북경협 확대 등 자본의 대북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관련 기획에서 다룰 예정이다)

돈 놀이의 국제산업화.. 한미FTA 이후 한국 사회는

사실상 IMF 이후 한국 사회의 금융 패러다임은 '예금'에서 '투자'로 이미 이동한 상태이다.

정부가 '금융허브' 정책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한미FTA를 통해 외국자본 유치의 입구를 열었고, 동시다발 FTA를 통해 자본의 출구를 열었다면 그를 뒷받침할 국내 잉여자본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금년 4월 200조 원을 돌파했고 100조 원씩 증가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국민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43년 적립금 규모가 2,600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05년 12월 도입된 퇴직연금의 경우 06년 말 7,568억 원에서 07년 5월 1조 2,366억 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07년 6월 말 2,507억 불이고, 펀드 수탁고는 07년 6월 말 278조 원으로, 보험권의 수입보험료는 06년 96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대내적으로 국민연금, 외환보유고, 퇴직연금, 펀드, 수입보험료 등의 잉여자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니, 이 돈을 '굴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자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 개발국들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본의 공세는 노동의 희생을 기본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런 금융 세계화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노동에 대한 공격이다.

IMF 당시, 1998년 1월 출범한 제1기 노사정위원회에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했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제 도입과 파견제가 도입됐다.

2007년 한미FTA 타결을 앞두고 역시 노동법이 개악됐다. 정부는 비정규노동자의 남용을 억제하고 차별해소를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이랜드-뉴코아의 사례가 보여주듯, 7월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 대량 해고가 줄을 이었다.

정부의 '금융선진화를 통한 금융허브 구축' 회의자료를 보면, 한국은 "높은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금융전문인력 양성 미흡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주요국의 금융부문 인력구성 [출처: 재경부]

이 표를 보면 전문 인력 8.9%를 제외하면, 현재 한국의 금융인력 중 86.7%를 보조 인력으로 구분해 놓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 조건을 고려할 때 보조 인력은 유연화 된 노동으로 교체될 대상이다. 특히 대형 펀드들의 경우 몇몇의 전문 인력으로 운영되는 금융시스템을 고려할 때, 운용시장 중심의 재편은 단기적으로 대형화와 겸업화를 유도할 수 있으나, 종사 노동자들에게는 장기적인 구조조정 및 비정규직 전환을 예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은행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나 준정년제와 같은 유연화 된 제도의 도입, 단순화 된 업무를 지원센터나 콜센터로 집중시키고 이 부분을 저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우는 '저비용 서비스'와 고액연봉의 '핵심 노동자' 군으로의 이분화가 더욱 확장, 고착화 될 수밖에 없다.

또한 2005년 11월 산업은행이 발간한 한국의 설비투자에 따르면 2005년 국내 설비투자 금액은 모두 78조 원으로 1996년의 77조원 보다 1조 원 늘어난 데 불과했다. 10년 동안 증가율이 1.3%에 불과하다. 이 같은 투자부진은 현재 낮은 경제성장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까지 훼손할 우려가 있다.

심지어 잠재력은 있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는 바람에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된 기업의 주식을 싼 가격으로 사들여 그 기업의 지배주주가 되고, 인력과 설비를 정리해 기업의 주가를 띄운 후 재매각하는 '투자기법'을 활용, 공장을 지어 생산에 투자하기보다 자본시장을 이용하거나, 기업 매매를 통해 더 높은 수익들을 챙기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경제연구소가 발간한 '금융산업, IMF사태에서 한미FTA까지'의 자료를 보면 한국의 미래가 좀 더 명쾌해 진다.

"제조업 부문의 기업들은 예전의 목표인 신산업 진출, 매출액 극대화, 성장, 규모 확대가 아니라 금융시장의 논리에 따라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 시민들은 점점 더 자산을 저금리의 은행예금 보다 자본시장의 투자 상품으로 보유하기를 선호하고 있다. 또한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허용되고 확대됨에 따라 시민들의 일상생활(노후생계 등)은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본시장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자본시장이 전 사회의 소득-분배-소비를 결정하는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이미 자본시장은 투자자와 기업의 자금을 중개하는, 산업의 혈맥으로의 기능 보다 투기꾼들이 판치는 초고수익의 산업으로 변모했다. 금융허브 정책은 좀 더 노골적으로 IMF에 당했던 그 방식으로 '돈 놀이의 국제 산업화'를 정부가 앞장서서 유도하고 있는 정책인 셈이다.

노동자에게는 고용 불안, 저투자-저성장-고실업의 악순환이 더욱 가속화 되고, 사회 양극화의 문제 또한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령 금융허브가 성공해 수천억 달러의 돈을 벌어들인다 하더라도 '허브'는 돈이 들고 나는 통로일 뿐, 경제로 환원돼, 충분한 성장과 고용을 기약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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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통합법 , 한미FTA , 금융허브 , 투자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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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

    조금 아쉬운 기사입니다. 금융 전반에 대해 개괄하고 있는 독자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저 같은 사람은 한미 FTA가 어째서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더 피폐하게 하는지 이 기사만으로는 감이 잡히지 않네요. 실증과 좀 더 쉽고도 자세한 설명이 보강되었으면 좋겠어요.

  • 조금2

    편집자가 밝혔던 것 처럼 이후 주제들에서 풀리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어떤 영역에서 어떤 내용들이 나옵니까? 이후 내용들이 공개돼 있지 않으니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