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사과문 게재, 시민사회 "상황무마용" 비판

"비판이 제기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편집국장도 사의 표명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누드사진’ 공개로 파문을 일으킨 ‘문화일보’가 18일 1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용식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문화일보 폐간까지 주장해왔던 언론단체 등 시민사회는 이번 문화일보의 사과문에 대해 “상황 무마용일 뿐”이라고 혹평하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 알권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보도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과적으로 선정성 논란과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문화일보 1면 사과문 게재
‘문화일보’는 자보 1면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선정성과 사생활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제기돼 한달여 동안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신씨 관련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해당 기사에 대한 경위 설명을 자제해 왔으나 지난 11일 신씨가 구속됨에 따라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사과문 게재 배경을 설명했다. 신정아 씨의 누드사진 공개 이후 35일만에 사과문을 게재케된 경위에 대한 설명이다.

문화일보는 “신씨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보고 취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신씨의 누드사진 12점을 입수했다”며 “치밀한 취재를 벌인 결과 이들 사진을 지면에 게재하는 것이 이번 사건 전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단서라고 판단, 국민의 알권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보도했다”고 보도 경위를 밝혔다.

문화일보는 또 “신씨의 얼굴과 발을 제외한 신체의 주요 부분을 가리는 등 선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인터넷을 통한 무차별적인 사진 유포 등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과적으로 선정성 논란과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하여 독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과문에 대해 시민사회는 “언론의 기능과 역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김형진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활동가는 “이번 사태가 국정감사에도 언급되고, 신정아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이번 사과문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시민사회가 지적해왔던 내용의 핵심인 언론의 기능과 역할,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사과문 게재 권고 결정을 내린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황이다.

한편 문화일보의 신씨 누드사진 공개에 대해 공식사과 요구와 책임자 징계를 촉구해온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는 18일 성명을 내고 사과문 중 보도경위 부분에 대해 “백번을 다시 생각해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이 같은 보도의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았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는 “발표된 사과문이 매우 부족한 수준이었으나, 사과문에서 선정성 논란과 인권침해 보도 비판에 대해 ‘충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히고 있고, ‘종합일간지에 걸 맞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아쉽지만 일단 문화일보의 사과를 수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누드사진과 사건의 관련성 밝혀지지 않아, 지금이라도 알 권리와는 무관했음 인정해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는 18일 논평을 따로 내 “자신의 잘못을 짚어내기 보다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내용으로 채우고 있다”며 문화일보 사과문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들 단체는 이 논평에서 “정말 그 누드사진 하나면 이 사건 전체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고 믿었다고 치더라도, 누드사진이 게재된 지 1달여가 지난 지금 누드사진과 사건과의 그 어떤 관련성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화일보 측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보도행태가 국민의 알 권리와는 무관했음을 인정해야 했다”며 “문화일보가 사과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누드사진의 진위를 가리는 검증절차를 거쳤다는 점’, ‘치밀한 취재를 벌였다는 점’ 등의 진정성 여부가 이번 보도행태에 대한 변명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또 “신정아 씨의 누드사진을 게재하면서까지 성로비를 추측한 보도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남성들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의심을 받게 되고, 개인의 기본적인 사생활권 조차 지켜지지 않는 수준의 사회적 처벌을 감내해야 하는 여성혐오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며 “이번 신 씨 누드사진 보도가 성차별적인 방법으로 여성을 폄하하고 사회적으로 처벌하고 통제함으로써 가부장적 사회 권력을 유지하는 반사회적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이번 누드사진 공개의 핵심 쟁점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