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 베네수엘라에서 진행된 개헌 국민투표가 찬성 49.3%, 반대 50.7%의 근소한 차이로 부결되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침착하다. 이번 개헌 국민투표 부결의 원인을 베네수엘라 국내외에서는 무엇으로 진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번 개헌투표 부결이 남긴 과제는 무엇인지를 3차례에 걸쳐서 연재한다. 이번 글을 그 마지막으로 이번 개헌이 베네수엘라 볼리바르주의 혁명에 남긴 과제와 이후 전망을 점검한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9년이라는 재임기간 동안 대외적으로는 이란을 비롯한 반미국가의 연대전선 강화, 남미에서는 남미은행, 미주볼리바르대안(ALBA), 남미 미디어 관련 연대 프로젝트인 텔레수르(Telesur), 에너지 공급통합프로젝트인 페트로수르(Petrosur)를 추진해왔다. 국내적으로는 대통령 당선 직후 제헌의회를 통해 볼리바르주의 헌법을 제정하고, 무상의료(미션 바리오 아덴트로), 무상교육(미션 로빈슨, 미션 비라스, 미션 수크레) 등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베네수엘라에서의 변화과정이 차베스 1인으로만 대표되었으며, "위로부터의" 또는 "오만한", "일방적"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아 왔다. 베네수엘라 국내외 지식인 및 활동가들은 이번 개헌을 평가하면서 바로 이점이 극복되어야 한다고 공히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차베스의 인기에 영합해 왔던 온건, 기회주의 정당의 부패와 관료주의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차베스 정부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온건, 기회주의적 차베스 지지파 균열 예고
개헌 이후 주목할 점은 그 동안 차베스에 대한 대중적 지지에 영합해 스스로를 차베스 지지세력으로 위치시켰던 온건, 기회주의적 차베스 정당들이 계속해서 차베스와 공생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동시에 반 차베스 세력에서도 개헌 결과를 가지고 계속 차베스를 압박해 갈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페트라스 미국 뉴욕 빙햄프턴 대학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선거이후 시기동안 이 불안정한 연합(개헌 반대파)은 내부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중도우파 로잘레스 줄리아 주지사는 '온건' 차베스 장관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 바두엘 국방 장관을 포섭한 강경우파들은 이번의 호기를 차베스와 의원들을 축출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바두엘 전 국방장관은 극좌에서 극우를 아우르는 화해와 대화를 촉구하며 나서고 있다.
아울러 제임스 페트라스는 개헌 국민투표 부결을 통해 힘을 얻은 차베스 반대세력들의 공격이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익이 약간의 차이로 승리하면서, 차베스의 사회경제적 개혁을 좌초시키고, 그를 쫓아내거나 구 엘리트 권력 브로커들과의 화해를 추구하려고 하는 우익의 시도에 관성이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헌에 대해서 미온적 입장을 보여 온 포데모스(Podemos: 우리는 할 수 있다)등이 이번 개헌 부결을 계기로 차베스에게 돌아설 수도 있다. 개헌에 지역 위원회 및 노동자 위원회를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수크레 주 주지사인 라몬 마르티네즈는 '지역의 자치권을 지켜낸다'는 명목으로 개헌을 반대하기도 했다. 기득권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우려다.
이런 점에서 '진정으로' 볼리바르주의 혁명에 설 세력이 누군가가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되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혁명 속의 혁명"이 없다면, 그 동안 차베스 노선에 서 있었던 정당의 관료제와 부패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이번 개헌에서 나타나는 '기권'이 '불신'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개헌에 반대해온 우익세력은 경제적으로도 더욱 차베스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페트라스는 "국민투표 이후 시기 동안 차베스 운동의 내부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빈곤한 노동자, 노동조합 활동가, 공무원들은 물가인상을 따라잡을 수 있는 임금 인상과 물가 인상 및 상품 부족을 해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현재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 차베스파의 경제 사보타지를 막아내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혁명 속의 혁명" 강화해야
개헌 국민투표 실패 이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나는 개헌안의 쉼표하나도 철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계속해서 베네수엘라 민중들에게 이 제안을 해 나갈 것이다. 이 제안은 계속해서 살아있으며 죽지 않았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아울러, 차베스 대통령은 '진정한 반성과 자기비판의 순간' 이라고 덧붙였다.
차베스 대통령은 개헌 부결이라는 결과를 겸허히 수용함으로써 베네수엘라 국내외 '독재자'라는 주류언론의 비판이 거짓이라는 점을 오히려 증명해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투표를 통해 오히려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또, 50퍼센트에 달하는 대중들이 "미디어의 공격과 정보부족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프로젝트에 '투표'를 통해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차베스 대통령은 지도력의 부재를 보여주었던 베네수엘라 통합사회당(PSUV)의 강화와 지역 공동체, 노동조합 등 자치 공동체의 정치적 강화를 통해서만 ‘진정한’ 변화의 과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번 국민투표 부결을 통해 확인했다.
아직도 5년의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차베스 대통령이 개헌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은 높다. 13일 베네수엘라 의회는 차베스 대통령이 제안한 ‘사회주의 생산 모델’을 위한 7개 목표가 명시된 ‘국가경제, 사회발전 계획’을 전면적으로 지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베네수엘라의 한 활동가는 이번 개헌 국민투표 부결에 대해 “차베스 없이는 혁명이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민중들 없이는 또한 혁명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국민투표 부결의 교훈을 차베스 대통령과 베네수엘라의 국민들이 ‘실패’가 아닌 ‘승리’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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